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비단 대표는 금·원두·와인 등 실물자산을 클릭 한 번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투자 수익률의 민주화’를 구현하고 있다.
국회에서 오픈뱅킹을 설계하며 다진 정책 감각에 블록체인·보안 기술과 센골드 120만 회원 데이터를 더한 비단은 디지털 자산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며, 부산을 세계 블록체인 금융 허브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 주식 대신 원두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2024년 스타벅스 주가는 2.6% 하락한 반면, 아라비카커피 선물 가격은 80% 뛰었다. 같은 기간 코코아 가격은 두 배 이상 급등했고, 금과 은도 각각 20% 안팎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주요 원자재 시장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실질적으로 투자 성과를 거둔 것은 일부 글로벌 유통 대기업과 전문 투자기관에 한정됐다.
김상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비단(Bdan) 대표는 “이제는 개인도 이 수익률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실물자산을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 ‘비단’을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실물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그는 비단을 기반으로 “투자 수익률 민주화, 데이터 민주화, 투자 기회 민주화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단은 가상자산을 거래·지원하는 거래소가 아닌,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해 거래를 지원하는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 거래소다.
이를 위해 비단은 지난 6월 17일 기존 거래소 ‘센골드’를 인수했다. 센골드는 회원수 약 120만 명, 누적거래액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물자산 거래 중심의 플랫폼이다.
비단은 이번 인수로 기존 센골드 플랫폼은 물론 가입자와 자산, 전문인력까지 전부 확보하게 됐다. 김 대표는 “센골드의 운영 경험과 데이터는 비단의 고도화된 보안·거버넌스 시스템과 결합돼 서비스 품질과 사용자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에 따라 비단은 실물자산(RWA)뿐 아니라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자산을 포함하는 종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의 전환 속도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은부터 원두까지 거래
김 대표는 이번 센골드 인수가 디지털 자산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소비재를 구매하기 위해 경동시장 등 재래시장을 직접 찾아야 했지만, 이마트가 이를 한데 모았고, 나아가 쿠팡이 모든 소비재를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소비재를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쿠팡이었다면, 이제는 ‘세상의 모든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비단’입니다.
이제는 금을 구매하기 위해 금은방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디지털로 안전하게 보관된 금을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국민의 돌반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모르던 시대에서 이제는 디지털상에서 자산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입니다.”
거래 품목 또한 귀금속에만 국한하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비단에선 ▶e금 ▶e은 ▶e플래티넘 ▶e팔라듐 ▶e구리 ▶e니켈 ▶e주석 등이 거래되고 있다.
향후에는 원유, 카카오, 와인, 밀가루 등 거래 품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카카오, 원유, 와인, 원두 등 실물 원자재도 투자 대상으로 확장했다”며 “와인을 좋아하는 분은 와인에, 원두에 관심이 있는 분은 원두에 투자할 수 있다. 이제는 개인이 잘 아는 분야에 직접 투자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개인의 소중한 자산을 투자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투명성과 보안성을 핵심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라며 “비단은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구축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기존의 웹2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단순히 디지털 지갑에 블록체인 요소를 덧붙인 구조였다면, 비단은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거래 전 과정을 블록체인 지갑 위에서 수행하는 구조를 갖췄다”라며 “이에 따라 거래 내역의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해킹 리스크도 최소화했다. 규제 당국 역시 실시간으로 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어 거래의 투명성과 감시 체계 측면에서도 기존 거래소 대비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도 차별화했다고 자신했다. 특히 화이트해커 양성기관으로 알려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사이버국방학과와 협력해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려대 이중희 사이버국방학과 주임 교수를 비단 거래소 사이버보안연구소장으로 모셨고, 대통령실 사이버특보를 지낸 임종인 교수님과 함께 ‘시장감시 미래기술위원회’를 출범해 보안과 기술 트렌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기존 거래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존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 자금 보관, 시장 감시 등 주요 기능을 내부 소수 인원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온 반면, 비단은 이 같은 주요 기능을 외부 기관과 전문가 그룹에 분산해 구조적으로 자정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시장감시위원회를 구성해 거래소 외부에서 시장 이상 징후를 감시하고, 상장심사위원회는 향후 디지털인증원으로 발전시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예탁결제 기능도 외부 수탁기관과 연계해 거래소가 거래 기능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 설계자에서 혁신 실천가로
김 대표가 비단을 운영하게 된 데에는 지난 19대 국회의원 당시의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었을 때는 마침 크라우드펀딩,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 새로운 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었다.
“우리 의원실은 핀테크 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다뤘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산업의 구조와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쌓였고,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기관과 협업하는 데 겪는 애로 사항을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스타트업이었던 핀테크 기업들은 기술은 있었지만 제도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 과정에서 오픈뱅킹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대안으로 제안했습니다. 금융위가 이 취지에 공감해 세계 최초로 오픈뱅킹 제도를 마련하면서, 핀테크 산업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후의 경력도 블록체인 기술과 맞닿아 있었다. 2014년에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해 블록체인 기반 정당을 실험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당비를 비트코인으로 받고, 최고위원에 인공지능(AI)을 앉히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지금 보면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그때에는 기술의 가능성과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바이오·약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했고,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한 헬스케어 기업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런 배경들이 지금의 비단을 운영하는 데 기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비단은 전국 최초로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만든 민간자본 100% 거래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은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관련 기술과 사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금융 중심지이기도 한 부산은 디지털금융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여야 합의를 거쳐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근거로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특히 이 거래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가 주도하되, 민간자본 100%로 설립된 사례입니다. 디지털금융 산업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공공기관 주도의 경직된 구조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부산시는 민간 주도의 유연한 구조를 택했고, 법적 근거와 공공성을 확보해 산업의 울타리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민간 컨소시엄이 거래소 운영자로 선정됐습니다. 부산은 이제 더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펭귄’ 전략으로 전환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디지털금융 산업과 관련된 노하우가 축적된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비단은 지난해 10월 블록체인위크인부산 2024를 계기로 아시아 디지털자산 거래소 얼라이언스(ADEA) 창립을 주도했다.
ADEA는 비단을 비롯해 일본 오사카디지털자산거래소(ODX), 싱가포르 ADDX, 말레이시아 그린X, 태국 토큰X, 캄보디아 메콩 디지털자산거래소(MKEX) 등 총 6개 아시아 대표 거래소가 모여 결성한 협의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얼라이언스를 통해 각국의 규제 환경과 시장 특성을 공유하고, 콘텐트 협업과 상호 교차상장, 동시상장 등 공동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비단은 해시드,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웹3 지갑 ‘비단주머니’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비단주머니가 기존의 디지털 지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자산 보관용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디지털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프런트형 슈퍼앱 개념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디지털 지갑이 단순히 거래소의 부속 기능에 머물렀다면, 비단주머니는 도시 기반의 실생활 속 다양한 경제·금융·관광·문화 영역을 통합하며, 웹2와 웹3, 법정화폐와 크립토를 연결하는 ‘디지털 실크로드’의 입구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규제 선진국 아닌, 디지털 선도국 돼야
다만, 한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는 글로벌 기준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선규제, 후진흥’ 기조가 새로운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미국·중국·일본처럼 ‘진흥 우선, 규제는 사후 정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구글·메타 등 빅테크가 규제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 세계 디지털 패권을 장악했다”면서 “속도가 생존을 좌우하는 디지털경제 시대에 한국이 규제에 묶여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디지털경제자유도시나 네거티브 규제존 같은 테스트베드를 조성해서 기업들이 마음껏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기업 실험의 장’은 단순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경영철학은 “모든 기업은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교통, 먹거리, 주거, 출산, 의료 등 인간의 삶 속에 산적한 도전과 불편함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기업의 본질적인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신기술이나 신제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행복과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꿈은 비단을 발판으로 부산을 세계적인 블록체인과 AI 기반 디지털금융 허브 도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래 비전인 ‘타깃(Target) 2026 블록체인 시티 부산’이 그 발판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을 통해 전 세계의 미래를 여는 중심지가 되는 부산을 만들고, 부산으로 유수의 글로벌기업들과 혁신 인재들이 모여드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비단의 목표이자 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과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디지털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며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인프라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금융의 보편적 접근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디지털금융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lee.jeongeu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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