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단풍 명소가 붉은 군락으로 가을을 알리는 이 계절, 단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그 모든 풍경을 압도하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 안동의 ‘용계리 은행나무’. 수령 700년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사람보다 오래된 생명으로, 이 땅의 시간과 정서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인공섬 위에 기적처럼 옮겨 심어진 은행나무는 가을이 내려앉을 때 비로소 진짜 존재의 이유를 드러낸다.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단풍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수곡용계로 493-24 인근, 평범한 시골 도로를 지나면 문득 황금빛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높이 46.3m, 둘레 14m.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지금, 11월 중순. 나무는 수천 장의 은행잎으로 화려하게 단장해, 마을 전체를 따뜻한 금빛으로 감싼다. 나뭇잎이 햇살을 받아 반짝일 때면, 세상에 이런 단풍도 있었나 싶을 만큼 압도적이다.

이 은행나무는 원래 ‘용계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다. 하지만 1990년,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면서 나무는 존재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식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과 문화재청은 15m 높이의 인공섬을 조성해 나무를 수직으로 옮기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무려 4년간, 25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이 이식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나무 이식 사례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은행나무에 깃든 이야기는 단풍보다도 진하다. 조선시대 훈련대장 탁순창이 마을에 정착하며 만든 ‘은행나무 계’는 지금도 그의 후손들에 의해 매년 제사로 이어진다.
비록 마을은 댐 건설로 사라졌지만,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기억을 잇는다. 이 은행나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세대와 공동체, 역사와 자연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은행나무는 인공섬 위에 있다. 작은 다리를 건너는 순간, 풍경은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변한다.
수면 위를 스치는 바람, 잎사귀가 부딪히며 나는 사각사각 소리, 그리고 금빛으로 가득한 나무. 그 아래에 서면, 사진을 찍는 것도, 말을 꺼내는 것도 잠시 멈춰진다.
주변의 단풍나무들과 작은 은행나무들이 이 장면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길가에서 점점 짙어지는 색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이 거대한 중심에 도달하게 된다.
💡 여행 팁 & 관람 정보

📍 위치: 경북 안동시 길안면 수곡용계로 493-24 인근
💰 입장료: 없음
🚗 주차 정보: 전용 주차장은 없으며, 도로 갓길 이용
🕘 관람 시간: 연중무휴 / 상시 개방
🚻 편의시설: 별도 시설 없음 (자연 감상 중심)
📸 팁: 오전~오후 2시 사이 방문 시 햇살과 단풍 반영이 가장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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