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교세’는 누가 땄는가?…순천 국회의원 성적표 두고 ‘시끌’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5. 8. 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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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순천발 특교세 규모=국회의원 ‘힘’ 논란…불편한 진실은
김문수 의원 vs 노관규 시장 측근들 공과 놓고…‘갑론을박(甲論乙駁)’
“특교세 내가 확보했다”…국회의원 ‘특교세’ 치적 홍보에 주민들 ‘혼란’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OOO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O억원 확보 '쾌거'!" 

올해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앞 다퉈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현수막 등을 통해 특별교부세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지역과 금액만 다를 뿐 '내가 나서서 지역구에 예산을 따냈다'는 골자는 대동소이하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현안 사업을 추진하는데 얼마나 많은 나랏돈을 끌어오느냐가 의원의 능력을 가늠하는 평가기준이 되면서 '특별교부세=의원 성적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상당수 의원들은 특교세를 확보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 등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지역사회도 현안사업 해결을 위한 의원들의 특소세 성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남지역 한 국회의원이 길거리에 내건 특별교부세 확보 현수막 (기사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해당 의원실 보도자료

김문수 vs 권향엽 '6배 차이'…두 쪽으로 갈라진 순천 지역사회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국회의원이 확보한 특별교부세(이하 특교세) 액수를 놓고 '자질' 논란으로 번지기도 한다. 전남 순천이 특교세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 중 한곳으로 꼽힌다. 발단은 순천갑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천갑 특별교부세 8억 확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홍보 목적으로 올리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얼마 못가 김 의원의 성적표를 놓고 지역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김 의원이 확보한 올해 상반기 정기 특교세가 전남 국회의원 중 최하위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다. 시청 안팎에선 이것이 누구의 공과인가를 놓고 김 의원과 노관규 시장의 측근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김문수, 권향엽 의원 지역구에 반영된 행정안전부의 특교세가 무려 6배 차이를 보이면서 세간에선 두 의원의 '의정 역량'을 비교 평가하는 분위기가 한껏 달아 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시청 안팎에선 누구의 책임인가를 놓고 김 의원과 노관규 시장의 측근, 시청 공무원들 간에 치열한 '갑론을박(甲論乙駁)'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5일 오후 22대 국회 개원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을 지나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국회의원들. (기사 본문의 내용과 무관함) ⓒ시사저널 이종현

김 의원, 2년 연속 전남 꼴찌…'자질론' 급부상

지난 1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전라남도 시·군 상반기 정기 특별교부세 교부 현황'에 따르면 전남지역 특별교부세는 총 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논란의 중심에 선 순천시는 16억 원을 교부 받았다. 김 의원 지역구 순천갑에는 8억원이 배정됐다. 

사달은 일부에서 전남 22개 시군 별 특교세 확보액을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성적표로 갈음해 순위를 매기면서 났다. 국회의원 지역구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4·10 총선거로 입성한 전남 국회의원 10명 중 올해 지역구에 행정안전부의 특교세를 가장 많이 확보한 사람은 문금주·이개호 의원으로 파악됐다.

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군)의원은 올해 11개 사업에 총 50억원을 확보하면서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69억원 확보해 2년 연속 전남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64억원을 확보했던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군) 의원은 올해 50억원을 확보해 문 의원과 같은 공동 1위에 올랐다. 3위는 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을)의원으로 총 45억원을 확보했다. 김문수 의원과 같은 순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권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 정기 특별교부세도 46억원을 받아와 최근 2년 동안 91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박지원(해남·완도·진도) 의원이 44억원을 받아 그 뒤를 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5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따냈다.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은 41억원을 지역구로 가져왔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 44억원을 확보했다. 신정훈(나주·화순)의원은 지난해 4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39억원의 특교세를 확보했다. 김원이(목포) 의원은 10억, 조계원(여수시을)의원과 주철현(여수시갑)의원은 각각 9억원을 받았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순천갑) 국회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특별교부세 확보 관련 카드뉴스 ⓒ페이스북 캡쳐

"너무 초라해 실망" vs "허튼소리, 지역구 사정 탓"

전남에서 가장 적은 예산은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의원의 8억원이다. 액면 그대로만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남에서 가장 적은 6억원을 확보하는데 그쳐 2년 연속 최하위 의원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같은 초선인 문금주 의원과는 무려 105억원의 차이가 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김 의원이 받아든 특교세 성적표는 전남 동부권 중심 도시 순천시 국회의원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하다는 평가가 비등하다. 일각에서 김 의원이 특교세 문제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감지된다. 나아가 일부 시민은 물론 지역 정치권에서는 "창피하다" "실망했다" "순천 위한 국회의원 맞는가" 등 싸늘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반면 "특교세 배분 구조를 잘 모르고 견강부회하는 허튼소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진영에선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자면 1차적으로 특교세 신청 주체인 순천시의 책임이 크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국회의원 별이 아닌 시군별로 특교세를 교부하다보니 일선 시·군 4군데를 지역구로 둔 권 의원의 특교세 합계가 좀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특교세 확보는 국회의원 '정치력' vs '숟가락 얹기'

국회의원들의 특교세 홍보는 치적 쌓기와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온지 오래다. 다수 의원들은 매년 사업 발굴과 교부 신청 주체인 일선 지자체를 제쳐두고 전남 특교세를 자신들이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홍보처럼 특소세 확보에 국회의원 역할과 비중이 절대적이라면 확보한 특교세의 규모는 의원 개인의 정치력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지역 특교세를 따낸 것일까. 우선 특교세는 추경 등과 같이 국회의원이 예산 심의를 주도하지 않고 지자체가 제출한 현안·재난안전 사업에 대한 심사에 의해 결정된다. 예산 규모가 한정돼있어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 일환으로 정부의 특교세 심사에 '협의'라는 명분으로 관여하게 되고, 특교세 규모가 곧 국회의원의 '힘'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특교세 성적을 국회의원의 의정 실력으로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의원들이 실제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해 중앙정부의 한정된 예산을 '확보'한 것인지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본인이나 일부 언론에 발표한 내용만 보면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해 의원들이 직접 힘을 써 예산 수억~수십억 원을 '확보'한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회의원이 소위 '개인기'를 통해 얻어내는 사업으로 보기에는 억지가 끼어있다는 것이다.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직접 특교세를 '따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교세는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세운 뒤 행안부에 교부를 신청해 받는다"며 "의원들이 지자체가 특별교부세를 신청하기 전에 사전 협의를 거칠 수는 있겠지만 행안부 심사 과정에 힘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재명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도 "본래 특교세 교부 취지대로 지자체 재정여건, 지역발전 수준 등 경제적 요인을 최우선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단순 비교는 무리…재정 열악 시군 여럿 둔 지역구 액수 커"

이처럼 교부 신청 주체가 지자체이다 보니 국회의원들이 전적으로 '자신이 확보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의원이 직접 나서 특교세를 따내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특교세 확보의 공을 의원들이 가져가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선 시군 관계자들도 의원들과 다른 말을 한다. 전남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특별교부세는 저희가 전남도에 신청하면, 도에서는 정부로 신청하고, 주무부처인 행안부에서 사업이 적정한지 판단해서 내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로 정해져 있다. 이 가운데 3%가 특교세로 편성되는데, 자치단체가 현안 사업을 정하고 정부에 신청해 받는 예산이다. 실무 작업은 공무원들이 다 하고 국회의원실에는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직접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고 하는 건 억지 주장에 가깝다는 얘기다.  재주는 곰(지자체)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국회의원)들이 챙기는 전형적인 의원들의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래도 의원 홍보가 사실이라면 행안부에 '압력'을 행사했거나 그쪽에서 알아서 배려해줬다는 얘기가 된다. 

차라리 개별 의원들의 정치력보다는 지자체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액수가 결정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교세는 내국세의 초과세수를 나눠주는 등 배분되는 경향이 강하고, 지역 특성(낙후도 등)을 고려하다 보니 도시보다는 농어촌에 배당되는 몫이 상대적으로 많다. 더구나 농어촌 지역에서 재정이 열악한 여러 시군을 지역구로 둔 의원일수록 특교세 액수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2년 연속 전남 1위를 차지한 초선의 문금주 의원의 지역구는 농촌지역인 고흥·보성·장흥·강진 등 4개 지자체로, 재정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심지어 문 의원의 경우 지난해 정치 시작 3개월 만에 69억원을 확보하면서 최상위를 차지해 과연 정치적 역량에 따른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있다. 문 의원의 지역구에서 김승남 전 의원이 2023년 상반기에 86억 원으로 가장 많이 확보한 적이 있어 더욱 그렇다.

공동 1위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군)의원의 지역구 구성도 대동소이하다. 3위인 권향엽 의원은 순천시 8억·광양시 10억·곡성군 14억·구례군 13억 등을 합해 45억원을 확보했다. 4~5위를 차지한 박지원(해남·완도·진도) 의원과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도 농촌지역의 복합선거구를 갖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특교세가 재난과 같은 특별한 재정 수요가 있거나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또 시·군 등 지역구가 넓을수록 지급 규모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김 의원의 지역구는 순천을 쪼갠 사실상 단일 선거구여서 액수가 상대적으로 쪼그라 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남 순천갑 지역구 김문수 국회의원의 8억 특소세 성적표를 놓고 지역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져 치열한 갑론을박(甲論乙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순천 시가지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특소세 성적=의정 실력' 책임 추궁은 또 다른 억지

그럼에도 순천이 확보한 16억원은 도시 규모가 엇비슷한 목포(10억), 여수(18억원)와 비교해 많거나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처럼 특소세 확보 여부가 의원의 정치력보다는 지역구 사정이 더 크게 작용한다면 전적으로 정치인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특소세는 원칙적으로 지자체가 대상 사업을 발굴해 교부를 신청하면 심사해 내려주는 구조여서 국회의원과 직접적인 협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다. 

물론 특교세 교부액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활약하느냐 여부와 정치적 역량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른바 '말빨'이 먹히는 국회의원일수록 자신의 지역구에 더 많은 특교세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원칙과 달리 실제론 특교세 배분 방식을 두고 여당 소속인지, 입김이 센 다선 의원인지, 행안위 소속 의원이나 예산 편성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예결위 소속인지가 일정 부분 교부세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뒷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 고위 공무원 출신 A씨도 "지자체에 대한 일제 배분이 아닌 직권 배정의 경우 주로 힘있는 국회의원이나 행안위 소속과 여당 의원들에게 좀 더 많이 돌아간다"고 실토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행안위나 예결위 소속 등 변수가 있지만 특별교부세 확보는 통상 초선의원의 경우 1년에 10~20억 원, 재선은 40억 원 안팎, 3선 이상은 50억~80억 원이란 암묵적인 규칙 같은 것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직권 판단에 따라 배분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관행적으로 굳어진 국회의원들의 과장 홍보는 정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특소세 성적을 의정 평가로 치환하는 것은 또 다른 억지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자체 기획력과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원실이 지자체 예산부서와 얼마나 손발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또 다른 정치력 가늠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볼썽사나운 모습 누구의 책임?…"국회의원-단체장, 손잡고 지역발전 노력해야" 

그렇다면 지금 순천에서 보여 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누구의 책임일까. 역대 국회의원들은 물론 도지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다는 노관규 시장의 독선과 불통 행정 탓인가.

아니면 정치적 위상에서 윗사람인 김문수 의원이 아랫사람인 노 시장을 다독이지 못한 부덕의 소치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모든 사람들의 책임일까. 순천 지도층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다.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 A씨의 말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는 업적이 중요하겠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리 중요치 않다. 다만,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이 손잡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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