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주식개미 외면? "집중투표제 도입, 여건 조성 더 필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금투세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정부 의견을 밝혔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기업 상황에 따라서 도입을 판단해야 한다"고 대주주인 기업 측 입장에 기운 듯한 입장을 보였다.
최 부총리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금 (금투세) 유예 의견도 나오지만 유예의 이유가 되는 여러 사건들이 사실 1~2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를 통해 제정된 법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예정 이었으나 내년으로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유예를 할 경우에는 불확실성을 이연시키는 것"이라며 "결국 폐지한 후에 저희가 여러가지 금융투자 뿐만 아니라 금융자산 과세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과 최 부총리 등 내각 인사들은 이날 국회에서 민생 입법 과제 점검 당정협의를 갖고 금투세 폐지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최 부총리는 그런 한편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등 제도적 보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한 주당 선출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들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집중투표제 문제는 회사의 정관으로 이를 실행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돼있다. 이제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지금 상황에서 그것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보수적인 입장이 더 많다고요? 그건 기업들 얘기"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최 부총리는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진 의원은 "그럼 누구 얘깁니까"라고 되물었고, 최 부총리는 "학자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상황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건 조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 (집중투표제의) 도입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지분이 많은 대주주는 소액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감세 정책이 '상위 1% 거대 자산가에게 혜택을 집중시킨 감세 정책'이라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를 추진했다고 주장을 하시지만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대기업에 세제 혜택이 많이 간 것은 맞지만 대기업 자체가 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경제부총리 "대기업에 혜택 갔으나 부자감세는 아니다")
진 의원은 또 "사외의사 명칭도 '독립이사'로 바꾸고, 겸직 기준이나 재직 기간도 선진국처럼 강화해 실질적으로 경영진의 감시·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하며 독립성 강화에 대한 최 부총리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최 부총리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론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진 의원은 "상법 개정안에 주주 이익 보호와 관련, 노력 의무를 담기로 했다는 정부안의 내용이 보도됐다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반박됐다. 어떤 것이 맞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여러 사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 확정된 방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의견을 모아보려고 하고 있다"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며, 이번 정기국회 중에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재정정책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야당 측 지적에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치를 고려해도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전면적인 경기 부양은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만 자영업자나 건설업 등 어려운 부분에 대해 부분적인 부양은 필요하다"면서도 "금리 등으로 적극적인 부양에 나서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가 오르는 데 대해서는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에 대한 경고가 떴기 때문에 은행들과 협조 아래 대출을 줄이고 있다"며 "(대출금리 상승은)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고 가계대출 등이 안정화하면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11월 기준금리 결정은 미국 대선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 여건이 굉장히 많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11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는 미국 대선 및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결정 이후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천천히 내리는 것은 금융안전을 고려하기 때문"이라며 "자영업자만 생각하면 금리를 내리는 게 맞지만, GDP 전체로 보면 자영업자 외에는 2%이상 성장을 하고 있다. 금융안전, 가계 부채와 부동산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금리를 낮추면 다른 부작용이 있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생각보다 금리 인하를 늦췄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설치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끌어다 쓰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환율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폈다.
이 총재는 "외평기금의 사용여부와 환율의 안정성과 규모 등을 봤을 때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환시장에 개입할 정도로 기금 자체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한은의 발권력도 있어 외환시장에 개입할 탄약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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