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네타냐후, 재판 4년 만에 법정 첫 출석…부패 혐의 부인

뇌물 수수,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경찰 조사가 시작된 지 8년, 재판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진술했다. 그는 재판은 자신을 향한 “마녀사냥”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이스라엘 최초로 범죄 혐의로 기소된 현직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가 10일(현지시각) 텔아비브 야파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부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은 애초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진행 예정이었으나 보안 상의 이유로 판사의 지시로 텔아비브 지방법원으로 옮겨 진행됐다. 100여명이 넘는 시위대가 법원 밖에 모여 “부패에 대한 면책 특권은 없다”고 항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들도 현장을 지켰다.
네타냐후 총리는 3명의 판사 앞에서 “나는 진실을 말하기를 8년 동안 기다려왔다”면서 “하지만 나는 총리이기도 하다. 7개 전선 전쟁에서 나라를 이끌고 있다. 나는 이 두가지를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휴게시간을 포함해 5시간 가량 법정에 머물렀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수사는 2016년부터 이뤄졌다. 당시 수사 당국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래 역임(총 3차례, 1996~1999년, 2009~2021년, 2022년 12월 이후)한 총리가 뇌물을 받아왔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2018년 2월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2019년 11월~2020년 1월 그를 사기와 배임,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사건은 총 3건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아르논 밀찬 미국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제임스 패커 오스트레일리아 억만장자로부터 30만달러 가까운 선물을 받고 합병 거래를 도운 혐의, 이스라엘 신문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를 위해 경쟁 신문에 피해를 주는 법안 제정에 동의한 혐의, 이스라엘 기업인 부부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이 부부가 소유한 뉴스 사이트 보도를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허용한 혐의 등이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이 불법적 향응 제공을 받는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는 데 집중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총리는 “하루 17~18시간을 일하고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 흰 장갑을 낀 웨이터가 제공하는 식사를 먹지 않는다. 나는 24시간 내내, 새벽까지 일한다. 새벽 1~2시에 자기 때문에 가족을 볼 시간이 거의 없다”면서 “가끔은 담배(시가)를 피우지만 항상 회의와 브리핑이 있어 오래 피우지 않는다.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샴페인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9일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재판을 가리켜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범죄 혐의를 줄곧 부인했지만, 미디어 매체 소유자와의 접촉과 그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 미디어를 다양화하고 싶다. 통제하고 싶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진영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더 많은 텔레비전 방송국을 추가하는 것이고 이는 필수적이다. 언론의 다양성을 위해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재판이 진행되는 향후 두 달 동안 일주일에 3번씩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고 고지한 상황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네타냐후 총리 쪽은 총리로서 임무 수행 필요성과 휴식권을 요구하고 있다. 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으로, 유죄가 나온다면 총리에게 징역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르당으로부터 반이스라엘 신문으로 찍힌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을 활용해 재판을 축소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말 총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뒤 야리브 레빈 부총리 겸 법무장관을 앞세워 사법부 권한 대폭 축소를 시도하는 사법개혁’(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해 올해 7월 통과시킨 바 있다.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뺏는 법안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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