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대안 없이 반대만"…'마이웨이' 전공의 대표에 선배 의사들 부글

박정렬 기자 2024. 10. 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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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촉발된 후 평행선을 달리던 의사와 정부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금씩 감지된다. 주무부처 장관이 "전공의에 미안"하다고 첫 사과를 한 데 이어 의사단체도 "긍정적 변화"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하지만 의정 협의가 진전될 때마다 뚜렷한 대안 없이 반대만 해온 전공의 단체 대표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원점 재검토'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 선배 의사 사이에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의료 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후 조 장관이 전공의에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을 위해 단상 앞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여야의정 협의체 등 대화에 의료계 참석 촉구 및 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 구성 방안 등을 발표했다. 2024.9.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이에 대해 같은 날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긍정적인 변화"라며 한발 다가섰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현안 기자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조 장관께서 오늘 브리핑에서 '결국 중요한 건 의정 간의 신뢰 회복'이라고 했고 의협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적정 의료인력을 분석하는 추계기구 참여를 요청한 데는 "내년도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부터는 유예가 아니라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면서 참석에 여지를 뒀다.

하지만 의정 간 대화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의료사태의 열쇠를 쥔 전공의 단체가 여전히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의협과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의협의 브리핑 기사를 공유하며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 없다"며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다"고 내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재차 강조합니다만, 의협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임현택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시기 바란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정 갈등이 촉발된 후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정치권 주도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 시에도 "의협 주도의 정부 협상에는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선배 의사들은 대체로 사직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항하는 전공의에게 부채 의식과 죄책감 등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사가 여전히 많지만, 일각에서는 수시 모집이 끝난 지금까지도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며 의협과 대립하는 전공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를 위해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2024.9.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익명을 요청한 A 의사는 "전공의가 의협과 반복적으로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의대 교수마저도 존중하지 않는데, 독자적으로 행동해도 지금의 의료사태를 홀로 처리할 수는 없는 만큼 선배들과 소통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에 불만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반대만 하는 것 같다"며 "전공의 대표가 불통하는 모습에 전체 전공의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된다. 드러내진 않지만 이런 모습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한 의사와 교수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직 후 대학병원을 떠난 박단 비대위원장이 전공의 대표로 나서는 데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각자 자발적으로 사직한 만큼 박 비대위원장이 정부와 협상을 타결해도 복귀할 전공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병원에 복귀한 전공의가 스스로 자신들의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비대위원장은 2023년 대전협 회장에 취임했고 회칙대로라면 지난 8월 31일 임기가 끝났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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