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값 1억 넘었는데…정부 ‘택시면허 소각’ 초강수 이유는?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자율주행 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가 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고서는 자율주행택시 확산이 불가피한 시대적 변화로, 지금처럼 택시 면허 총량제와 진입 규제를 고수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국내 택시업계 역시 한계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한국의 현실

글로벌 자율주행택시 시장은 이제 막 3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2034년에는 1900억 달러(약 260조 원) 규모로 연평균 51.4% 성장이 예측된다. 미국과 중국의 IT공룡들이 자율주행AI 개발에 이미 14조 원씩 투입,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술력에서 미국 대비 89.4%, 중국보다도 낮은 위치에 머물러 있다. 승차공유(카풀, 우버 등)도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서울 등 대도시의 전통택시 비중은 아직 94%에 달한다.

▶▶ 극심한 고령화와 과도한 면허값, 구조적 한계

한국 택시산업의 또 다른 위기는 급속한 고령화와 공급 축소다. 신규 진입을 막는 면허총량제 탓에 서울 개인택시 면허값이 1억2천만 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 진입 장벽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기사 중 70%가 60세 이상일 만큼 고령화가 심각하고, 심야시간 공급 부족 등 서비스 공백도 주요 문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신규 사업자의 진입은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 한국은행 “정부 주도로 면허 매입해 소각하라”

한국은행은 구조조정 플랜으로, 사회적 기금을 조성해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소각하는 방안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택시 요금의 10% 혹은 건당 1000원을 5년간 적립해 마련된 기금으로 서울은 5조89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 총 4만9000여 대의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방식은 단순히 면허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택시 도입으로 예상되는 기존 기사들의 자산 손실을 보전하는 효과도 노린다.

▶▶ 해외 혁신 모델은 어떻게 작동했나

실제 호주 서부 주정부는 우버 도입 충격에 대응, 상업용 운송사업자와 승객에게 운임의 10%를 한시적으로 추가 징수해 기금을 조성하고, 약 1년 만에 1035개 면허의 99.7%를 시가(10만 호주달러)의 39% 선에서 정부가 매입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면 뉴욕에서는 보상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우버 등 신규 플랫폼을 빠르게 도입하면서 면허가격이 80~90% 하락, 기존 택시업계의 붕괴와 대규모 사회문제로 번진 전례도 있다.

▶▶ 규제 혁신과 단계적 진입 모델의 필요성

한국은행은 자율주행택시 시대를 맞아 택시 면허 총량 제한을 우선 완화하고, 철저한 테스트 환경 조성, 구조개혁 기금을 통한 단계적 보상·축소 등 ‘소프트랜딩’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국 동시 도입이 아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방 중소도시(예: 세종, 판교 등)부터 시범 도입·확산하는 모델도 함께 제시됐다.

▶▶ 새로운 경쟁과 소비자·산업 이득

자율주행택시 도입은 기사 비용 없이 24시간 대규모 운행, 효율적 경로 제공 등으로 요금을 절반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동의 혁명이며, 소비자 후생 증대와 신산업 활성화로도 직결된다. 한국은행은 서울에 자율주행택시 7000대를 투입할 경우 ‘추가적 소비자 후생’이 연간 16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사회적 수용성과 보상 방안, 정책 실행 위한 과제

단순히 혁신만 강조할 게 아니라, 기존 면허 소지자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Exit plan’이 필수다. 기여금 매입 방식 외에도 자율주행기업의 지분 일부를 기존 사업자에게 할당하거나, 별도의 미래라이선스를 신설하는 복수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지자체-업계-소비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 그리고 확실한 정책 이행 의지가 무엇보다 관건이 되고 있다.

▶▶ ‘갈라파고스’로 남지 않으려면

혁신을 미루다 보면, 글로벌 IT군단의 급습과 산업 경직화라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적(고립적) 해결이 아닌, 세계 흐름에 맞는 사회적 전환과 체계적 구조개혁이 ‘택시산업의 생존’과 ‘국가 경쟁력 확보’ 모두에 필수적임을 한국은행 제안과 해외 사례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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