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사업구조 흔들리나…노란봉투법에 택배업계 '긴장 고조'

CJ대한통운은 최근 하청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 했다. /생성형 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택배업계 전반의 비용 구조와 사업 모델 변화 가능성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원청 사용자성 판단과 직접 교섭 이슈가 맞물리며 기존 위수탁 기반 수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간접고용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법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경우 인건비 구조, 서비스 경쟁, 투자 전략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8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최근 하청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가 관련 절차를 수용한 데 이어 업계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까지 움직이면서 노란봉투법 영향이 물류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자성 확대’…사업 모델 흔드는 구조 변수

핵심은 ‘사용자성’이다. 개정된 노조법은 단순 계약 관계를 넘어 노동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까지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배송 단가 결정, 업무 배정 방식, 평가·페널티 체계 등 ‘구조적 통제’가 확인될 경우 원청 기업도 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은 도급 구조가 여러 단계로 얽혀 있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현장에서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배 산업은 그동안 택배회사→지역 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를 통해 비용과 책임을 분산해왔다. 특수고용직 기사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구조는 인건비를 변동비로 관리할 수 있는 핵심 장치였다. 그러나 원청 교섭이 본격화될 경우 임금, 수수료, 근무 환경 등이 원청 의제로 이동하면서 비용 부담과 노사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CJ대한통운은 약 2500여개 대리점과 약 2만2천명 규모의 협력 기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국 물류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대리점 중심 운영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CJ대한통운은 최근 사외이사로 노동 전문가를 선임하며 이사회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는 노사 리스크를 이사회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포석으로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범위 확대가 경영 의사결정과 직결될 가능성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비용 상승 vs 속도 경쟁…수익성 구조 ‘딜레마’

재무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비용 구조다. 수수료 인상, 배송 강도 완화, 휴식권 보장 등이 교섭 의제로 반영될 경우 건당 배송비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다. 기존 변동비 중심이던 인건비 구조는 준고정비 성격으로 바뀌며 비용 탄력성이 낮아지고, 물동량 변동에 따른 수익성 대응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 상승이 서비스 경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은 ‘오네(O-NE)’를 중심으로 2회전 배송·주7일 배송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업계 전반에서도 속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자동화 기반 배송을 고도화한 쿠팡과 달리 인력 중심 구조를 가진 택배사는 비용 상승 속에서도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전략과의 충돌도 불가피하다. CJ대한통운은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W&D 하역 공정 중심으로 피지컬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에도 약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건비 상승까지 겹칠 경우 재무 부담이 복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CJ대한통운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놓이게 된다. 인건비 상승을 감내하며 서비스 경쟁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것인지다. 어느 쪽이든 소비자 가격과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라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며 “타사 대응과 업계 흐름을 보면서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장 혼선이나 배송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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