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공구 업계에서 알아주는 브랜드 3

안녕하세요. 공구를 추천하고 판매하는 ‘공구로운생활’의 정재영입니다. 스마트폰은 애플, 운동화는 나이키, 향수는 딥디크. 각 분야마다 말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하나씩 있죠? 그렇다면 전동공구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나요? 전동공구에도 인기 브랜드가 있습니다. 아이폰처럼 출시될 때마다 신제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고, 신제품 박람회가 열리면 먼저 사려고 몰려들거나, 거대 팬덤이 만들어져 어떤 브랜드가 더 좋다느니 콜로세움이 열리기도 합니다. 한 기술자의 스타렉스 뒷문을 열면 같은 색깔의 전동공구가 차곡차곡 쌓여있기도 하죠. 그 공구의 가격을 다 더하면 몇천만 원은 기본이고, 억대를 넘기기도 합니다. 기술자에게 전동공구란 밥줄이자 액세서리 그리고 퍼스널 브랜드를 위한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죠.

어떤 공구 브랜드를 쓰느냐에 따라 기술자의 평판이 달라집니다

2024년, 국내 전동공구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수한 글로벌 브랜드가 진출하고, 품질 좋은 국내 브랜드가 계속 탄생하는 레드오션입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제품군이 끊이지 않고 출시되면서 작업 현장뿐만 아니라 DIY, 캠핑 시장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레드오션이 아닌 퍼플오션 즉, 경쟁자도 많고 기회도 많은 시장이죠.

기술자들에게 ‘어떤 브랜드가 최고예요?’라고 물어보면 입을 모아 말하는 세 브랜드가 있어요. 디월트(Dewalt), 밀워키(Milwaukee), 마끼다(Makita)입니다. 세 브랜드가 전동공구 시장을 선도하며 각기 다른 기술력과 마케팅으로 고객을 사로 잡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 뒤얽힌 시장에서 3대장이 될 수 있었을까요?

첫 번째, 100년이 넘는 강력한 헤리티지. 전동공구는 헤리티지가 중요합니다. 공구는 거짓말을 못하거든요. 어줍잖은 스펙 마케팅을 하다가 역풍을 맞은 브랜드가 수두룩해요. 몇십년 일을 해온 기술자는 공구를 손에 쥐자마자 좋은지 안 좋은지 바로 눈치챕니다.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 문제점을 개선해왔기에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곧 믿을 만한 제품을 만든다는 뜻이 됩니다.

2024년, 디월트는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3대장 중 가장 막내라는 사실! 출처: 공구로운생활

두 번째, 전국 A/S 네트워크. 기술자에게 전동공구는 업의 생산성, 전문성을 더하는 밥줄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한 공구가 맘에 들면 평생 그 모델만 쓰기도 하고 자기 자식처럼 아끼기도 하죠. 관우의 청룡언월도, 여포의 방천화극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이 배경에는 삼대장 브랜드의 탄탄한 A/S 정책이 있습니다. 전국 A/S 센터와 대리점을 통해 제품의 퀄리티를 알뜰살뜰 챙겼죠. 고장나면 제품을 새로 사면 되지 않냐구요? 제품의 소모적 회전율보다 소비자의 브랜드 소유를 중시하는 게 전동공구의 특장점입니다. 고장난 제품을 공짜로라도 고쳐줘야지 그 제품을 만족하며 계속 쓰겠죠?

세 번째, 컬러 마케팅. 전동공구 시장은 그야말로 컬러 마케팅 전쟁터입니다. 심플하고 강력한 컬러는 멀리서 봐도 단번에 어떤 브랜드인지 알아차리게 하죠. 툴벨트에 걸쳐진 공구 컬러는 기술자를 장인으로 보이게도 합니다. 특히, 이 삼대장 브랜드는 노랑, 빨강, 청록이라는 눈에 띄는 컬러를 선점하여 멀리서도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모터, 배터리, 가격 등 각기 다른 매력으로 고객을 사로 잡기도 하는데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 3대장 브랜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소개해볼게요.


목수들의 브랜드, 디월트

노란색이 보인다? 그럼 80%는 디월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출처: 디월트 공식 홈페이지

노란색 전동공구가 보인다면 대부분 디월트일겁니다. 1924년, 미국의 레이먼드 엘머 디월트(Raymond Elmer DeWalt)가 설립하였으며 1960년 유명 전동공구 회사 ‘블랙 앤 데커(Black & Decker)’에 인수되었습니다. 블랙 앤 데커 내에서는 블랙 앤 데커, 스탠리와는 다르게 프리미엄 라인을 맡고 있고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브랜드입니다.

컬러 마케팅의 득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노란색과 검은색을 활용한 심플한 디자인을 드릴류, 공구함, 줄자, 안전화, 워크웨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무한히 확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이어폰도 있죠. 목공 분야에서는 이 브랜드를 쓰지 않으면 실력이 의심된다고 할 정도로 목수들은 하나쯤은 무조건 가지고 다닌다고 해요.

디월트 블루투스 이어폰. 출처: 디월트 공식 홈페이지


Nothing But Heavy Duty
밀워키

강렬한 레드 컬러가 일품인 밀워키. 출처: 밀워키 공식 홈페이지

밀워키는 미국의 지역명 아닌가 싶은데, 맞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천, 안성 이런 셈이죠. 밀워키는 실제로 1924년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시작한 전동공구 브랜드예요.

유선, 엔진 장비를 배터리 무선화에 성공한 밀워키 MX FUEL 시리즈. 출처: 밀워키 공식 홈페이지

디월트를 바짝 추격하는 가장 많이 비교되는 브랜드예요. 디월트가 목공이라면 밀워키는 철공에서 많이 쓰이며 디월트에 비해 좀 더 중작업 전문가가 많이 포진되어있습니다. 2020년 MX FUEL이라는 시리즈를 런칭하여 기존 유선, 엔진타입의 중장비를 모조리 무선 배터리화 시키고 있죠. 시내버스나 야구장에서 밀워키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최근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많이 하는 브랜드입니다. 디월트는 옐로우, 밀워키는 강렬한 레드입니다.


반장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마끼다

출처: 마끼다 공식 홈페이지

경험 있고 나이가 지긋하신 아버지뻘 반장님들은 마끼다를 좋아하시죠. 마끼다는 1915년 일본에 설립된 지금까지도 일본 내 점유율 50%를 넘는 ‘일제’의 대표주자에요. 우리나라에는 1978년 국내 런칭하여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그래서 윗세대에서 기술과 함께 공구까지 전수되기도 하죠. 스승님이 이 제품을 썼으니 나도 이 제품을 쓰는 것 같은 거죠.

디월트, 밀워키와 달리 일본 브랜드라 국내에 더 빨리 들어오고 아시아에 최적화된 디자인이 마끼다의 장점이에요. ‘디월트, 밀워키가 힘쎈 서양인이라면 마끼다는 섬세한 동양인’이라고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말하기도 하죠. 근래 마끼다는 실험적인 제품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호환성을 이용하여 무선 커피머신, 냉온장고, 청소기, 오뚝이 스피커 등 실생활에 써도 눈이 번쩍일 제품들이 많아요.

마끼다의 엉뚱한 아이디어, 무선 오뚝이 랜턴. 출처: 마끼다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전동공구 3대장 브랜드를 알아봤는데 솔직히 이렇게 봐서는 모를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구매하고 직접 써봐야 각각 브랜드의 매력이 체감될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나는 공구 잘 쓰지도 않는데 꼭 이 브랜드들 알아야 해?”

이러면 저도 할말이 없긴 하지만, ‘저는 안 써도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동공구 브랜드들은 나중에 뭔가 우리 일상에 한 건 할 것 같아서 그렇거든요. 정말로요. 도대체 왜 때문일까요?

앞서 제가 전동공구 브랜드는 공구를 넘어 다른 시장까지 확장할 거라고 말했는데요. 그 원동력이 뭘까요? 바로 배터리에 있어요.

전동공구는 마라톤과 같아요. 일정한 속도로 계속 달려줘야 1등하는 게 마라톤이죠? 전동공구도 마찬가지에요. 전동공구도 센 힘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하는데 그 힘과 지구력이 바로 배터리에서 나오거든요. 배터리의 볼트(V)는 힘, 암페어(Ah)는 용량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 삼대장 브랜드는 볼트와 암페어는 높으면서 크기까지 작은 배터리를 개발하려고 모든 기술을 쏟아붓고 있죠.

배터리 전쟁이라고 하는 숨겨진 이유가 2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배터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입니다. 전동공구는 크게 베어툴(기계) + 배터리로 이루어지는데 전동공구가 비싼 이유는 배터리에 있어요. 베어툴은 고장 나면 수리하면서 오래 쓰지만 배터리는 잘 알다시피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구매를 해줘야 하죠. 기업의 입장에서도 보면 배터리는 매출을 일으키는 효자 상품이 아닐까요?

두 번째로 전동공구는 배터리 ‘호환(Compatibility)’ 경쟁에 접어들었어요. 소비자는 공구 당 배터리 하나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몇 개의 배터리로 10개가 넘는 공구를 운용합니다. 내장형으로 진화한 다른 IT 기기와는 다르게 특이한 부분 중 하나이죠. 그래서 이 배터리를 계속 갈아끼우면서 운용하는 전공공구 라인을 무한히 확장합니다. 청소기, 캠핑 랜턴, 커피 머신, 스피커 등 라이프 스타일 쪽으로도 제품이 출시된 걸 보면 흠좀무? 하기도 해죠. 이 삼대장 브랜드는 앞으로 배터리 하나만으로 모든 전동기기를 작동시킬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배터리 하나로 모든 기기를 작동시킨다는 상상을 해보자. 출처: 마끼다 공식 인스타그램)

전동공구를 보면 ‘힘숨찐’이 생각나요. 공구는 특성상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집 어딘가에 짱 박아놓기에, 업을 삼거나 그에 준할 강력한 취미가 없아면 일반적으로 잘 모르고 지나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게 몸소 느껴지네요. 현장뿐만 아니라 DIY와 캠핑 분야에서, 불경기에 가게 수리를 직접 하려는 자영업자들이 전동공구를 찾기 시작했어요. 이미 배터리 호환이 맛에 들려버린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3대장 브랜드의 가격에 입을 떡하고 벌리는 사람들도 이제는 그 가격값을 한다고 해요. 멋도 모르고 저가 공구를 샀다가 낭패를 본 구매 사이클을 겪은 사례들이 많아진 탓입니다. 우리가 가전제품이나 IT 기기를 사는 것처럼 어느 정도 가격을 하면서 그 값을 제대로 하는 전동공구가 주목받고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말한 이 3대장 브랜드의 매력은 아주 빙산의 일각입니다. 많이 쓰지 않더라고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아주 제값을 하는 히어로 같은 기능을 보여줄 거에요. 아까 말했죠? 전동공구는 거짓말을 못해요. 솔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