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력 심장:효성重 창원]①'꿈의 송전' HVDC 국산화 전초기지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 사진 제공=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은 전세계 전력업계가 직류(DC) 송전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던 2012년부터 이미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내다봤다. 이후 독자적인 DC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5년간 흔들림 없는 연구개발을 이어오며 사투에 가까운 여정을 견뎠다.

이러한 집념은 결실을 맺었다. 효성중공업은 한국전력 경기 양주 변전소에 200MW급 전압형 HVDC를 국내 최초로 구현하는 쾌거를 거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뚝심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직류 송전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결정적인 발판이 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더 큰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판단한다. 기존보다 10배 큰 용량인 2GW급 HVDC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GE·지멘스·히타치 등 글로벌 빅3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8일 방문한 창원공장은 효성중공업의 꿈을 현실로 바꿀 HVDC 국산화의 최전선으로 엔지니어들의 눈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효성중공업이 기술 국산화로 개발한 전압형 HVDC / 사진 제공=효성중공업

0.1%의 오차도 불허하는 HVCD 국산화

'꿈의 송전'이라 불리는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교류(AC) 전력을 직류(DC)로 변환해 송전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교류 송전 대비 전력 손실이 현격히 적고 거리 제약이 없어 장거리 대규모 전력 수송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압과 전류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어 서로 다른 전력망을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 태양광·풍력 등 출력 변동성이 큰 신재생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도 주목받는다.

하지만 HVDC 국산화는 바늘구멍 뚫기 만큼 까다롭다. 수만개의 정밀 부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며 초고압 환경에서도 단 0.1%의 오차나 절연 파괴를 허용하지 않는 최첨단 기술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변환 기술은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도 극소수 기업만이 점유해 왔다. 열 제어와 시스템 설계 등 고도의 복합 엔지니어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소한 결함만으로도 국가 전력망 전체가 마비된다. 이같은 압박감과 책임 등으로 많은 전력업체가 HVDC를 사업영역으로 삼지 않았다.

그러나 효성중공업은 달랐다. 미래를 내다보고 15년간 꾸준히 기술개발을 진행해왔다. 장재성 효성중공업 전력PU 창원공장장(상무)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HVDC 국산화를 위한 채비를 마쳤다”며 “내년 하반기 창원공장에 HVDC 전용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조만간 뚜렷하고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전력 양주변전소에 설치된 효성중공업의 200MW급 전압형 HVDC 시스템 / 사진 제공=효성중공업

15년 뚝심이 빚어낸 에너지 대동맥의 심장

효성중공업의 HVDC 국산화는 15년간의 외로운 모험이었다. 임희수 효성중공업 DC시스템사업팀장은 “당시에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무모한 도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처절할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회상했다.

효성중공업은 무작정 개발에 매몰되기보다 ‘스태콤(STATCOM)’ 상용화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HVDC에 영리하게 녹여냈다. 스태콤은 전력 계통의 전압을 안정시키고 품질을 높이는 핵심 설비다.

이날 방문한 스태콤 생산 라인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현장 직원은 “방진복과 신발 커버를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하다”며 “미세한 먼지나 수분으로도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부는 코끝이 찡해질 만큼 건조하고 서늘했다. 습도계는 10% 미만을 가리켰고, 엔지니어들의 눈빛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나타났다.

직류 장비는 미세한 이물질에도 절연 파괴가 일어날 수 있어 습도를 10% 이하로 통제하는 ‘데저트 룸(Desert Room)’ 운영이 필수다. 특히 습도에 취약한 절연물 관리를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제조 환경에 준하는 청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가운데)이 8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제공=효성중공업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교두보로 세계 진출

효성중공업은 내년말 시제품 양산이 시작될 창원 전용 공장을 거점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한 후 글로벌 무대로 도약할 계획이다.

1차 목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호남권의 신재생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이 국가급 프로젝트에서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표준인 2GW급(525kV) 전압형 HVDC 기술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글로벌 HVDC 시장은 GE·지멘스·히타치가 장악하고 있지만, 효성중공업은 200MW급 모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대용량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희수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2GW급 HVCD 시스템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핵심 부품을 미리 확보하는 등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기기 납품을 넘어 설계·제작·시험·운영을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역량도 효성중공업의 강력한 무기다.

장재성 공장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될 HVDC 전용 공장은 효성중공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2030년 서해안 프로젝트 준공을 시작으로 우리의 HVDC가 전세계 전력 시장을 주름잡는 기술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사(NASA)급 청결도와 사막 같은 건조함 속에서 완성되는 효성중공업의 HVDC 기술은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에너지 대동맥'이 될 전망이다. 모두가 불가능을 말할 때 시작한 15년의 도전이 이제 한국을 넘어 전세계 전력 지도를 다시 그릴 준비를 마쳤다.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점에 선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뜨거운 열기가 교차했다. 단 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엔지니어들의 매서운 눈빛은 국산화에 대한 강력한 집념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들의 손끝에서 모두가 반신반의했던 ‘꿈의 송전’은 현실화될 예정이다. 창원공장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 전력 지도를 새롭게 그릴 K-전력의 새로운 심장이 힘찬 고동을 준비 중이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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