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1위라는 기묘한 통계

이 사진을 보라. 지하철 광고판에 붙어 있는 한 대학 광고인데, 취업률 90%를 달성하며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다른 대학 포스터에도 ‘취업률 전국 1위’라고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한국에는 4년제와 전문대를 합쳐 약 400개의 대학이 있는데, 다들 저마다 자기 학교가 취업률 1위라고 외치고 있으니 좀 혼란스러워지는데.

안 그래도 대학 입시 시즌이 슬슬 다가오는데, 대학을 선택해야 할 수험생을 위해서라도 팩트체크 좀 해야겠다. ‘취업률 1위 대학이 왜 이리 많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취재했다.

일단 진짜 취업률 1위 대학은 어딘가부터 짚어보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4년 12월 발표한 ‘2023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를 보면 된다. 이게 가장 최근 통계인데, 졸업생 2000명 이상 대규모 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는 성균관대였다.

졸업생이 500명 미만인 소규모 대학 중에서는 목포가톨릭대가 가장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사실 정부가 공신력 있게 집계한 1위 대학은 이 정도뿐이다.

근데 시내 곳곳을 둘러보면, 마치 모든 대학이 1위인 듯한 현수막과 광고가 넘쳐난다.‘지역 국립대 1위’ ‘여학생 취업률 1위’ ‘경북권 취업률 1위’… 조건은 천차만별, 어떤 학교는 심지어 연도를 달리 잡아 1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떻게든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스스로 유리하게 기준이나 집단을 만들어 1위라고 홍보하는 거다. 그러니 자칫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현수막 하단에 조그맣게 달린 괄호 안 문구를 자세히 봐야 한다.

사실 이런 취업률 홍보는 애교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취업률 1위 경쟁이 청년의 취업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학이 홍보하는 취업률은 단순하다. 졸업 후 1년 안에 건강보험 DB에 이름을 올렸는가, 아닌가가 기준이다. 그러다 보니 계약직, 단기 아르바이트, 인턴 구분 없이 모두 다 ‘취업’으로 집계된다.

또 대학이 내세우는 ‘1위 취업률’은 단순히 취업 여부만 보여줄 뿐이다. 취업 이후 청년의 삶은 놓치고 있다. 실제로는 청년 취업자 상당수가 첫 직장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들은 왜 이렇게 설익은 데이터로 무리하면서까지 ‘취업률 1위’ 타이틀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만큼 청년들이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신규 채용 조사에 따르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겨우 60%에 그쳤다.

100인 이상이니 그래도 꽤 일할만한 직장이라는 건데, 이런 곳의 신규 채용 신규 채용 의지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정은 있다.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

신입사원을 뽑으면 직무 교육, 멘토링 등 초기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계약직·인턴·파견직을 확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수치로 보여지는 취업률이 아닌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인턴, 파견직 채용이 증대하고, 경력직·수시 채용 경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정규직 신규 채용과 취업 후 청년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제도적인 지원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들의 정규직 신규 채용을 유도하고 청년들의 취업·근속을 돕기 위해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형은 두 가지다. 먼저 첫 번째 유형은 취업애로청년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고졸 이하의 학력이거나, 4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만 15~34세 청년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 후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해당 기업은 최대72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두 번째 유형은 기업뿐 아니라 청년까지 지원한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빈일자리 업종 기업이 해당되는데,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 유형과 동일하게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해당 기업은 최대 720만원을 지원받는다.

기업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취업한 청년 본인도 근속 6개월마다 120만 원씩, 총 2년을 다니면 최대 480만 원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니까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은 기업의 신규 인건비 부담을 덜어 정규직 채용을 증대시킨다. 또 청년도 안정적 일자리와 소득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어, 기업이나 청년 모두에게 딱 맞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들이 앞다투어 내세우는 ‘취업률 1위’ 광고는 숫자만 강조할 뿐, 장기 미취업 청년이나 불안정 고용의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기업과 청년의 현실적 요구를 반영해 설계된 제도인 것 같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의 커리어까지 신경 쓰는 제도라서, 대학 취업률 1위 경쟁에 가려진 청년층이 겪는 실질적인 취업 문제를 메워주고 있다.

대학들이 외치는 ‘취업률 1위’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작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요한 건 단순히 “취업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 하는 것.

고용노동부의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이 바로 이 부분을 채워주는 제도인 것 같다.

화려한 ‘1위’ 문구보다는, 실제로 청년들의 첫 경력을 든든하게 만들어줄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가 더 주목받고, 확대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