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누구든 하나의 문제를 끝까지 마주하면 돌파구는 저절로 나타난다.
스티브 잡스부터 일론 머스크까지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문제를 생각하는 몰입적 사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다르다. 핵심은 ‘생각’이다. 오랜 시간 일을 해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몰입했다고 할 수 없다.
AI의 등장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사고력을 약화시켰다. 이제는 생각마저 외주를 맡기는 시대가 되었다. AI에 의존하면 할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점점 퇴화한다. 그러나 사고력은 학업 성취나 업무 효율을 넘어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기 위한 필수 역량 중 하나다. 같은 시간과 노력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몰입적 사고를 해야 한다.
황농문 교수는 몰입을 통해 세계적 난제를 해결한 과학자다. 특히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던 ‘세라믹의 비정상 입자 성장’, ‘저압 다이아몬드의 생성 메커니즘’ 등을 규명하며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몰입아카데미를 설립해 많은 사람에게 몰입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그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몰입하라”라고 강조한다.

오랫동안 연구원의 길을 걸어왔다. 몰입아카데미를 세우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나?
그 시간 내내 연구에 매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연구만 하며 사는 삶이라면 은퇴하거나 죽음에 이르렀을 때 결국 논문만 남을 텐데, 논문과 내 인생을 맞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포닥(Postdoctoral Researcher, 박사후연구원)을 위해 NIST로 홀로 떠나 있던 시기, 머릿속에 늘 하나의 질문이 맴돌았다.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구원으로서의 삶을 이어간다면 언젠가 후회할 것 같다는 깨달음이었다.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엔 후회 없는 직업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곧 그런 직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회 없는 삶이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내 삶을 온전히 불태울 수 있다면 후회할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구원의 길을 걷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문제는 당시 내가 연구원의 삶을 불태우는 방식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연구원으로서 삶을 불태운다는 건 무엇일까 고민했다. 연구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단 1초도 쉬지 않고 그 문제를 붙들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몰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연구원으로서의 삶을 불태우는 방식이며, 그렇게 살면 후회가 없으리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인가’는 인생의 오랜 화두였다.
그것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떤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내 삶을 온전히 불태울 수 있다면
후회할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후부터 한 가지 문제를 붙들고
끊임없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1초도 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물론 문제를 풀 때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진전이 없으면 잡념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의도적 몰입이다. 잡념이 들더라도 다시 문제를 의식의 무대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우리 뇌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나는 강력한 자극이고, 다른 하나는 반복이다. 비록 처음에는 자극이 약해도 특정 문제를 반복해 생각하면 장기기억과의 연결이 점점 활성화되며, 그 문제는 큰 의미와 무게를 가지게 된다.
계속된 생각이 곧 몰입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그렇다. 매일 무언가를 바쁘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최선이 아니다. 머리를 쓰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몰입은 한 가지 문제를 붙잡고, 자나 깨나 그 생각과 함께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문제와 나만 존재하는 상태에 이른다. 그때가 바로 완전한 몰입에 도달한 순간이다. 오로지 그 문제와 나만 존재하는 순간, 두뇌의 지적 능력은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고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몰입의 순간은 언제인가?
포닥을 마치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으로 돌아와 저압 다이아몬드에 관한 연구를 할 때였다. 저압에서 왜 흑연이 아닌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지를 밝혀내야 했다. 프로젝트 기간 내에 해결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난제였지만, 그럼에도 도전했다. 운전하면서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샤워를 하면서도 오직 그 문제만 생각했다.
그렇게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다이아몬드 생성 메커니즘을 규명해냈다. 기존 교과서의 설명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한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은은한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때의 발견이 연구 인생에서 가장 큰 업적이자,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아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신기하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행위 자체를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받는 일로 여긴다. 그래서 1초도 쉬지 않고 생각한다고 하면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사실 몰입은 깊은 휴식과 힐링에 가깝다. 잔잔한 행복감을 동반한다.
몰입이 즐거운 이유는 뇌에서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다 뇌과학에서 힌트를 얻었다. 몰입 상태에서 나타나는 집중, 쾌감, 창의성 등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특성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도파민은 시냅스에서 분비된다. 따라서 몰입도가 높다는 것은 곧 시냅스가 활성화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몰입할 때 나오는 도파민은 다른 자극에서 얻는 도파민과 어떻게 다른가?
담배, 게임, 약물, 술 같은 자극도 마찬가지로 도파민의 과잉 분비를 유도한다. 그런데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자가수용체에 의한 재흡수가 일어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좇게 되고, 결국 의존성이 커지면서 중독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반면 몰입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성격이 다르다. 과잉 분비되더라도 재흡수되는 양이 적고, 즉각적인 보상이 아니라 지연보상으로 나타난다. 이때의 행복감은 훨씬 오래 지속되고, 총량도 더 크다.
몰입의 부작용은 없나?
강한 몰입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각성 상태에 들어가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평소 밤 11시면 잠에 들었는데, 그때는 새벽 3시가 돼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라 그때마다 일어나 메모하느라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심지어 텔레비전을 켜서 주의를 분산시키려 해도 생각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통제 불능 상태였다.
다행히도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의식의 흐름을 잠시 끊어주어 몰입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몰입은 분명 생산적이고 즐거운 경험이지만, 통제가 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우리 뇌 속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뇌세포를 파괴할 수도 있다. 잠은 충분히 자고, 대신 깨어 있을 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주변 연구자들을 따라 7년 전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운동하는 동안에는 생각이 자연스레 멈췄다. 공에 집중하지 않으면 경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식을 즐기는데, 단식 한 게임의 운동량은 복식 세 게임과 맞먹어 30분만 하면 체력도 충분히 소진됐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지나친 각성으로 인한 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특히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물질이 활발히 생성되는데, 이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메가3와 비타민 B·C·D도 BDNF 생성을 돕는 주요 영양소다.
누구나 몰입 상태에 이를 수 있나?
그렇다. 몰입은 성별, 직업,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들 역시 몰입을 통해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그들의 연구 과정을 살펴보면, 탁월한 지적 재능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려는 태도가 문제 해결에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운영하는 몰입아카데미에도 학생부터 직장인, 기업 고위 임원까지 다양한 이가 찾아와 몰입을 경험한다.

몰입아카데미 수강생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중학생 시절 심각한 게임 중독으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이 있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시기에 내게 연락을 해왔고, 그때부터 이메일로 조언을 해주며 꾸준히 몰입 훈련을 이어갔다. 그 결과 그 친구는 경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이후에도 어려운 문제를 장기간 몰입해 해결하는 경험을 쌓아나가며, 프로그래밍 공모전과 해커톤에 도전해 40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현재는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MIS)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고도의 몰입으로 성과를 이뤄낸 극적인 사례다.
몰입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명상하듯 편안히 이완된 상태에서 쉬듯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몰입에 최적화된 의자를 특수 설계해 사용하고 있다. 몰입 의자에 앉아 업무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이를 ‘슬로싱킹(Slow Thinking)’이라 한다. 긴장된 상태로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쉽게 지쳐 부작용이 따른다. 반면,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몰입하면 집중력이 오래 유지되어 몰입의 효과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생각에 빠른 진전이 보이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생각하기를 권한다.
몰입 의자를 직접 설계했다고 했는데, 어떤 특징이 있나?
머리가 아닌 목을 기댈 수 있도록 설계해 몸이 편안히 이완되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건 힘을 제대로 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졸릴 때 고개가 툭 하고 떨어지는 것도 머리의 무게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뒤통수를 기대면 오히려 불편하다. 머리가 아닌 목을 지지해야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일을 하다가도, 생각을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목을 기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잠에 들기도 할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럴 때는 억지로 잠을 쫓지 말고 그대로 잠이 드는 것이 좋다. 잠이 막 들고 10~15분 사이 선잠 단계에서 아이디어가 가장 활발히 떠오른다. 이처럼 편안히 이완된 상태로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잠에 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완전한 몰입 상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처음 몰입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대략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몰입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면 3일 만에도 충분히 몰입에 도달할 수 있다. 첫날에는 몰입하는 과정에 잡념이 많이 끼어들어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셋째 날쯤 되면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금세 생각하던 문제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심지어 생각하는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는 연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연속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대부분 직장인이 그럴 것이다. 하루 종일 시간을 내어 몰입하기 어려운 경우, 먼저 해결하고 싶은 문제 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그중 하나를 골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생각하는 것이다. 출퇴근길, 샤워할 때, 운동할 때, 점심 식사 후 산책 같은 자잘한 시간이 의외로 많다. 연속된 시간을 오래 투자하는 강한 몰입만큼은 아니지만, 약한 몰입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몰입은 업무나 학업을 넘어
취미와 삶 전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일상의 작은 문제뿐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길 바란다.
특정 취미에 몰두하는 것도 일종의 몰입이라 볼 수 있나?
몰입은 업무나 학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삶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와인이나 위스키, 음악 등 취미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이 어떤 대상에 깊이 관심을 가지면 그와 관련된 장기기억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음악 애호가의 경우 음악과 관련한 기억이 풍부하기 때문에 같은 곡을 들어도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한 소음으로 들릴 수 있는 소리가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무언가가 ‘의미 있다’는 것은 그것이 자신을 설레게 하고 내면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몰입에서 비롯된다. 음악에 몰입하는 사람은 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오디오 기기에 기꺼이 투자하고, 장비의 미묘한 차이도 섬세하게 구별해낸다.
사회적으로 이미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도 몰입이 필요할까?
특히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는 작은 문제보다 큰 문제에 도전하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은퇴 이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같은 인생의 본질적 질문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조직의 리더라면 회사의 방향이나 성과처럼 규모가 큰 문제에 몰입하는 것이 좋다. 이런 문제는 오래 붙잡고 깊이 생각할수록 그 의미와 가치가 더욱 선명해진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10월호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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