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관절 통증’ 예방법] 무리했다간 손 못쓴다
손잡이 굵은 주방도구 쓰고 냄비는 양손 사용
손목·손, 가능한 한 일직선 유지해야 손상 예방
쪼그려 앉으면 서 있을 때보다 8배 하중 높여
성묘·벌초 등 야외활동 땐 등산·운동화 착용을
기록적인 폭염이 한풀 꺾이고 어느덧 민족 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풍성한 음식과 함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우리 몸의 관절, 특히 손목과 무릎 부위는 이 시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명절에는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과 갑작스러운 활동량 증가로 인해 근골격계가 미처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서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통증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관절을 지키는 건강 수칙에 대해서 알아보자.

◇쉴 틈 없는 손목의 비명 ‘손목터널증후군과 손목 건초염’= 명절 상차림 간소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명절 음식 준비는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온종일 이어진다. 무거운 재료를 나르고 수없이 칼질을 하며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는 등 반복적인 손목과 손가락의 사용은 손목에 큰 부담을 준다. 이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손목터널증후군’과 ‘손목 건초염(드퀘르벵 병)’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에 위치해 뼈와 인대로 이루어진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해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이 터널 안으로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데, 반복적인 사용으로 주변 조직이 붓게 되면 가장 연약한 신경이 먼저 눌리게 된다. 이로 인해 엄지와 검지, 중지와 손바닥에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져 잠에서 깨거나 손을 터는 행동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의 감각이 둔해져 단추를 잠그거나 젓가락질 같은 정교한 동작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손목 건초염은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이 힘줄을 감싼 막(건초)에 과도한 마찰로 염증이 생긴 것으로, 엄지 쪽 손목에 통증과 부종이 나타난다. 물건을 잡거나 비트는 등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는 동작을 할 때 찌릿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장민재 김해 the큰병원 원장은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 주먹을 쥔 뒤 손목을 아래로 꺾었을 때 심한 통증이 유발된다면 이 질환을 강하게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목 통증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손목 통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작은 습관들을 교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의식적인 휴식을 취하며 손목의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손목을 가볍게 돌리거나 깍지를 낀 손을 앞으로 뻗어주는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누적되는 힘줄과 근육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방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칼이나 국자 등은 손잡이가 너무 가늘지 않고 굵은 것을 선택하고 무거운 냄비나 프라이팬은 반드시 양손으로 들어 옮겨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작업 내내 손목을 과도하게 꺾은 상태로 힘을 주기보다 손목과 손이 가능한 한 일직선을 유지하도록 신경 쓴다면 불필요한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쪼그려 앉은 무릎의 수난 ‘퇴행성 관절염의 악화’= 명절 기간 무릎 관절은 수난을 겪기 쉽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음식을 만들거나 친지들과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함께 TV를 시청하는 등 장시간 바닥에 앉아있는 자세는 무릎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7~8배나 증가시킨다. 무릎 앞쪽 연골에 집중적인 압박을 가하고 연골의 마모를 가속화해 기존에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던 환자라면 통증과 부종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또한 추석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인 성묘나 벌초 역시 무릎 관절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비되지 않은 산길이나 경사진 잔디밭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은 평지를 걸을 때의 몇 배에 달한다. 특히 계단을 내려올 때는 체중의 5~6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에 실리므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의 활동은 더욱 위험하다. 장민재 원장은 “과거에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나 십자인대 손상 병력이 있는 경우 혹은 심한 ‘O’자형 다리 변형이 있다면 무리한 활동 시 통증이 재발하거나 악화되기 쉬우므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 무릎 관절을 건강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명절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 습관 전반을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무릎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한국의 전통적인 좌식 생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절이라도 가능한 한 소파나 의자를 이용하고 부득이하게 바닥에 앉을 때는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펴거나 수시로 자세를 바꿔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또한 성묘나 벌초와 같은 야외 활동 시에는 신발 선택이 관절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발이 편하고 충격 흡수가 잘 되며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부상과 관절의 피로를 막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무릎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한 자기 관리에 있다.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무릎 건강의 기본이다. 장민재 원장은 “실제로 체중 1㎏ 감량은 걸을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4㎏가량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여기에 평소 허벅지 앞쪽 근육(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을 꾸준히 병행한다면 무릎으로 가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 자체를 안정시키는 가장 강력한 보호 장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절 후, 통증이 남았다면?= 명절을 보낸 후 2~3일 정도의 충분한 휴식 뒤에도 관절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단순 근육통은 휴식과 온찜질로 대부분 호전되지만 앉았다가 일어설 때, 경사진 길을 내려올 때와 같은 특정한 동작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반복되고 관절이 붓거나 뻣뻣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감각 이상도 동반된다면 인대나 신경, 연골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 장 원장은 “파스 등으로 일시적인 처치를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더 복잡하고 긴 치료 과정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증상 초기에 근처 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절 전후로 내 몸, 특히 고생한 관절의 소리에 조금만 더 귀 기울이는 슬기로운 건강관리를 통해 모든 가정에서 통증 없이 행복하고 건강한 추석 보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