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100만 명… 알츠하이머 치료제 국내외 속속 개발

최진렬 기자 2024. 9.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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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진행 늦추는 치료제 미국 등에서 사용… 2027년 이후 국내 출시 전망

치매 인구 100만 명 시대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치매 증상을 보이는 만 65세 이상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상태에 놓일 정도로 치매는 이제 남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치매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치료제는 어디까지 개발됐을까.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치매 증상을 보이는 만 65세 이상 환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GETTYIMAGE]

골칫덩어리 아밀로이드 베타

흔히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혼동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둘은 다르다. 치매는 뇌질환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돼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일컫는다. 치매를 불러일으키는 주된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제약업계 역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으며 치매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료계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된 원인 물질로 보고 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 축적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이) 첫발을 내딛는 것은 맞다"며 "다만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 자체가 끼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타우 단백질 축적 등 2차, 3차 변화가 끼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병 증상을 완화하는 1단계 치료, 병 진행을 늦추는 2단계 치료, 병 진행을 막는 3단계 치료, 마지막으로 병 진행을 막고 증상을 없애는 4단계 치료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1·2단계에 효능이 있는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3·4단계에 적용할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 사용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이른바 '증상 치료제'다. 이들 치료제는 뇌 내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 인지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완화할 뿐, 병 자체를 치료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지는 못하는 것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왼쪽)와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치료제 키썬라. [에자이 제공, 일라이릴리 제공]
‌해외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3개가 그 주인공이다. 바이오젠이 만든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가 여기에 속한다. 다만 바이오젠이 1월 31일 아두헬름의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만큼 실질적으로 레켐비와 키썬라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레켐비는 인지 저하 속도를 27% 늦췄고, 키썬라는 35%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치료제는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그간 수많은 제약회사가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했는데, 모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관련 방법론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됐다"며 "이런 와중에 레켐비가 등장해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한 레켐비가 지난해 7월 FDA로부터 승인받으면서 지금까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2일(현지 시간) 같은 기전으로 작용하는 키썬라도 FDA 승인을 받으면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겨냥한 접근법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레켐비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약가 산정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연말쯤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키썬라는 한국 임상시험 3상이 지난해 12월 시작돼 2027년 이후 국내에 출시될 전망이다.

BBB 투과율을 높여라

제약업계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다. "현행 치료제의 BBB 투과율이 1%를 밑도는 탓에 약효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BBB 투과율을 5%만 달성해도 약효를 5배 높이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치료제가 몸속을 떠도는 양이 줄면서 관련 부작용도 감소할 수 있다. 설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경우 BBB 투과율을 높이는 방안과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방안이 제약업계가 현재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3의 접근 방식을 취하는 제약사도 있다. 국내 제약사 아리바이오가 대표적 예다. 아리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임상 3상에서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면서도 "AR1001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것을 추구하는 만큼 좀 더 근본적인 치료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 과도한 불안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박건우 교수는 "관련 치료제가 하나 둘 개발되고 있어 향후 알츠하이머병도 만성병 중 하나로 여겨질 것"이라며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어우러져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윤 교수는 "흔히 알츠하이머병을 완전히 정복하는 상황을 꿈꾸지만, 알츠하이머병을 가졌더라도 증상만 발현되지 않는다면 완치나 바를 바 없다"면서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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