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금메달을 자막으로 본 시대, ‘중계권 독점’이라는 승자의 저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한 JTBC가 대회 초반부터 거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스노보드의 신성 최가온이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던 그 시각, 단독 중계권을 가진 JTBC 메인 채널의 선택은 최가온의 점프가 아닌 쇼트트랙 준결승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는 한국 올림픽 역사에 남을 순간을 실시간이 아닌 '속보 자막'으로 접해야 했다.

© STANDINGOUT AI

이번 사태는 단순한 편성 실수를 넘어, 특정 미디어 기업이 메가 이벤트 중계권을 독점했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와 '자본의 역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JTBC가 2032년까지의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한 금액은 약 3,000억 원대. 2030년 월드컵까지 포함하면 중앙그룹이 짊어진 중계권료 부담은 6,000억 원을 상회한다.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분당 최고 시청률이 13.8%까지 치솟는 쇼트트랙 같은 '안전 자산'에 자원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승자의 저주'가 시작된다. 수익성만을 쫓는 독점 중계권자의 편향된 편성은 최가온의 금메달 같은 결정적 변수를 중계 사각지대에 방치하며, 결국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공적 가치를 훼손한다. 시청률 지표에만 매몰된 사이, 전 국민의 축제여야 할 올림픽은 특정 채널의 '폐쇄적 전유물'로 전락하고 만다.

© teamkorea_official Instagram
© jtbc 중계 화면 이미지 갈무리

메가 이벤트는 일반 리그 경기와 다르다. 기간은 짧고 국민적 관심사는 폭발적이며 다발적이다. 단일 방송사가 모든 감동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완벽히 커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이 시급하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단일 기업의 과도한 중계권 경쟁과 그로 인한 국외 자본 유출을 제어해야 한다. 과거 지상파 3사의 '코리아풀(Korea Pool)' 모델을 넘어, 방송사, 통신사, 포털이 함께 참여하는 '메가 이벤트 플랫폼 컨소시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독점은 강력한 경쟁력이지만, 공공재 성격이 강한 스포츠 콘텐츠에서는 공급망을 넓히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큰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여러 플랫폼이 중계권을 분담하고 협력할 때, 메인 채널이 인기 종목을 잡고 포털과 OTT가 다양한 종목의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뒷받침하며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결정적인 지지 기반이 된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생중계에서 밀려났던 선수들의 투혼이 온전하게 국민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선수들은 정당한 보상과 후원의 기회를 얻고 다음을 기약할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청자에게는 감동을, 기업에게는 정교한 마케팅 지면을, 선수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무대를 제공하며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스마트한 자본주의'의 해법이다.

© FIFA

중계권 독점이 승자의 저주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독점 점유'가 아닌 '공유를 통한 확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가온의 금메달을 자막으로 봐야 했던 이번 '대참사'가 스포츠 미디어 구조 개혁의 마지막 경고가 되길 바란다.

노아민 noah@standingout.kr


팩트와 포커스, 스탠딩아웃하세요.
FACT & FOCUS | STANDINGOUT

Copyright © STANDINGOUT x N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