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자신의 뇌 75회 촬영한 과학자…"피임약, 뇌 변화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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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과학자가 자신의 뇌를 스스로 정밀 검사하는 과정을 통해 피임약 복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 뇌의 부피와 연결성이 다소 감소하는 패턴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헬러 박사의 연구 목표는 생리 주기 동안 뇌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피임약 복용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뇌의 부피와 연결성이 다소 감소하는 패턴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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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과학자가 자신의 뇌를 스스로 정밀 검사하는 과정을 통해 피임약 복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 뇌의 부피와 연결성이 다소 감소하는 패턴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과학자는 과학 분야에서 스스로에게 두뇌 영상 스캐너를 가장 많이 적용한 여성 과학자가 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독일 프리드리히 쉴러대 신경과학자인 카리나 헬러 박사는 지난 1년 동안 75회에 걸쳐 두뇌 스캐너를 이용해 자신의 뇌를 검사했다. 검사 때마다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가만히 누워있어야 했다.
헬러 박사의 연구 목표는 생리 주기 동안 뇌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피임약 복용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헬러 박사의 연구는 올해 신경과학회 연례 회의에서 예비연구 결과로 발표됐다. 헬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형태와 연결성은 생리 주기에 맞춰 매일 변화하며 피임약의 영향도 받았다.
경구용 피임약은 몸이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합성 버전이다. 이 호르몬들을 통해 난소에서 난자가 방출되는 것을 막아 임신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년 약 1억5000만명의 전 세계 가임기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임신과 무관하게 생리 주기 조절, 생리 증상 완화, 여드름 관리 등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피임약 연구는 수십 년간 누적됐고 안전성도 입증됐다. 다만 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피임약 복용 시 우울과 불안이 감소하며 또 다른 일부는 반대로 이런 증상이 악화되는데 그 이유는 불분명한 상태다.
피임약은 초경이 시작되는 사춘기 때부터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는 뇌 성숙 관점에서 중요한 시기다. 피임약이 뇌의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헬러 박사는 과감하게 자신을 피험자로 한 실험을 진행했다.
헬러 박사는 5주간 25회에 걸쳐 자신의 뇌를 스캔해 자연 생리 주기에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폈다. 또 몇 달 후에는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3개월간 피임약을 복용했고 또 다시 5주간 25회에 걸쳐 자신의 뇌를 스캔했다. 약 복용을 중단한 뒤 3개월이 지난 시점 마지막으로 5주간 25회 뇌 스캔을 시행했다. 혈액 채취 등의 기본 검사도 병행했다.
연구 결과 피임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뇌의 부피와 연결성이 다소 감소하는 패턴 변화가 일어났다. 복용을 중단한 뒤에는 원래의 패턴을 되찾았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을수록 특정 뇌 네트워크 간 기능적 연결성이 늘어난다는 점도 확인됐다.
헬러 박사는 후속 연구를 통해 자신의 데이터와 자궁내막증 환자의 데이터를 비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뇌의 호르몬 변동이 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헬러 박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신경과학자인 에밀리 제이콥스 박사는 네이처를 통해 “헬러는 과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혹독한 실험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인간의 뇌에 대한 더 큰 통찰력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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