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시진핑은 황제의 길을 택할까..'전랑 외교' 갈림길 섰다
시진핑 3기 출항…종신 집권 시동 거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한 번만 할 수 있고 미국 대통령은 두 번까지 할 수 있는데 중국 지도자는 세 번도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헌법을 개정해서 국가 주석이 3번 연속으로 연임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이죠.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덩샤오핑 때) '두 번 정도만 해라' 그래서 어떤 사람이 집권을 하고 두 번째 당대회를 할 때는 후계자를 지명하고 키웠다는 말이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진핑이 19차 당대회에서 5년 전에 (후계자 지명을) 해야 했는데 안 한 거예요. 그리고 나서 헌법을 개정해 버리니까 '아, 이게 계속하려나 보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고…."
중국은 1인 독재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 사후부터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이 체제를 흔들었습니다. 자신이 더 막강한 권력을 갖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그렇게 쌓아온 권력으로 10년 집권이라는 룰을 깨고 3연임에 나서는데 이게 다음 달 1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확정됩니다.
다가오는 전국대표대회가 '황제의 대관식'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게 잘 조정이 안 되면 미국 중간 선거 끝나고 (당대회를) 할 수도 있겠다고 했는데 10월 16일부터 한다고 하는 것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내부 정리가 끝났다고 봐야 하고요."
틱톡보다 시진핑 앱…여전히 실종된 '곰돌이 푸'
되짚어보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작업을 수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특히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주입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이걸 위한 앱이 따로 있을 정도죠.
[황채리 / 중국 유학생]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바는 확실히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애국과 접목해서 여러 언론 혹은 뉴스에 많이 노출을 시키고."
중국에서는 기자들도 시진핑 시대 사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과목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진핑 주석에게 유리한 기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물론, 우호적인 기사만으로는 부족하겠죠. 시민들에 대한 다양한 통제 정책도 펼쳐 왔습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완전히 통제 시스템을 많이 만들었다(는 겁니다.) '교통 위반을 하고 범칙금도 안 내?'그러면 점수를 기재하는 거예요. 비협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너는 해외여행 제한, 다음에 대출 제한, 오성급 호텔에서 못 자 (이런 식으로 하는 겁니다.)"
대관식 앞둔 베이징…분위기 물어보니
그럼 시진핑의 3연임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는 어떨까요? 유학생들에게 최근 3연임과 관련된 대화를 해 봤냐고 물어봤는데 중국인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경험은 아예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안담린 / 중국 유학생]
"저희가 (시주석과)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말하기를 꺼리거나 조심스럽게 말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지금 중국 상황은 사실 축제를 할 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중국 사회 내부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요. 이걸 시진핑 주석의 최대 치적으로 부각하려 했기 때문에 당대회 직전 확산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정수연 / 중국 유학생]
"현재 도시 간 이동이 힘들고 택배도 보안검사로 인해 오래 걸리는 등 여러 제한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교 밖으로 외출하려면 72시간 내 코로나 검사 결과를 첨부해야 신청이 가능합니다.또 원래는 통금 시간이 12시였지만 지금은 10시 이전에 들어와야 합니다"
절대 권력인가 타협의 산물인가
그럼에도 시진핑 주석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황제로 등극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될까요?
당 대회 마지막 날 나오는 공산당 지도부 명단을 보면 얼추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산당 지도부인 정치국 구성원 전체는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해 모두 25명인데 시진핑계와 비 시진핑계가 어떻게 포진했는지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자기 계파로 완전히 이제 속된 말로 도배를 하고 이제 끌고 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그거야말로 전제왕조의 황제와 같은 권력을 갖게 되는 거다, 무소불위가가 충분히 될 수 있는 거죠."
반대로 다른 파벌의 비중이 2기 때보다 커진다면 임기 연장을 위해 나름대로 타협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쪽 모두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시진핑 3기 '전랑 외교'의 향방은
시진핑 주석은 밀린 숙제라도 하듯 광폭 외교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일절 외국을 나가지 않았다가 2년 8개월, 32개월 만에 순방을 재개한 겁니다. 한동안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면 대외 행보에서도 이제 슬슬 몸을 풀고 있는 건데 시진핑 3기 외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국내 문제 발전에 좀 초점을 맞췄다면 시진핑은 이미 10년 전부터 중국의 힘을 국제적으로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거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 사람이 중국을 계속 끌고 가도 되겠다' 그러면 할 수 있는 거예요."
이른바 '전랑외교'라고 불렸던 시진핑 외교가 앞으로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공세적인 외교 정책으로 갈등이 가장 심각하게 빚어질 수 있는 지점은 어딜까요? 역시나 타이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진핑 / 중국 국가 주석 (2021년 10월)]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지 않습니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당할 것입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 지도자들한테 또 하나의 덕목이 있는데 이제 대만 문제를 과연 어떻게 처리할 거냐 시진핑은 중국의 꿈, 중국몽이라는 걸 내세웠어요.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몽의 완성은 대만 통일이다 그러면 위대한 중화 위대한 중국이 이제 나타난다' 그러면 이제 대만 통일을 자기 업적으로 할 수도 있죠."
시진핑이 3기 임기를 마치는 2027년까지 타이완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고 한다면 또 무력을 실제로 동원하려고 한다면 파장은 일파만파일 겁니다. 최근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타이완 방문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듯 타이완은 이미 미·중 갈등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단번에 화약고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언제쯤 직접 만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즉위식 이후 한·중 관계 변화는
그렇다면 가장 관심이 큰 한중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중국 서열 3위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왔을 때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는데 리 상무위원장은 되려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달라고 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이 움직이라고 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셈입니다.
시진핑은 2015년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로 한국으로 발걸음을 안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중국을 찾았었고 외교 관례로 보면 중국이 올 차례가 맞는데 안 오고 있으니 이 행보 자체가 불만의 표시인 겁니다. 지금 한중 간에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 문제 등 까다로운 이슈가 워낙 많아서 상황을 관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국면인데 쉽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미국을 의식해서라도 전보다는 공세적인 전략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지렛대로 사드가 활용이 될 거라는 거죠.
그렇다면 북한 문제는 어떨까요?
우리가 '시황제의 중국'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
이변이 없는 한 시진핑 주석은 곧 대관식을 하게 될 겁니다. 내세울 만한 성과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3번째 쓰는 왕관의 무게는 훨씬 무거울 겁니다. 그 무게를 견디는 건 시진핑 주석의 몫이겠죠. 2022년에 초강대국을 이끌 황제가 탄생하고, 그게 하필 우리나라 바로 옆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현실이 되면 중국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굳건해진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중국 사회 내부로만이 아니라 바깥으로도 말입니다.
그간 중국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온 우리나라는 이런 행보에서 비롯될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과 세계 패권을 나눠 가질 뜻이 전혀 없는 미국과 장기 집권을 확정한 시진핑의 중국이 더 세게 맞붙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왕이 외교부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양측이 대세를 파악하고 방해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자."
미국과 중국의 대치 국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 중국 견제 행보에 한국이 너무 깊이 빠지지 말라는 압박 메시지로 들립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이미 두 나라가 부딪히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간을 떠나 살 수 없습니다. 우리가 대관식 이후 변모할 시진핑의 중국을 주시해야만 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획 : 정윤식 / 영상취재 : 이재영 / 디자인 : 장지혜 / 편집 : 정용희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김아영 기자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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