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C 수치, 낮추고 또 낮춰야 ‘심혈관 건강’이 살아난다[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5. 12. 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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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심장학과 세계적 권위자 체코 미할 브라블리크 교수 인터뷰
동맥경화 직접 원인인 ‘나쁜 콜레스테롤’
한국은 ‘100㎎/㎗ 이하 적절 수준’ 보지만
39㎎/㎗ 줄이면 심혈관질환 사망률 20%↓
“20㎎/㎗까지 낮춰도 부작용 증가 안 돼
좋은 콜레스테롤도 많이 높으면 위험”
무증상 때도 혈관 손상…일찍 관리해야
건강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미할 브라블리크 체코 프라하 카를로바의대 내과 교수. 비아트리스제공

20살 이상 한국 성인의 4명 중 1명(27.4%)이 앓고 있는 병이 있다. 바로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약 20년 사이에 유병률이 3배나 불어났다. 이상지질혈증 전체로 따지면 한국 성인 절반(47.4%)까지도 유병률이 잡힌다. 그럼에도 이들 환자의 30%가 자신의 질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비율도 40%에 가깝다. 이상지질혈증을 방치했을 땐 고혈압을 비롯해 장기적으론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과 심장으로 가는 큰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죽상동맥경화증) 등 치명적인 뇌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이상지질혈증은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혈액 내 지질 성분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특히나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인 지질(지방)은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혈액 속에서 콜레스테롤의 형태로 단백질과 결합(지단백)해 운반된다. 이때 단백질과의 결합 정도에 따라 저밀도(LDL-C)와 고밀도(HDL-C) 등으로 나뉘며, 사용 후 남는 지질과 과도한 영양소는 간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지방산인 중성지방(TG)의 형태로 전환돼 지방세포 속에 저장한다.

간에서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할 땐 LDL-C 형태로, 세포에서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할 땐 HDL-C 형태를 띤다. LDL-C는 혈중 농도가 신체 요구량보다 많을 경우 혈관 벽에 들러붙어 혈관 길을 막는 동맥경화를 일으키기에 ‘나쁜 콜레스테롤’로도 불리며, HDL-C는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청소부의 역할을 해 동맥경화에 따른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어 ‘좋은 콜레스테롤’로도 통한다. 문제는 LDL-C가 혈중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인 4분의 3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미할 브라블리크 체코 프라하 카를로바의대 내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살펴봤을 때 20㎎/㎗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까지 LDL-C 수치를 감소시켜도 특별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축적돼 있다고 소개한다. 비아트리스제공

따라서 최신 치료 추세 역시 LDL-C 수치를 최대한 낮추는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건강한겨레와 만난 예방심장학과 임상 지질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체코 프라하 카를로바의대의 미할 브라블리크 교수(내과)의 견해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9월 말 발표한 ‘2025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개정 작업에 참여한 연구자 중 하나다.

브라블리크 교수는 “현대인의 LDL-C 수치는 신체가 원래 감당하도록 설계된 범위를 훨씬 넘어선 상태”라며 “그 결과, 우리 몸은 과도한 콜레스테롤을 처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부담을 지게 되고 다양한 혈관성 질환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특히나 LDL-C 상승은 지질이 혈관 벽에 점차 축적하며 서서히 진행되는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라며 “콜레스테롤이 없다면 이러한 형태의 혈관 질환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지질검사 결과는 100㎎/㎗ 이하를 적절한 수준의 LDL-C 수치로 안내하며, 약물치료 기준 역시 70㎎/㎗ 이상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살펴봤을 때 20㎎/㎗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까지 LDL-C 수치를 감소시켜도 특별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축적돼 있다고 소개한다. 심지어 LDL-C 수치가 39㎎/㎗씩 감소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0%, 심혈관 사건 발생은 23% 줄어든다. 초고위험군 환자에게선 심뇌혈관질환의 재발 위험도 감소했다. 중성지방 수치 역시 지나치게 낮더라도 독립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만, HDL-C는 약간 다르다.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높을수록 무조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연구에서 HDL-C가 매우 높은 수준(여성은 95㎎/㎗ 이상, 남성은 그보다 낮은 정도)에서 전체 사망률이나 혈관성 질환 합병증, 신장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HDL-C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략 여성은 39㎎/㎗, 남성은 그보다 약간 낮은 수준 정도다.

한편, 브라블리크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을 관리할 때는 ‘LDL-C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는 개념에 더해 ‘빠를수록 좋다’는 개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상지질혈증이 특별한 증상이나 통증이 없어 위험 신호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수십 년에 걸쳐 혈관 벽 손상이 서서히 누적되는 염증성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증상 단계에서 지질 관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선 ‘콜레스테롤 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누적 콜레스테롤 부담’이라는 개념도 참고할 수 있다. 특정한 LDL-C 수치를 가진 상태로 얼마나 오랜 기간을 보냈는지를 곱해, 한 사람이 평생 혈관에 얼마나 많은 지질 부담을 축적했는지 추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일정한 LDL 수치로 수년간 생활했다면, 그 수치와 경과 연수를 곱한 값이 그 사람의 누적 콜레스테롤 부담이 된다. 이 수치가 6000㎎/㎗ 이상이라면 혈관 속엔 이미 상당한 양의 콜레스테롤이 쌓여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그는 “스타틴 복용 등 적절한 전문 치료뿐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은 가능한 한 이른 시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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