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다리털 많이 빠지면 '당뇨병' 의심해 봐야

여름 더위가 본격화되면서 반바지, 샌들 착용이 잦아졌다. 자연스럽게 다리와 발 상태를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다리털이 평소보다 듬성듬성 빠져 있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 초기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순환 이상으로 털 빠질 수 있어
지난 12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뇨병 전문가 케네스 할리스 박사 “당뇨병 환자에게 털 빠짐 증상은 혈액순환 이상으로 인한 신경 손상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리와 발가락 털이 빠지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혈액이 말초 모세혈관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면, 모낭에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털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관과 신경이 손상된다. 혈류가 모낭까지 흐르지 않으면, 모낭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탈모 현상이 발생한다. 눈에 띄는 탈모만큼 신경 손상이 진행됐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2019년 발표된 미국 내 내분비학 연구에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 다수에게 다리와 발가락의 털이 빠지는 현상이 관찰됐고, 해당 증상이 신경 손상의 판단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신경이 서서히 망가지는 질환이다. 발, 다리, 손끝 같은 말초신경에 주로 발생한다. 저릿함, 감각 저하, 찌릿한 통증, 무감각 등이 주 증상이다. 이 증상이 진행되면 단순한 감각 이상을 넘어 보행 장애나 무감각에 의한 외상, 심하면 궤양, 절단 위험까지 생긴다.
조기 대응 못 하면 합병증 이어질 수도
털 빠짐 증상은 시작일 뿐이다. 혈류 이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그 여파가 신경계, 신장, 망막, 심혈관 등 전신에 걸쳐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심해질수록 피부에 상처가 생겨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가 악화되면 세균 감염 위험이 올라가고, 당뇨병성 족부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말초신경 외에도 자율신경 손상으로 인해 위장 운동 저하, 방광 기능 저하, 심박수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손상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신경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예방·관리, 혈당 조절이 관건

말초신경병증은 결국 혈당 이상에서 시작된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혈관과 신경이 망가지기 시작하고, 그 여파가 모낭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혈당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법이다. 식단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등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흡연과 음주는 혈관 수축과 신경 손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반대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걷기 운동은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준다.
7명 중 1명 당뇨, 평소 관리가 생존을 좌우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24 당뇨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는 약 533만 명이다. 7명 중 1명꼴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유병률이 30%에 달한다.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완치보다는 조절과 유지가 핵심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방치되면 합병증이 먼저 나타난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다리털이 빠지는 등 작은 징후라도 의심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털 빠짐을 흔히 노화로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반복되거나 진행 양상이 빠르다면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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