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7] 사회성 발달 치료법, 플로어타임 ①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치료로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치료법은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 그리고 사회성 치료입니다. 그중에서도 사회성 치료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이 주된 어려움인 자폐아동에게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치료 현장에서는 많은 경우 감각통합치료와 언어치료가 주축으로 시행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국의 경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진단되면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를 비롯한 사회성 치료 프로그램이 처방되는데, 이때 핵심이 되는 치료는 사회성 치료이며, 언어치료나 감각통합치료는 보조 치료 개념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폐증 치료에서 핵심 치료라고 할 수 있는 사회성 치료가 국내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성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만한 기관이 많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또 오랜 시간과 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비용적인 측면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부모가 자폐 아동의 사회성을 길러 주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서 일상에서 꾸준히 사회성 치료를 실행해 나간다면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로어타임 접근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처음 주창한 사람은 소아정신과 의사인 스탠리 그린스판(Stanley Greenspan)입니다. 그린스판은 아동 사회성 발달 및 정서 발달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했는데요, 그는 행동주의적 치료법(ABA)이 자폐 아동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있어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형식적인 변화만 만들어 낸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는 자폐 아동의 사회성 발달 역시 일반 아동과 같이 사회성 발달단계를 충분히 거치면 상당 부분 자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플로어타임 치료법을 통해 먼저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통해 교감 및 교류하는 단계를 거친 후에 비언어적 의사소통 단계, 그 이후 언어 사용 단계로 발달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점차 가족 및 가족 이외의 사람들로 교류 범위를 넓혀 상호작용을 강화해 나갈 때 자폐 아동의 사회성이 발달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린스판은 플로어타임 치료법을 적용해 진행한 임상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는데요, 2~3년간 진행한 2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8%의 아동이 우수한 치료 경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또 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숙달된 모습을 보였고, 자기자극 현상도 소실되었다고 보고하고 있죠. 다만, 이 논문의 경우 후향적 논문으로서 신뢰도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후 요크대에서 이루어진 그의 전향적 연구논문에 따르면 플로어타임을 시행한 아동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현격히 호전되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자폐증 치료법인 ABA와 플로어타임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1. 자폐에 대한 이해
DIR(Developmental Individual differences Relationship) 플로어타임은 자폐증을 ‘감정-정서의 교류 장애’로 이해합니다. ABA에서 자폐증을 ‘기능장애’로 이해하며 지적 장애나 학습, 인지적 장애와 연계되어 있다고 보아 기능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죠.특히, 플로어타임에서 감정-정서의 교류 장애는 ‘감정-정서 장애’가 아니라 ‘교류 장애’라고 보는 관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폐인들 역시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과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과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능력에 장애가 있다는 데 강조점을 두고 있다 보니, 치료에 있어서도 감정-정서 교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게 됩니다.
2. 치료 목표와 치료법
ABA 치료의 주된 목표가 자폐를 가진 사람이 일상생활에 적응하며 정상에 가까운 삶을 살도록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있다면, 플로어타임은 아동의 발달단계에 맞게 감정-정서를 교류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이때 플로어타임에서 아동에게 사회성 기술을 습득시킬 때는 아동의 생활연령이 아닌 사회적 발달 수준에 맞는 발달연령을 기준으로 자폐 아동의 요구에 적합하고, 아동이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치료 방식을 채택합니다. ABA가 ‘착석’이나 ‘완전한 문장 말하기’처럼 기능적 호전을 목표로 치료해 나간다면, 플로어타임의 경우 비록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더라도 아동이 즐거운 놀이 경험을 통해 표정과 감정 표현이 풍부해지고 있다면 의미 있는 호전으로 평가되는 것이죠.
3. 주 치료자
ABA와 플로어타임의 또 다른 차이는 바로 주 치료자입니다. ABA의 주 치료자가 전문 치료자라면, 플로아타임은 부모가 주 치료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교육을 받고 가정에서 치료자 역할을 맡게 됩니다.플로어타임이 부모가 주 치료자가 되도록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비용적인 측면으로 초기 교육을 통해 부모가 플로어타임을 시행하는 데 어느 정도 능숙해진 이후에는 2주나 4주에 한 번 정도 부모 코칭이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폐 아동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잘 나눌 수 있는 부모가 주 치료자가 될 때 아이의 사회성 발달도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죠.
플로어타임의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자폐증 치료에 있어서 실제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부모님들께서 플로어타임의 유효성을 이해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을 시행하는 데 또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장기적인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고 시행한다면 어느새 아이의 감정과 표정에 점차 생동감이 일고, 더욱 풍부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리시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권현정, 김문주(2019). 자폐 아동을 위한 폴로어타임 프로그램. 와이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