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약속했던 필수의료 분야에 재정이 5년간 10조원 이상 들어가는 데 이 중 2조원이 올해 투입되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1조7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4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필수의료 지원이 확대되면서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건보공단의 적립금은 현재 32조원 수준이며, 지난해 중증·응급·비상진료 분야에 1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전공의 수련병원 지원금 1조5000억원을 선지급했으며 이는 올해 순차적으로 회수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건보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며, "올해도 흑자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의료계와의 갈등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정 진료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신설해 이상 진료 경향을 분석하고 급여 기준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감기·독감 등 일반 질환부터 CT 방사선 노출까지 다양한 급여 항목을 모니터링하며 보험자 이의 신청 및 심사 강화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비급여 항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급여 정보 포털’을 도입한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정부는 표준화된 실태 조사를 통해 급여 항목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비급여 진료비 정보는 공개하되, 병원별 세부 내역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의 재정 운영 방향에 따라 건강보험료율 조정과 의료정책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 구조를 최적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지출 관리가 최우선 과제"라며, "건보재정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산에 어린이병원 설립도 본격화 했다. 건보공단이 추진하는 일산 어린이병원은 건보공단 일산병원 본원 옆에 지어진다. 지하 4층, 지상 6층으로 연면적 1만 7716㎡ 규모다.
어린이병원이 설립될 부지는 애초에 건강검진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필수의료 등 좀 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을 설립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정 이사장 지시에 따라 어린이병원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다음 달 첫 삽을 뜨며 2028년 문을 열 예정이다. 일산 어린이병원은 고양시는 물론 △파주 △김포 △인천 △서울 서북권 △양주 일부 지역까지 소아 환자를 책임지게 된다.
정기석 이사장은 담배 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매일 비행기 사고가 한 번 이상 일어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담배의 유해성이 소송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0년 1심 판결이 나왔으나 패소했고 건보공단이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담배에는 중독성이 없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서 “담배를 끊으면 니코틴 수용체가 없어져 중독성이 없다는 업체들의 주장이 인용됐다”며 “하지만 완벽히 담배를 끊기 전까지는 수용체가 남아 있어 금연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논쟁들이 이어져 법원이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