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위성 우리 손으로 쏴올려 … 뉴스페이스 열었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5. 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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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25일 오후 6시24분 3차 발사
한차례 연기 진통 끝 결실
韓 우주 수송 능력 입증
尹 "G7 우주강국 진입 쾌거"
함께 실린 실용위성 8기
안착 뒤 작동 여부가 관건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1개월 만에 또다시 하늘문을 열어 젖혔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 이어 11개월 만에 3차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위성 7개도 목표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1개는 25일 저녁 8시 24분 현재 안착 여부가 파악이 안 되는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이 위성 역시 정상적으로 안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발사로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을 높이고 우주 수송 능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 과학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의 우주개발 개척사에 또 한번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이날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 G7(주요 7개국)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평가하면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연구진과 기술자 여러분의 노고를 국민과 함께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주과학기술과 첨단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누리호를 보면서 우리 미래 세대가 멋진 꿈을 꾸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를 현장인 전남 고흥이 아닌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숨죽이며 지켜봤다.

이번 발사에서는 앞선 두 차례 발사와 달리 실용 위성이 실렸다. 누리호의 발사체 서비스 제공 능력을 확인하는 진정한 검증대였다. 이날 누리호는 1단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분리, 차세대 소형 위성 2호 분리 등 정해진 비행 계획을 완수했다. 쏘아 올린 위성들과도 교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오후 6시 24분 나로우주센터에선 굉음이 들렸다. 누리호 1단 엔진 4기가 불꽃을 내뿜으며 낸 소리였다. 엔진은 1~2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성능을 발휘했다. 누리호 1단은 75t 엔진이 하나 장착된 2단과 7t 엔진을 단 3단에 비해 추력이 크고 구조가 복잡해 기술적으로 개발하기가 가장 어렵다.

1단 엔진은 125초간 불꽃을 힘차게 내뿜으며 누리호를 64.5㎞ 상공까지 끌어올렸다. 불꽃이 꺼진 1단은 누리호에서 곧 분리됐다. 2단에 불이 붙고 누리호는 다시 고도를 높여 갔다. 발사 234초 후 고도 204㎞에서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을 분리했다. 발사 272초 후 고도 258㎞. 이번엔 2단이 분리되며 누리호 마지막 단인 3단 엔진에 불꽃이 켜졌다.

위성 분리는 발사 783초 후 고도 550㎞에서 시작됐다. 지상 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 위성인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첫 주자로 나섰다. 803초 후부터는 지구 근처 플라스마 현상을 관측할 한국천문연구원의 군집 위성 '도요샛',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 위성 등 위성 7개가 20초 간격으로 분리됐다. 목표 궤도에 오차범위 5% 내에 위성들을 서로 부닥치지 않게 자세를 바꿔 주며 순차적으로 사출하는 게 관건이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어서 긴장했는데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차세대 소형 위성 2호와의 첫 교신은 발사 약 40분 후에 이뤄졌다. 남극 세종기지와 첫 번째 접속한 후 대전 KAIST 지상국과 접속했다. 송신받은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550㎞ 상공에서 초속 7.6㎞ 속도로 위성이 궤도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3차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 같은 데이터가 확인되자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서류를 던지는 제스처도 보였다.

이번 발사에는 위성 8기가 '고객'으로 탑승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 2차 발사 때는 발사체로서 누리호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가 탑재됐다면 이번에는 실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실용위성이 실린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위성 운용까지 이뤄지는 것을 이번 발사의 성공 기준으로 봤다. 이로써 누리호는 본격적으로 실용위성을 탑재, 발사하는 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처음 달성했다.

또 이번 발사는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첫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기술이전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 때 준비와 운영 과정에 참여했다. 향후 4~6차 발사 땐 누리호 3기 제작을 주도하고, 발사 운용 관련 기술을 습득한다.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우기 위한 밑작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누리호 사업에는 약 300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한편 우주 발사 전망대엔 이 과정을 보러 온 인파가 많았다. 우주로 솟아오르는 누리호를 망원경으로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부모와 함께 현장을 찾은 한 아이는 태극기를 흔들며 "누리호를 만드는 우주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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