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에 확산되는 우울증, 3개월 이내 치료 권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건강’이라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혹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아마 상당수는 ‘질병’이나 ‘부상’을 연상하며, 병에 걸리지 않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 말하지 않을까 싶다.
맞다. 아프지 않는 것, 다치지 않는 것은 건강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다만,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는 범위를 신체적인 측면에만 국한하지 말고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몸의 건강만큼이나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스프링 피크
봄이 찾아오며 날씨가 급격하게 따뜻해지고 있다. 따뜻해지는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포근해지면 좋으련만,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 현상은 따뜻한 날씨와는 상반되게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스프링 피크 현상이란 우울증 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봄에 특히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명칭이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각각 3월, 4월, 5월로 모두 ‘봄’이라 부르는 시기다.
우울증 환자,
2030에서 상승폭 두드러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2014년 약 58만7천 명에서 2018년 약 75만2천 명으로, 다시 2022년 거의 100만 명 가까이로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2014년부터 5년 동안 약 28%, 다시 그로부터 5년 동안 약 33%가 증가한 셈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젊은 세대의 우울증 사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8년 약 9만8천 명(13%)에서 2022년 약 19만5천 명(19%)으로, 30대 우울증 환자는 2018년 약 9만3천 명(12%)에서 2022년 약 16만4천 명(16%)로 증가했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환자 수는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40대의 경우 그 비율이 1% 가량 증가했으며, 50대 이상에서는 비율상 3~4%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우울증이란 우울감과 의욕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인해 다양한 인지적, 정신적 증상을 일으키며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활동 등 정신적인 측면부터 신체적인 측면까지 지속적으로 저하되거나 혹은 저하된 상태가 유지되는 상태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지만, 이런 상태가 반복되거나 지속되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울증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병이기도 하다. 유전학적 요인, 신경 생화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 신체질환 요인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뚜렷하게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란 쉽지 않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영역의 질환에 대한 문제 인식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정신건강’이라는 키워드가 분명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라 말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이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인식,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WHO, 정신건강 문제
3개월 이내 치료 권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한 후 12주, 즉 3개월 이내에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내에 치료를 받는 경우는 30.9%로 나타났다.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후 1년이 넘어서야 치료를 받는 경우도 27.6%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보건복지부의 같은 자료에는 ‘치료를 고민하는 이유’를 1위부터 3위까지 체크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조사·분석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을 1위로 체크한 비율이 1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5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음에도 이와 같이 답변했다는 분석이다. 1위부터 3위까지 중 ‘주위의 부정적 시선’을 체크한 비율은 32.6%, ‘정신질환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을 체크한 비율은 34.3%, ‘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걱정’을 체크한 비율은 32.6%다. 정신건강 관련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핵심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돼 오던 말로, 이제는 꽤나 널리 알려져 있는 말이다. 조기진단과 치료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관련 문제는 종류도 다양하고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여전히 주위의 시선은 두렵다. 치료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건강보험 등 적용을 꺼리고, 정신건강 관련 병원에 출입하는 모습 자체를 감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병을 숨기게 하고 곪아가게끔 하는 건 결국 사회적 인식이다. 편견으로부터 숨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인도, 사회도.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하며,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