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발표가 나왔습니다.
사전에는 중국제 J-10 전투기 도입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뜻밖에도 튀르키예의 5세대 전투기 KAAN 48대 도입 계약이 발표된 것이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 튀르키예가 인도네시아에 역사상 기록적인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며 "KAAN 전투기가 튀르키예내에서 생산되고 인도네시아 역량도 생산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계약의 규모는 상당합니다. 튀르키예 언론 DailySabah는 "KAAN 48대에 관한 계약 금액이 100억 달러"라고 보도했는데, 한화로 약 14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죠.
더욱 흥미로운 점은 120개월(10년) 이내에 인도될 예정이며,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라 중요한 기술이전도 포함되어 있고, 인도네시아의 산업 역량도 KAAN 프로그램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KF-21에서 KAAN으로 갈아탄 인도네시아의 속사정
인도네시아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한국과의 KF-21 사업에서 벌어진 복잡한 갈등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KF-21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납부하지 않아 양국 간 협력 관계에 긴장이 발생했고, KF-21 프로그램과 관련된 데이터 유출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양보안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KF-21 사업 분담금을 1조7000억 원에서 6800억 원으로 대폭 감액했음에도 인도네시아아측은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수정된 조건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시절부터 항공우주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그가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KAAN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단순한 충동적 결정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선택으로 보입니다.
튀르키예의 화려한 기술이전 약속
튀르키예가 인도네시아를 끌어들인 핵심 미끼는 바로 기술이전 약속이었습니다.

TAI(터키항공우주산업)는 "인도네시아향 KAAN에는 튀르키예산 엔진이 탑재된다"고 밝혔는데, 이는 TAI가 개발 중인 TF-3000 엔진을 의미합니다.
튀르키예는 완전한 국산화를 통해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피하고 독자적인 전투기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항공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근본적인 목표가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항공 국영기업인 PTDI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항공우주 산업의 주요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항공우주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 KF-21 개발에 참여했지만, 인도네시아의 과도한 기술 이전 요구는 한국측을 자극했고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튀르키예와의 협력 과정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항공우주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전략적 기회로 KAAN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항공산업 기술적 현실
하지만 튀르키예가 약속한 기술이전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KAAN은 TAI의 주도로 영국 BAE 시스템스, 브라질의 Akaer 등지의 기술협력을 받아 개발 중인 전투기입니다.
특히 핵심 기술 부분에서 영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BAE는 약 1,500억원 상당의 기본설계 TAC 계약을 맺고 사업에 참여 중이며, 기본설계 초기에는 400인/연으로 참여했고, 현재는 이보다 늘어난 약 90명의 엔지니어가 참여중이라고 합니다.
이는 튀르키예가 독자적으로 개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영국의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엔진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튀르키예는 원래 영국이 상당 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유로제트 EJ200 엔진을 사용하려 했지만,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정부 허가 없이는 영국 롤스로이스가 독단으로 EJ200 엔진을 튀르키예로 수출하거나 기술이전을 할 수 없어서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에 놓였습니다.
튀르키예산 엔진 개발의 허상
튀르키예가 자랑하는 TF-3000 국산 엔진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독자 개발과는 거리가 멉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TAI는 영국 BAE시스템과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롤스로이스와도 엔진 개발 사업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튀르키예는 영국 롤스로이스와 터키 현지 파트너인 케일(Kale)이 합작회사 TEC를 통해 KAAN 전투기에 탑재되는 엔진을 공동개발 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죠.
TR Motor사의 튀르키예산 엔진의 경우 2029년경에 첫 비행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는 엔진 개발에 많은 어렴움이 있다고 외신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전투기는 날았지만 '종이비행기' 의혹
KAAN의 개발 현황도 겉보기와는 다릅니다.
튀르키예의 KAAN은 지난해 랜딩기어를 접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단 두 차례 시험비행 이후 지금까지 어떤 비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랜딩기어를 접지않고 시험 비행하고 있는 칸 전투기
시제기 6대를 동시에 제작하고 첫 시험비행 이후 1000번 이상 비행을 하며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KF-21과는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항전장비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종이비행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산 엔진을 장착한 KAAN 전투기를 84개월 안에 제작해 2034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제공한다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비현실적 계획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할 기술이 없는 튀르키예의 딜레마
결국 튀르키예가 인도네시아에 약속한 기술이전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핵심 기술들이 모두 영국이나 서방 국가들에서 나오는데, 이들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이전하려면 원천 기술 보유국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튀르키예의 TF-3000 엔진이 과연 약속된 시기에 완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자국산 엔진 탑재는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넘어서 무기 수출에서도 큰 의미를 갖지만, 아직은 외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TAI는 목표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두고 봐야한다며, 10년 전과는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정해진 시점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튀르키예 측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튀르키예의 화려한 약속에 현혹되어 KAAN을 선택했지만, 정작 터키가 약속한 기술이전은 튀르키예 자체가 보유하지 못한 기술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또 다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