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안전불감증 의심케 하는 정황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철거 중이던 고가차도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상판 일부가 무너지면서 아래쪽 공사 관계자와 차량을 덮쳤다. 앞서 당일 새벽 상판 절단 작업 중 침하 현상을 발견해 안전진단을 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안전 우려 때문에 철거 중인 구조물이 붕괴해 인명까지 희생된 참담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1966년 개통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2019년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등 내내 안전 우려가 제기돼왔다. 결국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시공이 결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철거 중이었다. 애초 구조적 취약성이 큰 구조물인 만큼 안전관리가 더 엄격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안전 상태를 확인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통상 붕괴 위험이 감지되면 먼저 주변을 통제하고 추가 붕괴 방지부터 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들이 이뤄졌는지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고가 아래 철로를 오가는 열차 진동으로 인한 충격이 붕괴 위험을 키울 수 있는데도 구조물 보강 없이 안전진단에 나선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영상을 보면 붕괴 당시 고가 아래 도로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교통통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위험 확인 절차가 작업자와 시민을 위험에 빠뜨린 격이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임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공기 단축 등 안전보다 효율을 앞세우는 공사현장의 고질적 풍토가 문제를 만든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87.2%로 계획(77.8%)보다 빠른 상황이었다. 특히 노후 구조물의 해체·철거는 건설 공사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매년 해체·철거 현장에서 200건 안팎의 사고가 일어난다.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선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와 관련해 철거 방식, 감리 책임, 안전조치, 현장 통제 등이 적절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발주 기관인 서울시와 시공사, 감리단이 책임을 다했는지 살피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고 원인 규명과 별개로 경의중앙선의 조속한 정상화가 거론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시민의 불편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편리를 위한 작은 안일함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수요는 증가하는 데 비해 여전히 사각지대인 철거·해체 공사의 안전대책 강화와 제도 정비도 정부가 서둘러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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