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아닌 당직자 나와봐…엎어진 ‘연포탕’, 퇴행하는 국힘

서영지 기자 2023. 3. 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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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주요 당직에 친윤 일색
김재원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당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친윤석열계로 채워진 주요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최다 득표로 당선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보수 교회를 찾아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한 사실도 이날 알려졌다. 지난 3·8 전당대회로 새 출발을 한 여당에서 김 대표가 약속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는 안팎에서 실종되고, 오히려 과거로 퇴행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 사무총장으로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각각 초선의 박성민, 배현진 의원을 임명하는 인선안을 의결했다. 모두 강성 친윤으로 분류된다.

당 대변인도 친윤 일색이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초선 그룹 내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며, 윤희석·김예령 대변인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와 선대위 대변인 출신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강민국 수석대변인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도왔던 김민수 대변인도 친윤계와 가깝게 분류된다. 김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강대식 의원을 임명했다. 강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됐었지만, 지난 1월 나경원 전 의원을 공격하는 초선 의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며 친윤계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의 기준에 대해 기자들에게 “그동안 당의 여러 가지 현안들, 실무적 일을 많이 해온 정통한 능력을 갖춘 분을 중심으로 인선했다”며 “대통합 모양에 맞는 인물 선정에도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당에 비윤이 어디 있느냐. 다양한 분들이 다 섞여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 내부 평가는 지도부 인식과 차이가 있다.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안철수계나 이준석 전 대표가 돕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쪽 인사는 전혀 당직에 기용되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김기현 대표가 될 경우 가장 걱정된 점이 ‘친윤계에 끌려다니지 않을까’ 아니었나”며 “결국 이번 인사를 보면 김 대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친윤계로 채운 거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포함해 주요 당직에 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비윤계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연포탕을 영남에서만 끓이면 되냐. 내년 총선도 당원들만 갖고 하려는 거냐”고 했다. 전당대회 직후 내정된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경북 구미갑)을 비롯해 이날 발표된 강대식 최고위원(대구 동을),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울산 중구), 강민국 수석대변인(경남 진주을) 등 대부분이 영남 의원인 점을 비꼰 것이다.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기획과 조직 부총장에 ‘초선’ 친윤을 배치한 것도 “전문성을 보지 않고 상명하복하며 임무를 잘 수행할 사람만 뽑았다”(한 초선 의원)는 뒷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여당이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윤계 초선 의원은 “앞으로 용산이나 대통령실의 무리한 행보나 발언을 옹호하기만 한다면 그 평가는 고스란히 다음 총선에서 돌아올 것”이라며 “당정일체가 중요하다곤 하지만, 여당이 주도권을 잃고 끌려가서는 대통령실 하부조직이라는 얘기나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김재원 전 의원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극우 성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전 목사가 “헌법에 5·18 정신을 넣는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냐. 전라도는 영원히 10%”라고 말하자, “(헌법에 5·18 정신을 넣는)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라고 했다. 전 목사가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 아니냐”고 하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지난 2020년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등 국민의힘이 최근 몇년 동안 보여온 확장·통합 행보에 역행하는 것이다.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기현 대표도 전당대회 기간 동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한 영남 초선 의원은 “대선 때는 ‘제주 4·3사건’ 아픔을 치유한다고 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었다. 그걸 다 부정하면 누가 우리 당을 신뢰하겠냐”며 “벌써부터 지도부가 통합이 아닌 네편 내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전북 남원·임실·순창에 지역구를 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신중하게 발표한 공약을 ‘조상 묘’ 운운하며 가벼이 평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사견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당당히 사과하는 게 옳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그 자리에서 그냥 덕담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에서는 퇴행을 걱정하는 의견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미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왔다.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면서 민심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저녁 김 대표 등 새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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