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끼워팔기', 유튜브 뮤직과는 다르다

김아름 2024. 10.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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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공정위, '끼워팔기 규제'
지난달 쿠팡 본사 현장조사 나서기도
국내차별·독과점 요소 없어 다른 상황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끼워팔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눈여겨보는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테크 기업 '구글'입니다. 공정위는 구글의 대표 서비스인 유튜브가 국내에서 유튜브 뮤직 서비스를 '끼워팔기'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앞세워 점유율이 낮은 유튜브 뮤직까지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2019년 1월 1.7%였던 유튜브 뮤직의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0%대로 치솟으며 2위권에 진입했습니다. 지난해 말엔 국내 스트리밍 시장의 절대강자 멜론을 꺾고 1위에 등극했죠. 올해 들어선 멜론과의 격차를 벌리며 1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멜론과 유튜브뮤직의 '그랜드 크로스'가 이뤄졌다/그래픽=비즈워치

공정위가 지적하는 건 구글이 유튜브나 유튜브 뮤직을 따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 상품을 만들지 않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입니다. 유튜브 프리미엄만 이용하고 싶거나 유튜브 뮤직만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거죠. 

그런데 이거,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네, 바로 쿠팡의 '로켓와우'입니다. 로켓배송 서비스에 가입하면 OTT(쿠팡플레이)도 볼 수 있고 배달서비스(쿠팡이츠)도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유료멤버십 서비스입니다.

쿠팡플레이만 가입하거나 쿠팡이츠만 따로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비슷합니다.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공정위는 지난달 쿠팡 본사에 현장조사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쿠팡이 '또'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되는 거 아닐까요.

비슷한 듯 다르다

하지만 쿠팡과 구글의 '끼워팔기'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우선 핵심 콘텐츠인 유튜브와 쿠팡의 점유율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유튜브는 경쟁자는커녕 같이 언급될 만한 서비스도 마땅치 않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절대강자입니다. 점유율이 90%를 웃돕니다. 쿠팡도 물론 연매출이 30조원을 넘는 거대 유통 채널이지만 점유율로 보면 20%대로, 확고한 1위조차 아닙니다. 

끼워팔기의 경우 대부분 '독과점'이 문제가 됩니다.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점유율을 무기로 다른 서비스를 손쉽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년 만에 점유율 1%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선 유튜브 뮤직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죠.

반면 쿠팡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입니다. 더 많은 혜택으로 고객을 끌어모아야 하는 입장이죠. 쿠팡과 1위 경쟁 중인 네이버쇼핑 역시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티빙이나 네이버웹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신세계그룹도 '신세계유니버스'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할인과 특가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 멤버십 서비스 비교/그래픽=비즈워치

또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쿠팡이 어디에서나 '와우 멤버십' 단일 요금제로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구글의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려면 무조건 유튜브 뮤직이 포함된 요금제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요금을 할인해 주는 가족 요금제나 학생 요금제를 운영 중이죠. 덴마크·네덜란드·핀란드 등에선 유튜브 뮤직을 제외하고 유튜브만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쿠팡의 경우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가 별도의 서비스를 끼워파는 게 아닌 로켓와우 멤버십의 차별화된 '혜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료 회원에게 여러 혜택을 주는데, 혜택을 주지 말고 가격을 내리면 된다고 하면 시장에 '유료 멤버십'이라는 카테고리가 성립할 수 없다는 거죠. 이들을 따로 떼어놓고 유료화할 계획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적자 서비스

쿠팡도 이같은 '끼워팔기' 지적에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혜택을 늘렸는데 칭찬이 아닌 비판이 돌아오니 난감한 거죠. 쿠팡이 억울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비스 끼워팔기의 목적은 결국 점유율과 이윤 확대입니다. 그런데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는 사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적자를 보는 형태입니다. 사업모델 자체가 이윤 확보가 아닌 핵심 서비스 '로켓와우' 회원을 늘리기 위한 보너스 혜택으로 짜여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을 '결백한 피해자'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이 논란의 시작은 쿠팡이 로켓와우 멤버십 이용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갑자기 올리면서 시작됐거든요.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도 이 지점을 지목했습니다. 쿠팡이 와우멤버십 가격을 올리면서 OTT와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한 게 문제라는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올리기 전에 현재 쿠팡의 상황과 멤버식 가격의 구조, 가격 인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꼼꼼하게 설명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일입니다. 다짜고짜 가격을 두배 가까이 올려놓고는 '혜택'만 강조하니 반발이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같은 일방적인 소통 방식은 쿠팡이 반성해야 할 지점입니다.

소비자들이 진짜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를 '끼워팔기'라고 생각한다면 '탈팡족'이 늘어날 겁니다. '빠른배송'은 쿠팡만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탈팡족을 노린 배송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 쪽에선 '식당에서 서비스 반찬을 내줬더니 이런거 말고 밥값을 깎아달라고 주장하는 꼴'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요. 결국 결정은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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