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명문인 서울대학교마저 우수 교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 대학들이 파격적인 연봉과 연구 환경을 내세워 한국의 핵심 인재들을 빼가고 있는 가운데, 재정난에 시달리는 국내 대학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 서울대 교수 56명, 4년간 해외로 대거 이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서울대에서만 56명의 교수가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대 전체 교원 2,344명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직한 교수들 중 41명은 미국으로, 나머지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대학으로 떠났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28명, 자연과학·공학계열 24명이 이탈했으며, 경영학과와 경제학부에서만 13명이 해외로 나갔다.
▶▶ 연봉 1억원에서 4억5천만원으로 '4배 점프'
해외 대학들이 제시하는 조건은 국내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서울대에서 연봉 1억원 수준을 받던 교수가 홍콩과기대에서 33만 달러, 한화로 약 4억5천만원의 연봉을 제안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해외 대학들은 높은 연봉뿐만 아니라 풍족한 연구비, 최신 연구 인프라, 거주비 지원 등 전방위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학들은 17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으로 교수들에게 경쟁력 있는 처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도미노 인재 유출, 지방대학까지 타격
문제는 서울대만의 일이 아니다. 4대 과학기술원에서도 지난 4년간 119명의 교수가 이탈했으며, 이 중 28명은 서울대로, 41명은 수도권 대학으로 옮겼다. 서울대 교수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를 4대 과기원 교수들이 채우고, 다시 지방 국립대 교수들이 과기원으로 이동하는 연쇄적인 인력 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 국립대 9곳에서도 323명의 교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했다. 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이다.
▶▶ 대학 재정난의 구조적 원인
한국 대학들이 우수 인재를 붙잡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정 악화에 있다. 정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일부를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사립대 교수 평균 급여는 2019년 1억62만원에서 2024년 1억139만원으로 5년간 0.8%만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교수 초봉으로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며, 일부 교수들은 생계를 위해 외부 활동을 늘리면서 연구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학 경쟁력 하락과 국가적 손실
핵심 인재의 이탈은 대학 연구 역량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과학 분야 연구성과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 2025'에서 한국은 서울대와 KAIST만 100위 내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8개 대학과 연구소가 톱10에 진입한 중국과는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4곳 중 3곳이 향후 5년간 재정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증가와 학생 모집의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 시급한 대책 마련 필요
서울대는 호봉제에서 벗어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체 인건비 증액 없이는 제로섬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도입과 등록금 현실화를 통한 대학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재 감소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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