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유통 ‘코스트코’의 파장, 시작은 기대였다
전라북도 익산에 코스트코가 들어온다는 소식은 지역경제에 ‘다들 환영할 일’처럼 보였다. 대규모 유동인구 유입, 소비 활성화, 정규직 일자리 창출, 관광객 증가 등 굵직한 경제효과가 예고됐다. 실상 익산 일대 곳곳에는 “코스트코 입점 환영” 현수막이 내걸릴 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지자체 역시 인구 감소와 소비력 약화에 시달려 온 만큼, 익산시와 코스트코 코리아가 800억 원대 투자협약을 맺고 2026~2027년 개점을 본격 추진했다. 전국에 이미 18개의 점포를 둔 코스트코지만, 전라도엔 본적조차 없는 첫 입점이기 때문이었다.

“경제 살린다”는 명분 뒤엔… 소상공인과의 충돌
하지만 막상 본격 입점 발표가 이뤄지자,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 단체, 시민단체의 반발이 전례 없이 거세졌다. 골목상권 몰락, 자영업자 생존 위협, 지역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실제로 편의점·슈퍼·전통시장·농산물 판매점 등은 “코스트코 한 곳이 들어서면 이마트 4~5개가 동시에 생기는 것과 맞먹는 타격”이라며 생존권 보장을 호소했다. 익산시와 코스트코 측은 정규직 채용, 지역 우수 제품 입점, 상생협약 추진을 내세웠지만, 상인 연합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익산시가 의견수렴도 없이 대형 유통업체 편들기식 행정을 강행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극렬히 저항했다.

“상권 보호 vs 지역 발전”… 승자는 누구인가
이번 논란은 지역사회 내 두 개의 대립축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코스트코의 유치로 ‘원정쇼핑’(외지에서 대형마트 이용)이 줄고 소비 유입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에 일부 지역민들은 찬성을 표한다. 익산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 등 일부 조직은 “오히려 기회”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췄다.
반면 인근 전주, 군산, 완주 등과 서북권 전체의 소상공인 단체는 상권 붕괴, 경제생태계 붕괴, 영업이익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며 “지역 자본 다 뺏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종사자들은 “상생협약이란 말뿐인 허울에 불과하다”며 반대를 멈추지 않았다.

왜 전주, 군산엔 아직도 없나?
이 모든 논란의 근간, 바로 코스트코가 전라도에 단 한 곳도 없는 이유에도 흥미로운 사연이 담겼다. 전주시도 과거 ‘에코시티’ 부지에 코스트코 입점을 추진했으나, 당시에 전주시장이 “외국 냉동식품 맛에 아이들이 길들어질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사례가 있다. 또, 지역 농축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창고형 할인매장은 적합하지 않다”며 시에서 직접 부지 용도 변경 자체를 막았다. 마침내 이 부지는 결국 홈플러스, 이마트트레이더스 등 다른 대형마트에 넘어갔다. 그만큼 전라도는 유난히 초대형 외국계 유통업체 진입에 보수적이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을 더욱 부각시켰다.

‘특혜 논란’과 행정, 맞서는 반발
익산시는 코스트코 유치를 위해 도시계획 등 관련 조례까지 변경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실제로 물류단지 일부를 ‘유통용지’로 바꾸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투자보조금 지원까지 논의됐다. 이를 두고 “대기업 특혜 아니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일부에선 코스트코가 땅을 사기도 전에 시가 나서서 각종 인허가와 인센티브를 사실상 ‘맞춤형’으로 밀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익산시는 “경쟁이 치열해서 어쩔 수 없다”, “지역 상생 대책 만들 것”이라 해명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역의 고민, 해법은 어디에
전라북도 코스트코 사태는 단순한 대기업 유치 논란을 넘어, 지방 경제의 경쟁력, 상권 보호,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본질적 과제를 던진다. 대형 유통이 들어서며 일부 소비자는 이익을 얻게 되지만, 오래 이어 온 자영업자는 하루아침에 생계 기반을 잃을 수 있다. 상생협약·지역 채용·지역 우수 상품 입점 같은 긍정적 기대도 있지만, 빈번히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현실과의 괴리 역시 크다.
전북 지역에서 코스트코가 실제로 ‘경제를 살릴 호재’가 될지, 혹은 지역 기반 상권까지 파괴할 재앙이 될지는 앞으로의 상생 대책과, 지역민들의 집단적 합의 과정에 달려 있다. “코스트코를 반드시 막겠다”는 연대와, “함께 가자는 공존 모델”–그 해법은 아직 미완성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역사회의 미래는 결국 외부 대자본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소리와 책임 있는 선택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