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 22점 빛바랜 분전…현대건설, 2G 연속 풀세트 역전패

현대건설이 또 한 번 5세트 끝에서 무너졌다. 수원에서 열린 진에어 V리그 1라운드 마지막 홈경기에서 현대건설은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패했다. 내용은 진했다. 1세트를 25-20으로 잡고, 2세트도 24-21로 앞서며 흐름을 가져오는 듯했지만 듀스 승부에서 집중력이 흔들렸고, 결국 풀세트에서 13-15로 고개를 숙였다. 에이스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블로킹 4개 포함 22점으로 중심을 잡았고, 외인 카리(21점)와 이예림(14점), 자스티스(11점)까지 고르게 득점이 나왔다. 그럼에도 경기의 주도권은 ‘한 명’에게로 쏠렸다. 바로 GS칼텍스의 지젤 실바다. 실바는 감기 기색과 4세트 도중 다리 경련에도 코트를 지키며 무려 49득점, 블로킹 7·서브 3을 더해 이번 시즌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했다. 팀 공격의 절반에 육박하는 49.71%의 점유율을 혼자 책임지면서도 성공률 45%대를 유지한 수치는 리그 최고 외인의 위상을 다시 확인시켰다.

경기 흐름을 되짚어보면 현대건설의 패인은 분명했다. 첫째, 세트 후반 관리다. 2세트 24-21에서 상대 서브 한 방과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흐름을 내줬고, 듀스에서 실바의 백어택·퀵오픈 연속 득점에 라인이 무너졌다. 5세트에서도 8-3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서브 리시브 불안과 공격 범실이 겹쳐 11-11 동점을 허용했고, 카리의 결정구가 오세연·권민지 블로킹에 가로막히면서 매치 포인트를 내줬다. 둘째, ‘클러치 타깃’에 대한 대응이다. 현대건설은 블로킹 코스를 실바 쪽으로 묶고 미들까지 동원해 압박했지만, 후위·전위 전환 타이밍에서의 포지셔닝이 미세하게 늦었다. 실바의 스윙 궤적이 크고, 타점이 마지막까지 숨겨지는 스타일인데, 여기에 라인 아웃 판단과 터치아웃 관리가 살짝 흔들렸다. 셋째, 토스 템포 변화다. 3세트처럼 김다인의 2단 페인팅과 중앙 분산이 작동할 땐 점수가 쉽게 났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사이드 고정 루트가 늘며 블로커에게 예측 시간을 줬다. 결과적으로 5세트 ‘득점력 저하’라는 강성형 감독의 총평이 정확했다.

반대로 GS칼텍스는 실바에 맞춘 팀 디테일이 빛났다. 유서연이 수비에서 첫 터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며 랠리를 늘렸고, 권민지·오세연이 카리 코스에서 키 포인트 블로킹을 뽑아내며 승부처를 틀어막았다. 무엇보다 ‘실바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았다. 세트 초·중반에는 속도감 있는 오픈과 백어택으로 템포를 흔들고, 듀스나 5세트 클러치에선 높은 완급조절로 범실을 최소화했다. 4세트 도중 근육 경련 상황에서도 잠시 치료 후 복귀해 바로 리듬을 회복한 장면은 체력·멘탈·집중력이 모두 최상위인 선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한 명에게 공이 몰리는 구조는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그 한 명이 리그 최강의 해결사일 때는 오히려 승부의 질서를 단순하게 만든다.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현대건설의 수확도 있다. 양효진의 존재감은 여전히 절대적이었다. 블로킹 타이밍과 속공 타점이 동시에 살아있었고, 1세트·3세트의 런은 사실상 양효진이 만들어 냈다. 이예림은 높이의 한계를 운영으로 메우며 공격성공률을 높였고, 김연견의 디그는 여러 차례 메가 랠리를 팀 쪽으로 당겨왔다. 문제는 이 장면들이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1라운드 3승3패, 승점 11로 2위까지는 올라섰지만, 8일 도로공사전과 이날 GS칼텍스전 연속 풀세트 패배는 ‘마무리의 팀’이라는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해결은 명료하다. 클러치에서의 1) 첫 볼 컨트롤 안정화(리시브 라인 재배치), 2) 세터의 높낮이·각도 변주(낮은 궤적의 퀵 및 백퀵 비율 상향), 3) 사이드 단조로움을 깨는 라이트 속도 패턴 복원, 4) 서브로 선제 득점 찬스를 만드는 압박 강화가 필요하다. 단 15점을 먼저 찍는 5세트는 초반 2~3개 랠리의 가치를 세트 전체와 같은 무게로 다뤄야 한다. 이날 8-3에서의 서브 범실과 수비 첫 터치 흔들림은 그 상징이었다.

GS칼텍스 입장에선 연패를 끊으며 승점 10으로 4위, 선두권과 격차를 좁혔다. 무엇보다 레이나 도코쿠의 공백 속에서도 실바 원톱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게 크다. 현재 페이스라면 실바의 세 시즌 연속 1000득점 달성은 충분히 가시권이다. 팀은 실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권민지의 공격 점유율을 조금 더 끌어올리고, 김미연의 리시브-공격 전환 효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질 ‘세컨드 옵션’의 질은 봄 배구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날 경기는 현대건설이 ‘세트 후반 관리’와 ‘클러치 디테일’에서 숙제를, GS칼텍스가 ‘원톱 의존 구조의 효율 극대화’라는 답안을 확인한 밤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V리그가 여전히 ‘해결사의 리그’임을 실바가 다시 증명했다. 숫자(49점)는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남은 절반은,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단단해지는 습관이다. 현대건설이 그 습관을 되찾는 순간, 상위권 구도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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