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민이 만만한가

충북 청주 엔포드호텔, 옛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이 전신이다.
엔포드호텔의 지역 외면, 아니 어쩌면 지역 무시에 가까운 행태를 아프게 꼬집고 싶다.
지난해 초 엔포드호텔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입점을 추진했다. 호텔과 카지노 업체 측이 조용히 추진한 카지노 입점 사실은 충청타임즈의 최초 보도로 알려졌다.
충청타임즈는 지난해 3월12일 보도를 통해 '청주 유일의 특급호텔인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알렸다.
특히 청주에 도박 향락 업종인 카지노가 생긴다면 도박 청정도시 이미지 쇠락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호텔 인근에는 신흥고와 청주여고, 율량초, 주성중, 중앙초, 주중초 등 6개 학교가 위치해 있고 학생 수만 50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신흥고 정문과의 거리는 50여m에 불과하다.
보도를 통해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카지노 입점 반대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외쳤다.
하지만 호텔 측은 미동조차 없었다. 이런 까닭에 이윤추구에만 몰두한 채 지역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대책위는 당시 "주민을 무시하고, 돈벌이에만 눈이 먼 호텔은 시민에게 사죄하고 카지노 입점을 당장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호텔 운영자인 ㈜중원산업은 지난해 5월 관광숙박시설 내 2층 판매시설(3188㎡)과 3층 판매시설 일부(688㎡)를 위락시설로 용도를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관광숙박업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시에 신청했다.
시는 건축디자인과 등 18개 부서와 청주교육지원청 등 3개 기관의 소관 법령 검토를 거쳐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청주교육청은 교육환경 상대보호구역 200m와 반경 550m 안에 7개 학교, 5319명이 재학 중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냈다.
이런 결정에도 호텔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주지법 행정1부(김성률 부장판사)는 호텔 측이 청주시를 상대로 낸 사업계획 변경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소송 제기 이후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정화구역) 심의 대상 업종에 카지노를 포함하는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호텔 측이 소송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는 게 각하 사유다.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국회의원(청주청원)이 발 빠르게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교육환경보호구역 심의 대상 업종에 카지노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결국, 법률 개정으로 소송을 통해 다툴 의미가 없고, 승소해도 사실상 카지노를 운영할 수 없지만 호텔 측은 포기하지 않고 소송을 계속 진행했다.
이로 인해 소송 당사자인 청주시(피고)의 행정력은 물론 소송비용 부담에 따른 예산까지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청주에 연고를 두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상생을 꾀할 나름의 의무가 있는 호텔 측의 이런 행태는 무책임하고 옹졸하다.
그런데도 도내 공직사회는 물론 사기업들은 여전히 대규모 행사 때마다 이 호텔을 이용한다.
공익을 외면한 채 소송이 진행 중인데도 김영환 충북지사는 얼마 전 이 호텔에서 스웨덴 5선 국회의원 올레 쏘렐(Olle Thorell)과 조찬을 하며 간담회를 했다.
청주시도 지난달 8일 이 호텔에서 어버이날 기념행사를 열었고, 이 자리엔 이범석 시장도 참석했다.
최종적으로 입점이 무산됐지만, 호텔 측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지역 민심은 관심 밖이라는 식이다. 그럴 만큼 엔포드호텔은 당당한가?
진정성 있는 성찰과 충북도민에 대한 사과가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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