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태’ 속 국민연금 고심…팔면 눈총, 안 팔면 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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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은 쪽은 승기를 거머쥘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경영진 측 안건에 대체로 찬성을 던졌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 시작된 지난 3월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2건의 안건에 대해 모두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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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7.83%’ 국민연금 선택에 양측 희비 엇갈릴 듯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은 쪽은 승기를 거머쥘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예정된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관련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로 5.34%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영풍·MBK는 당초 목표(최소 6.98%에서 최대 14.61%)에는 못 미치는 결과이지만 고려아연 지분을 38.47%로 늘리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약 34%)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공은 이제 고려아연으로 넘어갔다. 베인캐피탈과 손잡은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약 15%의 지분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공개매수로 사들이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모두 소각해야 한다. 이럴 경우 베인캐피탈의 매입분(2.5%)만 추가돼 최 회장 측은 36%대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영풍·MBK 측이 지분 2%가량 우세한 구도가 되는 셈이다.
양측이 치열한 '쩐의 전쟁'에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이 양측의 공개매수에 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매매차익을 고려해 영풍·MBK 연합(83만원)보다 높은 주당 89만원을 제시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공개매수한 고려아연 자사주는 소각될 예정이라 영풍·MBK 연합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된다. 전체 유통 물량이 줄어들면서 영풍·MBK 측 지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지난 5년간 고려아연 경영진 안건에 92% 찬성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다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분율을 끌어올린 영풍·MBK 연합은 조만간 이사회 선임과 관련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최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의 구성을 깨야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이사 13명 가운데 영풍 측 인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유일하다.
이사회 선임 안건이 올라올 경우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가 아닌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의 판단에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은 기금운용본부가 수책위의 개입을 요구하거나 수책위 위원 3분의 1이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회부를 요청할 경우 수책위로 의결권 행사 권한이 넘어간다.
과거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경영진 측 안건에 대체로 찬성을 던졌다.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53건 가운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의안은 단 4건이다. 그중 2022년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이사 선임안도 포함됐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 시작된 지난 3월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2건의 안건에 대해 모두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 입장이 조만간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오는 18일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집중 질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반(反) ESG 운용사들이 국민연금 출자를 받을 수 없게 하는 일명 'MBK 방지법'을 발의하는 등 국회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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