‘여자는 남자 말에 대꾸하지 말아야’ 피켓 만들어 유포한 학생들…여학생도 가담해

이러한 가운데 이들의 신상이 소셜미디어(SNS) 무단 유포돼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2일 안양만안경찰서, 학교, 안양시의회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6일 안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당시 학교는 교내 체육대회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 학교 학생 A군(17)과 B군(17), C양(17)은 여성 비하 문구가 담긴 피켓을 제작했다.
피켓에는 ‘여자는 남자 말에 말대꾸하지 않는다’, ‘여자 목소리는 80㏈(데시벨)을 넘어선 안 된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학생들이 만든 피켓은 과거 남초 커뮤니티에서 나온 ‘계집신조’에서 비롯됐다. 이 황당한 말은 최근 학생들이 즐겨보는 ‘숏폼’(짧은 동영상) 등을 통해 전해져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체육대회에서 이를 응원 도구로 쓰려고 했지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A군과 B군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 찍어 C양의 SNS에 올렸다.
이후 C양의 SNS를 본 다른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로까지 논란이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신상이 무단 공개됐고,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게재됐다.
논란이 커지자 학생들 부모는 경찰에 신상을 공개한 이들을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사건을 조사 중이다.
사건을 인지한 학교 측은 다음 날 교육청과 함께 조사에 착수하고, 교사와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진행했다. 피켓을 제작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로 보고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 측은 “재학생이 부적절한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촬영한 사진이 SNS에 게시된 사건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성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중대한 사안으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적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며 “단순한 일탈을 넘어 인권 감수성 부족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 3명은 모두 문구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피켓을 제작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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