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전 세계 어느 도로, 어떤 기후에서도 완벽하게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선, 단지 '설계'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이를 입증하듯, 전기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극한의 조건에서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그 최전선이 바로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 내에 위치한 '환경시험동'이다.

자동차 열관리 기술은 냉난방 시스템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전동화 시대에는 배터리와 전장 부품의 온도 유지가 곧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환경시험동은 엔진, 공조, 배터리, 자율주행 제어기 등 차량 내 열 관련 모든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시험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공조 전비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까지 아우른다.

먼저 살펴본 챔버에서는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6 N'이 최대 50℃ 고온 조건에서 시험 중이었다. 차량은 섀시 다이나모미터 위에서 시속 50km로 주행 중이었고, 차량 위에는 최대 1,200W/㎡ 일사량을 구현하는 인공 태양광 장치 '솔라 램프'가 작동 중이었다.
탑승한 인체 모형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은 운전자처럼 곳곳에 온도 센서가 부착돼 있었다. 공조 시스템이 작동할 때 실제 사람의 체감 온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밀 측정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강설 강우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단순한 저온이 아닌, 영하 30℃의 눈보라 환경이 재현된다. 시험 차량은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 SUV '아이오닉 9'이다. 화이트아웃처럼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차량 전체가 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여름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살이 에이는 추위가 바깥까지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눈과 비가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다. 충전구나 프렁크로 눈이 유입되면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실링 구조, 히팅 기능, 수분 침투 여부 등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홍환의 연구원은 "강설 조건은 배터리 안전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눈 쌓이는 위치, 밀폐 상태, 히팅 작동 조건 등을 실차처럼 재현해 설계 최적화에 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