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세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에서 키움 히어로즈로 둥지를 옮겼다. 4+2년 72억 원이라는 거액의 FA 계약을 단 2년 만에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2025시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진했던 그의 성적은 업계 전문가들조차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안치홍을 제외시켰고, 키움이 전체 1순위로 그를 선택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타율 0.341, 2홈런, 10타점이라는 인상적인 성적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3루수까지 준비한 베테랑의 각오

올해 키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안치홍이다.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떠나면서 비어버린 3루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안치홍도 그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3루는 안치홍이 KIA 타이거즈에서 데뷔 초기 잠깐 맡았던 포지션이다. 비록 2루수로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았지만, 완전히 낯선 포지션은 아니라는 뜻이다. 개막전에는 최주환이 3루를 맡게 됐지만, 38세인 최주환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치홍의 출번도 충분히 있을 전망이다.

안치홍은 23일 잠실 LG전을 마치고 수비 준비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훈련은 모두 마쳤지만 아직 실전에서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해 감각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실제 경기에 나가게 되면 감각적인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내놨다.
움직임이 많은 선수의 철학

안치홍은 수비를 하는 것이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활동량이 많은 2루수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지속적인 움직임이 감각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명타자나 1루수처럼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포지션만 경험했다면 모를까, 그에게는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규정타석 3할을 여섯 차례나 기록하고 20홈런을 두 번이나 넘긴 안치홍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내야수다. 최근 들어 2루 수비력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있긴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1루수도 소화하고 대주자로도 나서는 등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부활의 조짐

키움에서의 첫 시범경기 성적은 가히 놀라웠다. 10경기 41타수에서 14안타를 쳐내며 타율 0.341을 기록했고, 2홈런 10타점 7득점에 OPS 0.961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남겼다. 득점권 타율도 0.300으로 나쁘지 않았다. 2년 전 전성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강력한 예고편이었다.
여기에 3루와 2루, 1루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면 팀에 대한 공헌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설종진 감독도 안치홍에게 과도한 수비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에서의 아픈 기억들

2023시즌 후 2차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은 한화와 4+2년 72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적 첫 해인 2024시즌에는 128경기에서 142안타 13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며 타율 0.300, OPS 0.797로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2025시즌은 완전히 달랐다. 시즌 초반부터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며 66경기에서 겨우 30안타만 쳐내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2홈런에 타율 0.172, OPS 0.475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였다.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키움에서 새로운 시작

글러브를 낀 안치홍의 모습을 올해 다시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키움에서 타격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화에서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키움에서 완전히 씻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화 팬들만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 계속될지, 아니면 안치홍이 진짜 부활을 이뤄낼지 2026시즌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