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충격의 폭락, 왜 공포가 다시 퍼졌을까 [뉴스추적]

미스터동 [뉴스추적]은 복잡한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며,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풀어갑니다. 쟁점의 전체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스마트폰 주식 앱을 켜는 일이 두렵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670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미국 반도체 자존심으로 불리던 인텔 주가는 하루에 29%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하루에 1조 6,000억 원 넘게 던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밤이 되었다, 그랬더니 AI 거품론이 다시 등장했다.

황금 알을 낳던 거위,
현금을 삼키는 하마가 되다

실리콘밸리를 지배해 온 제국의 법칙은 단순합니다. 현금으로 미래 기술을 사들이고, 그 기술로 다시 제국의 성벽을 높이는 것이죠.

MS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이 올해 AI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것으로 추산되는 금액은 7,400억 달러(약 988조 원)에 달합니다. 1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난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그래도 시장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알파벳에는 검색 광고가 있었고, 아마존에는 전자상거래와 광고라는 캐시카우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도 회사 금고에 쌓인 자체 현금만으로 수백조 원의 투자비를 거뜬히 대왔던 겁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3분기(7~9월) 성적표를 공개하는 순간, 그 믿음에 커다란 금이 갔습니다.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계속 퍼부어야만 하는데, 정작 뒤에서 돈을 대주던 본업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회사 금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려하던 일이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투자에 쓰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90%였고 올해는 95%가 됐는데, 이제는 100%를 넘겼다.”
데니스 폴머 몬티스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

장사해서 번 돈을 전부 다 투자에 쏟아붓고도 모자라, 이제는 빚을 내거나 주식을 찍어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알파벳은 우리에게 충격을 던졌습니다. 지난 28일 실적을 발표한 직후인 29일,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알파벳 주가는 12.64% 폭락했습니다. 2004년 상장한 이후 역사상 가장 큰 하락 폭이었습니다. 단 하루 만에 날아간 시가총액만 5,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이릅니다. 올해 들어 차곡차곡 쌓아 올렸던 주가 상승분이 단 하루 만에 전부 날아갔습니다. 2025년 1월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930억 달러(약 793조 원) 증발했던 사건 이후 월가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일일 시총 증발 기록인데요.

그런데 알파벳 3분기 외형 성장만 보면 꽤나 훌륭했습니다. 3분기 총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1,276억 달러(약 170조 원)를 기록했고요. AI 열풍을 탄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103% 폭증한 310억 달러(약 41조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주식을 던졌습니다. 앞서 말한 캐시카우에 대한 위기감 때문입니다. 핵심 본업인 검색과 유튜브 광고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구글 검색 매출 증가율은 지난 2분기 17%에서 3분기 12%로 눈에 띄게 둔화하며,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시장 눈높이(13.5%)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재미난 점은, 왜 이렇게 됐을까를 고민하면 AI 때문입니다. AI 이용이 늘어나면서 광고 수익화 수준이 낮아진 거죠. AI를 앞장서서 개발하는 회사가 아이러니하게 AI 때문에 기존 돈벌이에 위기감이 생긴 겁니다. 이게 바로 지금 실리콘밸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AI 개발의 역설’입니다.

경쟁자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분야에 1조 달러(약 1,300조 원)가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정작 그렇게 만든 ‘AI 모드’가 기존 검색 시장을 갉아먹으면서 알파벳 최대 돈줄인 광고 수익을 깎아내리는 기막힌 모순.

마이크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핵심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AI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 중 하나가 오히려 AI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고 구글의 현금흐름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운영비와 설비투자 비용을 다 빼고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을 ‘잉여현금흐름’이라고 부르는데요.

알파벳은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지난 2분기에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59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90억 7,000만 달러(약 12조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AI 관련 지출이 500억 달러(약 67조 원) 이상으로 치솟고 자본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4%나 급증한 탓입니다. 알파벳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의 121.4%를 AI 투자에 쏟아부었습니다. 쉽게 한 문장으로 말하면 번 돈보다 쓴 돈이 훨씬 많다, 이겁니다.

알파벳은 자체 AI 칩인 TPU(텐서처리장치) 주문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는데요. 그러면서 내년에는 투자 규모를 더 크게 늘리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야! 너네들 우리가 이런 걸로 쫄 거 같아?! 한 겁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JP모건은 “핵심 사업에서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면 시장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죠.

이렇게 되자, 클라우드 경쟁자인 아마존으로 공포가 번졌습니다. 29일(현지시간) 실적을 공시한 아마존 역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7.3%까지 급락했습니다. 아마존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2,019억 4,000만 달러(약 270조 원)였는데요. 시장 전망치 2,023억 1,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아마존웹서비스)만 놓고 보면 성적은 화려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9% 급증한 460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증권사 애널리스트 예상치(456억 1,000만 달러)를 가뿐히 넘겼거든요. 2021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자 6분기 연속 성장세였습니다.

하지만 연간 2,200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청구서가 날아들자 클라우드의 호조세는 순식간에 빛이 바랬습니다.

이거 남는 장사 맞…아…? 이런 걱정, 그냥 걱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마존은 3분기에만 데이터센터 부지와 설비 구입에 773억 달러를 쓰면서,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424억 달러(약 57조 원 적자)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 2분기(-76억 달러)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인 데다, 적자 규모가 불과 석 달 만에 약 6배나 불어난 겁니다. 모자란 자금을 메우기 위해 장기차입으로만 481억 달러를 빌려왔을 정도죠.

그리고 아마존 역시 캐시카우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매장 매출, 오프라인 매장 성장률 그리고 광고 매출 역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불안하게 만든 건 연말 전망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낀 최대 성수기인 4분기 매출 전망치를 2,400억~2,47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치(2,445억 1,000만 달러)보다 낮아 투자자 기대치에 2%가량 미달하는 실망스러운 수치였습니다.

여기에 메타도 현금 흐름이 마르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서 지난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메타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밝혔고요.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주식 발행을 발표하면서 일주일 만에 주가가 10.5%나 미끄러졌습니다.

금이라는 왕의 귀환
신용시장에서 울려 퍼진
서브프라임 경고음

빅테크들이 줄줄이 현금 고갈의 늪에 빠진 가운데, 정반대 행보를 보인 곳이 있었으니
MS(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입니다.

MS는 7~9월 잉여현금흐름이 186억 달러(약 25조 원)를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1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비결은 절제였습니다.

알파벳이 영업현금흐름의 121.4%를 AI 투자에 쏟아부은 것과 달리, MS는 이 비율을 68% 수준으로 조절했습니다. 덕분에 다른 기술주들이 폭락하던 29일에도 MS 주가는 장중 2~4% 오르다 보합권에서 마감했습니다. 훌륭하게 방어한 거죠.

그리고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애플.

‘AI 후발주자’ ‘AI 지각생’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애플이 기술주 폭락장 속에서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부활했습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1.23% 소폭 하락한 채, 시가총액 5조 300억 달러(약 6,700조 원)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4.22%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4조 9,300억 달러(약 6,570조 원)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애플이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지난 7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이죠.

알파벳과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동안, AI 지출을 최소화한 애플의 2026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42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기업 현금 흐름이 다시 왕으로 떠올랐다.”

데이비드 추이 S&P 글로벌 레이팅스 분석가도 <뉴욕타임스>를 통해 “지금 기업들이 AI 투자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은 몇 년 뒤에나 실현될 것” “어떤 투자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투자자들이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다줄게! 라는 약속이 지쳤기에, 지금 당장 먹고살만한 기업이 더 주목받았다는 건데요.

지난 10월 중순, 여러분 기억나십니까. ‘코어위브’라는 미국 네오클라우드 기업 수조 원어치 GPU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보유한 GPU를 담보로 다시 대출을 일으키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빚투’를 해왔다고 지적됐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코어위브 회사채가 부실 채권으로 분류됐고, 시장에서는 “코어위브가 AI 업계의 서브프라임 등급 격”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아뿔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AI 신용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 그러면서 뉴욕증시는 7월 이후 최악의 내림세(S&P500 -1.1%, 나스닥 -1.9%, 다우 -0.1%)를 겪었는데요.

시장의 경고와 우려가 이번에 반복되고 있습니다.

AI가 전통 정보기술 산업을
집어삼키는 역설

신용시장에서 시작된 불안이 알파벳과 아마존의 현금흐름 적자로 번지더니, 10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30일(현지시간)에는 반도체와 전통 IT 산업 전체를 덮치는 거대한 해일로 돌변했습니다.

그리고 하락장에 파도를 정면으로 맞은 곳이 있었습니다. 인텔입니다. 30일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하루 만에 무려 28.58% 폭락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50여 년 만에 기록한 최악의 일일 낙폭이었고, 하루 동안 허공으로 날아간 시가총액만 1,400억 달러(약 187조 120억 원)가 넘었습니다. 10월 한 달간 누적 하락률은 45%에 달해 블룸버그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40년 만에 최대 월간 낙폭이라는 불명예를 썼습니다.

인텔이 왜 이렇게까지 무너졌을까. 여러분, 인텔이 발표한 3분기 매출은 165억 달러(약 22조 원)로 겉보기엔 시장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AI 에이전트 확산 덕분에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드는 데이터센터·AI 사업부 매출은 73억 달러(약 10조 원)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78%나 급증했습니다. 인텔 스스로 “15년 만에 가장 높은 데이터센터 성장률”이라고 자평할 정도였죠. 이뿐입니까.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도 58% 늘었습니다.

그러나 인텔의 진짜 기둥이자 핵심 사업인 PC용 반도체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81억 달러(약 11조 원)에 그치며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돈이 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설비를 HBM과 서버용 D램 생산 중심으로 대거 전환했다.

② 그 결과 일반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고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③ 부품 원가가 급등하자 PC 제조사들은 부품 확보에 차질을 빚거나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비싸진 PC가 안 팔리니 자연히 그 안에 들어가는 인텔의 PC용 프로세서 수요까지 급감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게다가 인텔은 올해 세계 PC 판매량이 12%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죠.

물론 이런 현상은 인텔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텔 부품이 안 필린다는 건, 우리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3분기 성적표에서도 드러납니다.

DS(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106조 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완제품(DX) 부문은 부품 원가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어쨌든 인텔이 촉발한 공포에 30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주저앉았습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86% 떨어지며, 지난 6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는데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에만 7.20% 폭락해 지난 6월 23일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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