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금융 디파인(DeFine) <26>] 한미 통화당국 새 수장 신현송과 워시, 4월 21일의 두 좌표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6. 5. 1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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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왼쪽) 미국 연준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 뉴스1·로이터연합

2026년 4월 21일은 한미 통화정책의 좌표를 함께 점검해 볼 분기점이었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는 신현송 제28대 한국은행 총재 취임식이 있었고, 워싱턴 D.C. 에서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했다. 한미 통화 당국 수장의 교체 국면이 사실상 같은 시점에 시작된 셈이다.

두 인사 모두 중앙은행 외부의 경험을 거쳐 통화 당국 수장으로 들어왔지만, 그 ‘외부’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신 총재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학자다. 1998년 스티븐 모리스와 함께 글로벌 게임(Global Games) 이론을 제시했고,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시절에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환원, 외환 건전성 부담금) 설계에 깊이 관여한 뒤, 12년간 BIS에서 글로벌 유동성과 비은행금융기관(NBFI· Non Bank Financial Institutions) 분석을 이끌어왔다.

박선영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전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워시 후보자는 다른 궤적을 걸었다. 2006년 35세에 연준 최연소 이사로 임명돼 글로벌 금융 위기 시기를 거쳤고, 2011년 사임한 뒤에는 후버연구소와 모건스탠리를 거치며 연준의 양적 완화, 대차대조표 비대화, 커뮤니케이션 과잉에 가장 일관된 비판자로 자리매김했다.

비전의 방향도 정반대다. 워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연준은 자기 차선을 지켜야 한다(stay in its lane)”며 전망 보고서(SEP)· 점도표를 포함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과잉을 비판했다.

연준의 발언은 적게, 대차대조표는 작게, 정책 영역은 좁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메시지다. 반면 신 총재는 취임사에서 △유연한 통화정책 운용 △건전성 지표를 넘어선 시장 지표 적극 활용 △원화 국제화 및 디지털 금융 활용도 제고 △구조 개혁의 4대 방향을 제시하며 “기존의 틀만으로는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비은행 부문 정보 접근성 제고, 부외거래, 비전통 금융 상품으로 분석 확장 등 한국은행의 차선을 넓히고자 한다.

이 비대칭은 두 중앙은행이 처한 좌표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통화정책의 외부 효과(externalities)란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의 경제·금융 조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말한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글로벌 달러 조달 비용이 오르고, 신흥국 자본이 유출되며, 비기축통화국 통화에 절하 압력이 가해진다. 한국은행의 결정도 외부 효과를 발생시키지만, 글로벌 금융 조건을 좌우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 정책 결정자에게 외부 효과는 부수적 결과로 처리해도 무리가 없지만, 한국에 미국 정책의 외부 효과는 자국 정책의 출발점이자 본체에 해당한다.

이런 비대칭은 학문적으로도 정립되어 있다. 전통적 먼델-플레밍 모형(완전한 자본 이동이 가능한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환율 제도에 따른 재정·금융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모델)은 자유로운 자본 이동, 환율 안정(고정환율제), 독립적 통화정책 중 두 가지만 동시 달성 가능하다는 ‘불가능한 삼위일체(Trilemma)’ 명제를 제시한다. 한국처럼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나라는 환율을 외부 충격의 흡수재로 활용해 독립적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표준적 함의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제기한 ‘연준이 너무 많은 일을 한다’는 비판은 미국적 좌표에서만 정확히 성립한다. 한국은행이 같은 메시지를 그대로 채택한다면, 그것은 비기축통화국이 자국이 처한 위치를 잘못 인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두 좌표를 동시에 읽는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신 총재가 BIS에서 입증해 온 결론은 이 함의를 수정한다. 변동환율제에서도 국내 신용 공급 조건은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위험 선호가 강할 때 신흥국 은행으로 국제 도매 자금이 유입되며 국내 신용이 팽창되고, 위험 회피 시 그 흐름은 역전된다. 그가 발전시킨 ‘위험 성향 채널(risk-taking channel)’의 핵심이며, 헬렌 레이(Hélène Rey)가 2013년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제시한 ‘글로벌 금융 사이클(Global Financial Cycle)’ 가설과 같은 흐름에 있다. 레이의 명제에 따르면,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존재하는 한 환율 제도와 무관하게 통화정책 독립성은 부분적으로 상실되며, 삼위일체는 사실상 자본 이동 통제 여부의 이위일체(Dilemma)로 축소된다.이 학문적 흐름은 국제통화기금(IMF)의통합정책체계(IPF·Integrated Policy Framework)로 정책적 변환을 거쳤다. IPF는 2020년 이후 IMF가 발전시킨 분석 틀로, 신흥·개도국에서 기준금리 단일 도구만으로는 거시 경제, 금융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① 통화정책 ② 외환시장 개입 ③ 자본 이동 관리(CFM) ④ 거시건전성 정책의 4대 도구를 국가별 취약성 구조에 맞게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며,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외화 부채 비중이 큰 국가에서는 환율 변동만으로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는 점을 IMF가 공식 인정한 변곡점이었다. 비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단일 도구로 운용될 수 없으며, 외환·자본 흐름, 금융 안정, 구조 정책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반면, 워시 후보자가 그리는 연준의 좁은 차선은 일종의 구조적 특권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자국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 조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정책의 부수 효과로 처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따라서 그가 제기한 ‘연준이 너무 많은 일을 한다’는 비판은 미국적 좌표에서만 정확히 성립한다. 한국은행이 같은 메시지를 그대로 채택한다면, 그것은 비기축통화국이 자국이 처한 위치를 잘못 인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국 금융 조건의 상당 부분이 외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나라일수록 그 변수를 모니터링하고 흡수하기 위한 도구의 폭을 좁히는 순간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월 28~29일(이하 현지시각)이고, 그의 임기는 5월 15일에 만료된다. 워시 후보자가 인준되어 주재하는 첫 FOMC는 6월 16~17일이며, 그 사이 신 총재는 5월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첫 메시지를 내놓는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 후반에서 1480원대 후반 사이를 오가는 환경이다. 두 좌표를 동시에 읽는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시야의 출발점은 비기축통화국의 관점을 한국이 스스로 정의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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