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의 작심 폭로 "할아버지는 학살자... 검은 돈, 역겨워"
"집안이 할아버지 비자금으로 호화생활"
"부친, 미국 도피 이민 가려고 준비 중"
5·18 재차 사과해... "세뇌 교육 당했다"
검찰 "범죄가 되는 부분 있는지 검토"
“저는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입니다. 할아버지는 학살자입니다. 제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 행각을 밝히겠습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의 폭로가 이어지며,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환수되지 않은 추징금과 5·18민주화운동에 재차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59)씨의 아들 우원씨는 ①집안 전체가 비자금을 사용해 호화생활을 하고 있고 ②전재용씨는 목사로 위장해 미국으로 도피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③자신의 마약 투여 사실을 인정하며 주변 지인들의 범죄 행각을 고발했고 ④전 전 대통령을 ‘학살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 가족 중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가 폭로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전우원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지인과 경호원 등 주변인에게 돈을 뿌리고, 여기저기에 바지 사장을 앉혔기 때문에 비자금의 전모는 지금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강제집행을 비롯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과 관련해 수사했지만, 밝혀지지 않은 게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전씨는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 중으로, 한영회계법인 파르테논 전략컨설팅 부서에서 근무하다 퇴사 절차를 밟고 있다.
①전씨는 자신이 미성년자 시절 부동산 개발회사 비엘에셋 지분(20%), 사이버보안 회사 웨어밸리의 비상장주식, 이태원 소재 준아트빌 건물이 자신 명의로 돼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아버지가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명의를 바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비엘에셋 지분은 2013년 추징금으로 나갔고, 비상장주식은 황제노역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새엄마 박상아씨에게 양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 돈이 29만 원뿐이었다면, 나와 사촌들이 이렇게까지 공부하고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겠느냐”며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비용만 최소 10억 원이고, 나에게 흘러들어온 돈만 수십억 원인데, (아니라는 주장은) 정말 역겹다”고 밝혔다.
②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전재용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을 통해 가족초청 이민 비자를 신청해둔 상태다. 전우원씨는 “새어머니 박상아씨가 미국 영주권자이고, 동생들이 미국 대학에 진학하니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에 자금이 나올 곳이 많지 않고, 외가에 뿌려둔 비자금이 많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배우자 이순자씨는 이날 “제발 할미 품으로 돌아와라. 할미도 유방암2기라서 얼마나 살지 모른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안부 문자 하나 없었던 사람들인데, 소름 끼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③마약 투여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는 “LSD와 2C-E, 대마초를 했다. 범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고 사과했다. 주변인들의 마약 범죄를 폭로한 배경에 대해선 “그들을 잡을 증거는 없고, 법은 그들을 심판하지 못한다”며 “다만 오늘도 떳떳히 살고 있는 사회기득권층의 추악한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고발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고발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④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재차 사과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했던 정치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불구가 됐다”며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민주주의의 영웅이고, 5·18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고 세뇌시켰던 가정교육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정권에선 할아버지 죄를 많이 조사해 불편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다행이라며 즐거워했던 우리 가족이 너무 창피하다”고도 했다.
전씨의 폭로가 이어지자 검찰 관계자는 “발언을 살펴보고 있다. 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전씨가 마약, 성범죄 등을 했다고 고발한 군인들에 대해 사실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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