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선보였던 소형 픽업 ‘싼타크루즈’가 생산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2021년 5월 데뷔 후 약 5년 만에 조기 퇴장하는 셈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생산돼 온 싼타크루즈는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라인에서 빠지고, 생산 여력은 투싼으로 전환된다.
유니바디 기반 픽업이라는 색다른 시도였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5년 2만5,500대, 매버릭과 격차가 ‘결정타’


판매 지표는 냉정했다. 2025년 싼타크루즈 판매량은 25,500대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소형 픽업 시장에서 포드 매버릭이 155,000대를 기록하며 18%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두 모델의 격차는 129,500대에 달했고, 싼타크루즈는 경쟁 모델의 약 6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판매 부진은 재고 부담으로 이어졌고, 딜러들이 수개월치 물량을 떠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생산량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니바디 픽업의 한계, 정체성 혼선이 수요를 갈랐다

싼타크루즈의 약점으로는 ‘차급 포지셔닝’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크로스오버 기반 유니바디 구조를 채택하면서 레저용 차량과 전통 픽업의 중간 지점에 놓였는데, 이 전략이 장점이 되기보다 애매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픽업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적재·견인 측면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반대로 도심형 레저차를 찾는 층에게는 실용성의 설득력이 약했다. 2024년 오프로드 감성을 강화한 XRT 트림을 추가했지만, 판매 흐름을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라인은 투싼으로, 픽업은 2029년 ‘바디 온 프레임’으로 재도전

현대차는 몽고메리 공장에서 싼타크루즈 라인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투싼 생산을 투입하는 방향을 택했다.
투싼은 2025년 234,000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4% 성장해, 공장 가동률 관점에서 훨씬 안정적인 카드로 평가된다. 다만 픽업 시장 자체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2027년 2분기부터 토요타 타코마, 포드 레인저와 경쟁할 중형 픽업 개발에 착수해 2029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유니바디가 아닌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적용해 정통 픽업 시장을 정면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첫 실패’가 남긴 과제, 다음 픽업의 관건은 용도 명확화

싼타크루즈의 짧은 생애는 미국 픽업 시장의 특성을 다시 확인시키는 사례다. 이 시장은 전통 브랜드의 신뢰, 그리고 용도 구분이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차별화로 꺼내든 유니바디 전략이 오히려 정체성 논란을 만들었고, 소비자는 익숙하고 검증된 경쟁 모델로 이동했다. 2029년 중형 픽업이 바디 온 프레임으로 전환해 적재·견인 ‘기본기’를 확보한다면 반전 여지는 생긴다.
다만 타코마와 레인저가 장악한 구도 속에서 현대차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사양과 포지셔닝을 제시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