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전통시장, 여기요 여기] 맥주축제 되살린 군포역전시장, 시원한 '역전 드라마' 쏜다
전통시장이 ‘역전’을 꾀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 등 경쟁 유통업계의 약진으로 융성했던 과거에 비해 다소 침체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각종 행사 및 시장의 특징을 살린 브랜딩 작업을 통해 전통시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군포역 앞에 위치한 군포역전시장은 올해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를 ‘역전의 드라마’로 삼고 재도약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상인회에서 개최하며 호평을 들었던 ‘맥주 축제’를 부활시켜 시장의 대표 축제로 성장시키고, 군포역전시장만의 특산 간식을 제작해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할 계획이다.
중부일보는 올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함께 대역전극을 준비하는 군포역전시장을 방문해 시장에서 꼭 들러봐야 할 핫플(Hot Place)과 시장의 역사, 앞으로의 계획까지 들어봤다.
◇MZ부터 알파까지…모두 사로잡는 ‘역전 핫플’
군포역전시장의 점포 수는 60개로 다른 전통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속에는 소위 핫플이라 불리는 가게가 많다. ‘순창기름방앗간’과 ‘와 소문난 떡볶이’가 대표적이다.
순창기름방앗간은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2년째 운영 중인 점포다. 방앗간답게 참기름과 들기름, 엿기름 등을 비롯해 고춧가루와 미숫가루, 찹쌀, 찰기장, 팥, 참깨 등을 주로 취급한다.
흔히 방앗간이라고 하면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주로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해당 점포는 어르신들 못지않게 젊은 손님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특히 몸에 좋다고 알려진 들기름이나 다이어트용 귀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많다는 것이 방앗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순창기름방앗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재료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돼 있고, 원산지·가격표시 등이 철저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처음 방앗간을 방문해도 어렵지 않게 주문을 할 수 있다. 방앗간 문화가 어색한 MZ세대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이유다.
MZ고객들이 주로 방앗간을 방문한다면 ‘와 소문난 떡볶이’는 알파 세대가 주 고객층이다. 가게를 연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군포역전시장의 유일한 분식집답게 떡볶이, 김밥, 순대, 우동 등 호불호 없는 다양한 메뉴로 하굣길 초등학생 손님들을 꼬마단골로 만들었다.
또한 군포역전시장의 경우 인근에 산업단지가 자리한 만큼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데, 웰빙 트렌드에 맞춰 가게에서 직접 개발한 새싹김밥은 꼬마단골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사랑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요리 재료들도 따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가게에서 직접 준비한다고 하니 그 정성이 남녀노소 모두를 단골로 만드는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군포역전시장에는 백종원의 골목시장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탄 ‘군포왕족발’과 ‘훈이네 닭꼬치’를 비롯해 로컬맛집으로 알려진 ‘동춘칼국수’와 ‘행복한 찹쌀꽈배기’ 등도 위치해 있어 군포역에 내렸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3.31 만세운동과 함께하는 100년 전통시장
군포역전시장은 1925년 개설된 ‘군포장’을 전신으로 하는, 올해로 100년 된 전통시장이다. 당초 호계동에서 시작됐으나 홍수로 인해 그 일대가 물에 잠기자 1929년 군포역 앞으로 옮겨오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고, 1950년대에 이르러 군포역전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 시장의 규모 자체는 부지면적 4천224㎡, 매장면적 2천528㎡ 정도로 크지 않다. 다만 상인회를 중심으로 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굳건해 전통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실제 대부분의 점포가 상인회의 요청에 따라 고객선을 지키고, 카드 단말기를 구비해 놓고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시장을 이용함에 있어 불편함을 느낄 새가 없다.
또한 매년마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데 그 때마다 참석률이 50%를 넘길 정도로 상인들의 열의도 높다.이 외에도 상인회 차원에서 ▶군포도시공사 ▶군포소방서 ▶지샘병원 ▶궁내동 통장협의회 ▶세스코 ▶군포민간어린이집 연합회 등 다양한 기관과 MOU를 체결해 군포역전시장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상인회는 군포역전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31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와 연계한 고객사은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3.31 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3월 31일, 2천여 명이 군포장에 모여 일본군과 맞서 싸운 역사적 기념일이다.
군포시는 매년 3월 31일마다 군포역 앞 기념탑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군포역전시장은 이 시기에 맞춰 자체적으로 기념품을 만들어 고객사은행사를 진행해 왔다.
정성순 상인회장은 "군포역전시장이 위치한 곳은 과거 군포시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다소 발전이 더딘 지역이다. 군포시는 균형발전을 위해 군포역전시장을 중심으로 군포역 주변의 상권활성화를 꾀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깨끗한 이미지의 시장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한걸음 도약하는 군포역전시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군포역전시장…이제는 ‘역전’을 꿈꾸다
군포역전시장은 지난해 소진공의 특성화(첫걸음) 사업을 마치고, 올해부터 문화관광형 시장 도약 1년차를 맞았다. 문광형 사업은 전통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개발하고 브랜드화하는 사업이다.
군포역전시장은 해당 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장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진행했던 ‘맥주축제’를 올해부터 ‘군포역전시장 야시장’과 결합해 개최할 예정이다.
당시에도 맥주축제는 인근 지역에서 손님들이 방문하는 등 나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됐었다.
상인회와 소진공은 군포역 인근이라는 특징을 살려 오는 7월께 진행될 야시장을 퇴근길 직장인과 인근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골목형 맥주축제로 키워갈 계획이다.
이에 더해 손님들이 시장에 방문했을 때 핑거푸드(finger food, 식기 없이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처럼 간편히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도 개발하고자 한다.
간식을 개발할 때는 군포역전시장만의 정체성을 담아 향후 이를 이용한 마케팅도 운영할 계획이다.추가로 ‘추억의 군포장 재현 퍼포먼스’ 등 전세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구상도 이뤄지고 있으며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 SNS 중심의 홍보 활동도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군포역전시장의 올해 주요 컨셉은 역전(逆轉)이다. 군포‘역전(驛前)’시장이라는 특징을 살리면서도 문광형 사업을 통해 다시금 상권을 활성화시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 상인회장은 "군포역전시장은 1호선 군포역 바로 앞에 위치한 입지조건과 작지만 알찬 시장으로서 장점을 두루 갖춘 정과 흥이 살아있는 명품시장"이라며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재밌는 시장으로 변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희망했다.
이성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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