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반가운 진화, 렉스턴 뉴 아레나 & 렉스턴 스포츠 쿨멘
KG 모빌리티가 사명을 바꾼 뒤 첫 번째 시승행사를 열었다. 주인공은 신형 렉스턴 뉴 아레나(이하 렉스턴)와 렉스턴 스포츠 쿨멘. 실내 디자인을 크게 바꾸고 승차감과 주행 보조 기능을 개선해 ‘KG 모빌리티’로서의 당당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틀 동안 강원도 일대에서 신형 렉스턴을 시승하며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KG 모빌리티, 서동현
시승기에 앞서 새로운 이름의 뜻부터 설명하려고 한다. SUV 버전에는 ‘뉴 아레나’라는 부제를 달았다. 아레나(Arena)는 경기장 또는 무대란 뜻으로, 렉스턴의 넓은 실내를 표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2020년 선보인 올 뉴 렉스턴의 상품성을 올린 부분 변경 모델인 셈.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는 ‘쿨멘(Culmen)’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꼭대기’ 또는 ‘절정’이라는 뜻처럼, 렉스턴 스포츠 라인업의 상위 모델로 자리 잡았다. 즉 기존 렉스턴 스포츠도 단종 없이 계속 판매하면서 칸(KHAN)을 포함한 4개 모델 11개 트림으로 세분화했다. 구매 예산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크게 늘었다.
① 익스테리어
렉스턴의 외모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렷한 풀 LED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 다부진 범퍼 및 펜더가 묵직하고 단단한 분위기를 낸다. 이번엔 기본 트림에부터 다이내믹 턴 시그널 램프를 넣어 고급차 이미지를 강조했다. 최상위 트림인 더 블랙엔 어둡게 칠한 블랙 크롬 컬러 라디에이터 그릴과 블랙 하이그로시 루프랙 등도 들어간다. 새로운 20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도 준비했는데, 시승차에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18인치 휠과 올 터레인 타이어를 달았다.
렉스턴 스포츠 쿨멘은 대형 성형수술을 거쳤다. 드디어 렉스턴의 얼굴을 이식받았다. 여기에 옥타곤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평형 LED 안개등, 전용 범퍼를 더해 신선함을 추구했다. 겉모습에서부터 일반형 렉스턴 스포츠와의 급 차이가 드러난다. 사막의 모래가 떠오르는 신상 컬러 ‘샌드스톤 베이지’도 마음에 쏙 든다.
다만 ‘실용성’ 면에선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수입 픽업트럭에 비해 리어 범퍼 활용성이 떨어진다. 렉스턴 스포츠의 트렁크에 접근하려면 뒷바퀴를 밟고 올라가거나 추가 옵션인 리어 스텝을 달아야 한다. 그마저도 왼쪽에만 장착할 수 있다. 반면 쉐보레 콜로라도와 포드 레인저, GMC 시에라의 범퍼엔 발판이 기본으로 있다. 그에 따른 편의성 차이가 뚜렷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반가운 사항은 트렁크 연결부에 추가한 토션 스프링이다. 무거운 트렁크 패널을 지탱해 이전보다 40% 적은 힘으로도 여닫을 수 있다. 원래 5만 원으로 추가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항목이었지만, 이번엔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쿨멘 모두에 기본으로 넣었다.
② 인테리어
더 극적인 변화는 실내에 있다. 두 차에 토레스에서 처음 선보인 12.3인치 중앙 모니터를 달았다. 이전 대시보드 매립식 9인치 디스플레이보다 화질과 터치 속도 모두 뛰어나다. 아이나비 기반 내비게이션도 쓰임새가 좋다. 그래픽은 요즘 올드하지만 ‘경로 안내’ 능력이 평균 이상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없는 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공조장치 버튼은 깔끔한 디자인의 터치 패널 속에 몰아넣었다. 대신 누르기 편리하진 않다. 버튼을 눌러도 작은 작동음만 날 뿐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햅틱 반응이 없어서다. 운전 중 바람 세기나 온도를 정확히 조절하려면 흘깃 쳐다보며 눌러야 한다.
배정받은 렉스턴 더 블랙 트림의 인테리어는 진한 와인색 가죽과 블랙 스웨이드로 꾸몄다. 렉스턴 스포츠 쿨멘에서도 부드러운 나파 가죽과 블랙 스웨이드 옵션을 고를 수 있어, 투박한 실내에 대한 아쉬움을 완전히 해소했다. 은은한 무드램프는 노블레스 트림부터 들어간다. 렉스턴은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렉스턴 스포츠 쿨멘은 대시보드에만 32컬러 조명을 비춘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를 내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터보. 렉스턴은 8단 자동변속기를, 렉스턴 스포츠 쿨멘은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모든 파워트레인 부품은 1.5㎬급 초고강도 기가스틸을 4중으로 겹쳐 만든 프레임에 담았다. 아울러 뼈대 위 캐빈에는 고장력 강판을 각각 81.7%, 79.2%씩 적용해 안전성을 챙겼다.
주목할 점은 승차감 개선이다. 먼저 렉스턴 서스펜션의 쇼크 업소버 내부에 리바운드 범퍼를 적용했다. 기존에도 보디 온 프레임 SUV 치고 괜찮은 승차감이었지만, 보다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내부 구조를 바꿨다.
렉스턴 스포츠 쿨멘은 적재함과 프레임 사이 마운팅 러버 적용 범위를 키웠다. 이를 통해 충격 흡수량을 늘려, 적재함이 흔들리며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고 주행 안정감도 높였다. 픽업트럭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설계다.
④ 주행성능
춘천에서 만난 첫 시승차는 렉스턴. 더 블랙 트림에 실키 화이트 펄 컬러(9만 원)와 마룬레드 스웨이드 퀼팅 패키지(50만 원), 세이프티 선루프(51만 원)까지 더한 5,283만 원짜리 풀 옵션 사양이다. ‘스르륵’ 내려오는 전동식 사이드스텝을 밟고 운전석에 올라 숙소인 화천 평화의 댐 캠핑장으로 향했다.
출발 동시에 알아챌 수 있는 장점은 정숙성이다. 렉스턴의 2.2L 디젤 터보 엔진은 기대 이상 조용하다. 정차 중 낮은 rpm을 유지할 땐 엔진음이 살짝 들어오긴 하나, 운전대와 시트를 통한 진동이 매우 적어 쾌적하다. 고속에서도 마찬가지. 오래전 디젤 엔진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걸걸대는 소음을 말끔하게 지웠다.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다운 NVH 성능이 돋보인다.
승차감 역시 만족스럽다. 매끄러운 도로에선 여느 모노코크 SUV와 비슷하다. 포트홀이나 임시포장도로 등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만 사다리꼴 프레임의 견고함이 조금 드러날 뿐이다. 과거엔 ‘이 정도 승차감이면 충분하지’라고 생각했다면, 신형 렉스턴은 보다 많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승차감을 확보했다. 온로드 승차감에 불리한 올 터레인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나와 동승한 기자 모두 렉스턴의 하체를 칭찬했다.
이튿날엔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을 타고 고성 통일전망대로 출발. 123㎞의 장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SUV 버전과의 확실한 주행 질감 차이가 나타났다. 적재함 고정 마운트를 개선했지만 특유의 통통거리는 느낌을 완전히 지워내진 못했다. 실내로 들이치는 엔진 소음과 풍절음 역시 비교적 거슬린다. 다만 차의 형태와 목적, 가격 등을 따져보면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핵심은 새로 들어간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레저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다. 즉 산이나 바다로 가려면 도심에서 상당히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이전엔 차간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이 없어 통행량 많은 도로에선 주행 보조 장치를 적극적으로 쓸 수 없었다. 이번 쿨멘에는 기본 트림인 프레스티지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넣어 장거리 운전 부담을 확 낮췄다. 운전대 3시 방향 버튼들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앞 차와의 거리는 5단계로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숙소인 화천 평화의 댐 캠핑장에 도착. 짐을 풀자마자 인스트럭터가 우리를 인근 오프로드 코스로 안내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KG 모빌리티가 양구군에 출입 허가를 받아낸 길로, 자동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편도 약 20분 거리의 좁은 임도다. 사륜구동과 LD(Locking Differential) 시스템이 들어간 시승차들은 성큼성큼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쪽 바퀴가 번쩍 들릴 정도의 험로는 아니었기에, 로(Low) 기어를 물리지 않고도 금세 정상에 다다랐다.
부드러운 온로드 승차감을 뽐낸 렉스턴은 흙길에서도 상냥했다. 굴곡을 지그시 누르며 탑승객 엉덩이로 들어오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우직한 토크를 앞세우며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능력은 휴대폰 신호조차 터지지 않는 산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 쿨멘은 ‘우당탕’거리며 운전할 때 가장 즐겁다. A/T 타이어와 203㎜의 높은 지상고, 튼튼한 언더커버 및 오프로드 사이드 스텝 덕분에 마음 놓고 내달릴 수 있다. 느긋한 6단 변속기와 3바퀴에 가까운 운전대 록-투-록 회전수는 가속과 조향을 더 섬세하게 해내도록 돕는다. 일반 도로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들이 도리어 활약한 시간이었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차체 주변을 모니터에 띄우는 옵션이 있었으면 한다. 렉스턴은 꽤 큰 차다. 길이와 너비가 4,850㎜ 및 1,960㎜며,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의 경우 길이만 5,405㎜에 달한다. 비좁은 장소에서 거울만으로 주변을 확인하기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오프로드는 물론 빽빽한 주차장에서도 꼭 필요한 장비지만, 두 차 모두 후방카메라만 갖췄다.
⑤ 총평
렉스턴 형제는 그동안 수집한 고객 피드백을 통해 의미 있는 업데이트를 치렀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 쿨멘의 상품성이 눈에 띈다. 시작 가격은 3,478만 원(프레스티지). 일반 렉스턴 스포츠 프레스티지보다 170만 원 높은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안전 사양으로 채운 딥 컨트롤Ⅰ, Ⅱ 옵션(각각 110만, 60만 원)을 이미 포함한 셈이다. 여기에 최신 외관 디자인과 풀 LED 헤드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전용 외장 컬러까지 고를 수 있다. 따라서 경제성을 위해 일반형 와일드 트림을 고르지 않는다면 쿨멘을 선택하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장점
1) 쇼크 업소버와 마운트 업그레이드를 통한 승차감 개선
2) 올드한 느낌을 확 지운 실내외 디자인
3) 안정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단점
1)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는 아직 쓸 수 없다
2) 카메라로 사방을 비추는 어라운드 뷰의 부재
3) 픽업트럭의 장점을 100% 활용하지 못한 렉스턴 스포츠 쿨멘의 트렁크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