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하늘에서의 전쟁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 이래 지금까지 일일 단위로 지상 전선의 변화를 지도에 표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유무인 항공기와 미사일이 활동하는 하늘에서의 전쟁 상황은 따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
사실 지상과 달리, 유동성이 큰 하늘에서의 전쟁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하늘에서의 상황은 전쟁 전반에 걸쳐 극적인 변화를 미칠 수 있다. 알기 쉬운 사례로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드라마 ‘마스터 오브 디 에어’를 들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제8공군과 독일 공군과의 하늘에서의 전쟁을 포함한다. 실제 사실에 기반했다는 이 드라마는 제8공군 사령관으로 둘리틀 장군이 부임한 이후의 줄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둘리틀 장군은 태평양에서 육상 폭격기를 항공모함에서 이륙시키는 기발한 발상으로 ‘미국 최초의 일본 폭격 성공’이라는 명성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둘리틀 장군이 제8공군의 목표로 독일 공군 소멸을 선택한다.
제8공군 폭격기들은 독일 항공기 생산 공장과 비행장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미국 폭격기에게 독일 요격 전투기들을 유인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하여, 하늘에서도 독일 공군을 파괴하는 활동에 집중했다.
이러한 제8공군의 활동상과 그로 인한 독일 공군 능력의 변화는 지상 전선처럼 지도로 그려질 수는 없었다. 즉 하늘에서의 상황이나 그로 인한 전쟁 전반의 변화가 즉각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는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점에 극적으로 나타났다.
‘마스터 오브 디 에어’에서는 연합군의 대규모 상륙함대가 하늘로부터 독일 공군의 위협을 전혀 받지 않으며 바다를 건너는 장면을 제8공군 조종사들이 감탄스럽게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에서의 전쟁 상황은 일일 단위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 결과는 극적이다. 2022년 2월말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진격하고 있었다.
그때 러시아 공군은 전쟁 전 기간에 걸쳐 항공기를 그나마 가장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는데 당시 우크라이나 공군은 항공기의 비행을 제한하며 지대공 방공무기에만 의존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되어 러시아 공군은 항공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공 깊숙한 침투를 중단했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지상에서도 전선 변화가 큰 기동전 대신 교착된 전선에서의 진지전 양상이 등장했다.
2023년 6월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전차 등 공격무기를 지원받아 대반격에 나섰다. 그런데 그 시점까지 서방이 약속한 전투기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후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전선을 변화시키는 기동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눈에 잘 뜨이지 않는 하늘에서의 전쟁이 지상 전선 변화의 중요한 필요 조건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듯 하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노출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에는 북한 공군력의 현대화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안보를 위해서도 눈에 잘 띄지는 않으나 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하늘에서의 전쟁에 대해 한층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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