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KLGPA에서 플레이하는 몇 분의 선수분들과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드렸습니다.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조금 흥미로운 의견이 있었는데요. 바로 클럽별 '비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거리가 어느 정도 되세요?'라는 질문
"7번 아이언 비거리가 어느 정도 되세요?"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나름대로의 숫자를 이야기합니다. 늘 같은 거리를 갈 실력은 안되더라도, 140미터, 130미터와 같이 구체적인 숫자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거리'라는 표현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총 거리'와 '비거리'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거리(飛距離)라는 단어를 한자 그대로 해석해 보면, '날아간 거리'입니다. 즉 공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까지의 거리인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골프볼은 땅에 떨어진 이후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굴러'가기 때문에 실제 골프볼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갔느냐를 측정하는 면에서 보면 '총 거리 (Total Distance)'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거리'와 '총 거리'를 잘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핀까지의 거리가 150미터'라고 한다면, 145미터에 떨어져서 5미터를 굴러갈 수도 있고, 140미터에 떨어져서 10미터를 굴러갈 수도 있으니, 똑같은 150미터가 아닌 것이죠,

날아간 거리는 예상할 수 있지만, 굴러간 거리는 예상할 수 없다.
선수들이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하는 조언의 핵심은 바로 '자신의 비거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거리'가 아닌 바로 '비거리' 관점에서 말입니다.
이유는 바로 '예측 가능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의 영향과 같은 외부 요인을 고려해야겠지만, 골프볼이 얼마나 날아가서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골퍼가 가진 스윙 스피드, 스핀양, 탄도 등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굴러간 거리'는 골퍼의 능력보다는, 주변 환경에 의한 변수가 더 큽니다.
예를 들어, 떨어지는 위치가 내리막 경사일 경우 당연히 더 길게 굴러가게 되며, 오르막의 경우는 그 구르는 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날아간 거리, 즉 캐리 거리(Carry Distance)는 골퍼가 컨트롤할 수 있지만, 굴러간 거리(Roll Distance)는 골퍼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스핀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하는데요. 캐리 거리와 구른 거리의 합이라고 볼 수 있는 총 거리 역시 컨트롤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린을 향한 대부분의 샷에서 적절한 스핀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골프볼이 떨어진 이후에 최대한 덜 구르도록 함으로써, 거리라는 측면에서의 변수를 없앨 수 있는 것이죠.
캐리 거리는 코스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중요하다
비거리의 중요성은 단순하게 그린을 향한 샷에서만 강조되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샷에서 클럽별 비거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바로, '코스 매니지먼트(Course Managtment)'측면에서 입니다. 코스 매니지먼트의 정의는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단순한 클럽 선택을 넘어서, 코스 전체를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접근법을 뜻합니다. 특히 위험요소를 피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캐리 거리를 아는 것은 이 위험요소를 줄이는 데 있어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투어 선수들은 각 클럽별 정확한 캐리 거리를 수치화하여 관리하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공략 전략을 세우고 페널티 구역이나 벙커를 넘길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페널티 구역을 넘기는 거리가 165미터라면, 자신의 7번 아이언 캐리가 162미터임을 알고 있는 선수는 즉시 더 긴 클럽으로 변경하여 위험을 피합니다. 162미터를 날아가서 아무리 굴러도 떨어지는 지점은 페널티 구역이므로, 반드시 165미터 이상의 캐리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클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드라이버 티샷 후 홀까지 135미터가 남았는데, 125미터 지점에 벙커가 있고 130미터는 반드시 캐리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8번 아이언의 총 거리를 140미터로 알고 있는 골퍼가 있다면, 이 골퍼는 아마 그냥 8번 아이언으로 공략하려 할 것입니다. 조금 약하게 치면 홀에 정확히 갈 거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이 8번 아이언의 '캐리 거리'가 130미터를 넘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 캐리 거리는 127미터 정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클럽별 야디지에 의해 공략했지만, 공이 벙커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벙커를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자신의 정확한 캐리 거리를 알고 7번 아이언을 선택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캐리 거리를 아는 것은 단지 거리 측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실제 타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입니다.

연습장에서도 '캐리 거리'에 집중하라
국내의 골퍼들은 비교적 '숫자에 강한' 편입니다. 스크린 골프 인프라가 잘 갖쳐줘 있고, 많은 연습장에서도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각종 데이터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대부분은 '총 거리'를 기준으로 숫자를 외우고, 자신만의 야디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드시 '캐리 거리'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클럽으로도 거리의 편차가 큰 것이 아마추어의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집중해야 할 '숫자'가 무엇인지 알고 연습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비거리를 단순히 ‘얼마나 멀리 보내느냐’가 아닌, ‘골프볼이 어디에 떨어지는가’로 바꿔 생각하는 것이 코스 매니지먼트의 시작이자,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아래 시리어스골퍼 톡채널 추가를 통해, 칼럼 관련 의견을 남길 수 있으며, 다양한 골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