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값 건보서 지원’ 의료계·한의계 3차 전쟁

곽래건 기자 2026. 6. 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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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필수 의료 위기인데도
재정 60% 더 쓴 사업 중단해야”
한의계 “왜 문제를 한약 탓하나…
안전성 검증에도 악의적인 폄훼”
한 대학한방병원 약제실.

의사 단체와 한의계가 ‘한의학 첩약(한약)’을 둘러싸고 ‘3차 건보(건강보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시행 중인 ‘첩약 건보 적용’ 시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건보 재정이 기능성 소화불량에 600억원 이상, 알레르기 비염에 300억원 이상 쓰였다”며 이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한의계는 “똑같은 병인데, 건보 재정을 의사가 쓰면 괜찮고, 한의사가 쓰면 재정 낭비냐”며 반발했다.

이 시범 사업은 2020년 11월 ‘한약에도 건보를 적용해 국민 약값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당시 의협은 “첩약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했고, 한의사계는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라고 맞섰다. 그러다 2024년 4월 시범 사업이 2단계로 넘어가면서 다시 충돌했다. 1단계 때만 해도 건보 적용 질환이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65세 이상) 등 3개였는데, 2단계 때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 등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의협은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첩약에 건보 재정 투입을 늘린다”며 비판에 나섰고, 한의계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는데, 양의계가 이성을 잃고 한약을 악의적으로 폄훼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세 번째 충돌은 이 사업에 들어간 건보 재정 지출액이 최근 알려지면서 벌어지게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단계 시범 사업(2024년 4월~올 12월)에 일단 지난해 12월까지 건보 재정에서 지원된 금액이 1931억9000만원이라고 한다. 당초 정부 예상은 1188억원이었는데, 이보다 61%를 더 쓴 셈이다. 이는 3년 이상 진행됐던 1단계 시범 사업에 들어간 금액(약 50억원)의 약 40배다. 특히 2차 시범 사업 기간이 올 연말까지여서 금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의협은 “필수 의료 위기 문제가 심각한데, 정책 우선순위가 왜곡됐다”며 이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정된 건보 재정을 경증 중심의 첩약에 투입하지 말고 필수 의료 분야 지원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계는 “필수 의료 붕괴를 마치 첩약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창길 대한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첩약에 들어간) 1900억원은 1년 건보 전체 진료비(약 120조원)의 0.16%에 불과한데, 필수 의료가 이 때문에 붕괴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2단계 시범 사업이 끝난 뒤 이를 정식 사업으로 도입할지 여부는 그간 성과를 분석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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