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제휴로 출발한 알타이
터키는 2007년 차세대 전차 ‘알타이’ 개발을 선언하며 한국 K2 흑표의 체계기술을 도입했다. 차체 설계, 복합장갑, 사격통제 등 핵심 교범을 토대로 자국형 전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고, 목표는 서방 규격에 맞춘 독자 플랫폼 확보였다. 표면적으로는 독자개발이지만, 초기 로드맵은 한국 기술을 주축으로 한 공동 설계·현지화였다. 이 선택은 터키가 단기간에 주력전차의 기본 골격을 확보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핵심 동력계’라는 가장 까다로운 과제도 남겼다.

독일 파워팩 단절과 10년의 표류
알타이 개발의 병목은 파워팩이었다. 전차의 심장인 엔진·변속기 수입이 인권 이슈 등으로 막히면서 독일 공급망이 끊겼고, 터키는 자체 엔진(BATU)과 변속기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고온·고부하 연속 운전에서의 과열, 기어단 치합·내구 수명, 실차 통합 진동 문제까지 잇따르며 실전 배치가 지연됐다. 퍼레이드에서는 굴러가도 혹서·혹한·먼지·언덕·장시간 주행과 포발사 반동이 겹치는 전장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전력화는 불가능하다. “알타이=전시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한국 파워팩 재도입이 바꾼 공식
돌파구는 한국 복귀였다. 터키는 한국산 1,500마력급 디젤 엔진과 자동변속기 조합의 파워팩을 채택했고, 현지 요구 조건에 맞춘 보정·튜닝과 함께 8개월 이상의 혹한·혹서·고도·사막·구배 주행, 급가감속, 장시간 아이들링, 포발사 동시 부하 시험을 진행했다. 관건은 한 번의 ‘성공 주행’이 아니라 반복·장시간에서의 균일 성능과 결함률이었고, 결과는 ‘단번 통과’였다. 이로써 알타이는 전력화 기준의 마지막 문턱—동력계 신뢰성—을 넘어섰고, 지연되던 양산 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핵심 장비를 외부 조달했지만, 통합·운용성 측면에서는 자국 전차의 면모를 갖추게 된 셈이다.

겉은 터키, 속은 한국 기술 비중
외형은 터키형 포탑과 차체로 보이지만, 내부는 한국 기술의 비중이 높다. 동력계(엔진·변속기)와 이를 중심으로 한 냉각·흡배기·제어, 트랙션·현가계 최적화, 장갑 설계 사상과 사격통제 체계까지 한국의 설계 철학이 깊게 스며 있다. ‘70% 이상’이라는 표현은 단순 부품 조달을 넘어, 플랫폼을 성능 기준에 맞게 엮어내는 체계공학적 자산이 한국발이라는 뜻과 같다. 전차는 부품 합이 아니라 ‘통합 후의 거동’이 제품 품질을 결정하는데, 한국은 바로 이 통합·검증의 노하우를 현지 조건과 결합시켜 결과를 만들어냈다.

터키가 얻은 전력, 한국이 얻은 신뢰
터키는 지연에서 벗어나 실전 배치의 확실한 동력을 얻었다. 전력 공백을 메우고, 장기적으로 자국화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시간을 벌었다. 한국은 또 하나의 혹독한 수요국 조건에서 동력계·체계통합 신뢰성을 입증했고, “완제품·부분품·기술이전·현지화 패키지”를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는 폴란드·루마니아·중동권 등 차세대 전차·자주포·장갑차 구매 시장에서 ‘낮은 리스크’와 ‘빠른 실전화’라는 한국 장점으로 환산된다. 방산은 결국 신뢰의 산업이고, 이번 사례는 그 신뢰를 데이터로 증명했다.

상호 윈윈(Win-Win)의 생태계를 더 키우자
결국 ‘1위를 찍은’ 이유는 단순히 좋은 부품이 아니라, 끝까지 작동하게 만드는 통합과 검증의 힘이다. 한국은 파워팩 완전 국산화 고도화, 예비부품·교육·MRO 패키지, 현지 공동생산·역내 수출 연계까지 수명주기 전 과정을 상품화해야 한다. 터키는 확보한 전력으로 운영 데이터를 축적해 후속개량(T2·T3)에 반영하고, 한국과의 공동 시험·공동 규격화를 통해 상호 호환성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의 제약이 만든 공백을 기술 신뢰로 채운 지금, ‘빠른 실전화와 낮은 총소유비용’의 표준을 함께 확립해 글로벌 전차 시장의 새 질서를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