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빛’ 입은 광주, 역사·문화 이야기 빛난다
5·18광장, 광주읍성 유허, 옛 도청, 서석초 일원
역사 강사 최태성 ‘렉처 콘서트’…야행화폐 운영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도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낮에는 스쳐 지나가던 건물과 골목, 오래된 흔적들이 밤의 빛을 입고 다시 살아난다. 광주의 밤이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광주 동구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2026 광주국가유산야행’을 연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는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막식은 24일 오후 7시 광주읍성 유허에서 열린다. 취타대 행렬이 밤거리를 가로지르며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창작 총체극 ‘세 개의 시간’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배우와 합창단 등 30여 명이 참여해 지난 10년간 축제가 쌓아온 기억과 국가유산의 의미를 공연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번 야행은 ‘8야(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야경, 야로(역사투어), 야사(체험), 야화(전시), 야설(공연), 야식(먹거리), 야시(장터), 야숙(체류) 등 여덟 가지 테마를 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머무르고 즐기는 축제로 확장했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5·18민주광장과 광주읍성 유허, 옛 전남도청, 서석초등학교 일원에서 펼쳐진다. 각 권역은 서로 다른 시대의 풍경을 담아내며, 관람객이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시간여행’이 되도록 구성됐다.
옛 전남도청 권역은 ‘근대의 시간’을 주제로 꾸며진다. 옛 도청 본관(국가등록문화유산)과 회의실(광주시 지정문화유산)을 설계한 건축가 김순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공간의 의미를 되짚는 전시가 마련된다. 관람객이 직접 작은 건축물을 만들어보는 ‘미니 벽돌 건축 만들기’ 체험도 진행된다. 25일에는 역사 강사 최태성의 렉처콘서트 ‘건축가의 고민’이 열려 근대 건축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광주읍성 유허 권역은 ‘조선시대의 시간’을 빛으로 되살린다. 20m 규모의 조명 터널이 조성돼 관람객은 빛으로 표현된 옛 읍성길을 따라 걸으며 과거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다. 또 조선시대 관아를 재현한 공간에서 어린이 사또가 되어 보는 ‘사또의 하루’, 도자기·짚풀공예 체험이 가능한 ‘읍성 밖 작은 장’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여기에 남도의례음식장 민경숙이 참여하는 ‘흑백 미식가’ 프로그램이 더해져 전통 음식과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서석초등학교 권역은 ‘미래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광주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살려, 130여 년 전 교실을 배경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관람객은 옛 교복을 입고 당시 수업을 직접 경험하며 근대 교육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국어 시간에는 옛 교과서를 읽으며 당시 교실 분위기를 느끼고, 산수 시간에는 ‘산가지 놀이’를 통해 전통 계산 방식을 경험한다. 체험을 마친 뒤에는 옛날 간식 쿠폰이 제공돼 체험의 재미를 더한다. 이와 함께 ‘서석박사’ 프로그램과 서석초 이야기를 품은 ‘서석당 오르골 만들기’ 등도 펼쳐진다.
이번 야행에서는 관람객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상권이 함께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야행 화폐’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세 개 권역에서 미션을 수행해 스탬프를 모으면 야행 화폐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행사장 부스나 인근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동구에서 2만 원 이상 이상 구매하면 5000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돌려받는 페이백 행사와, 지역화폐 결제 시 추가 환급 기회를 제공하는 추첨 이벤트도 진행된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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