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스페이스X에 500억 베팅…머스크 177兆 테라팹 선점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 사진 제공=스페이스X

한미반도체가 글로벌 우주항공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강자인 스페이스X에 전격 투자한다. 단순한 지분투자를 넘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 시설 ‘테라팹’ 프로젝트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는 15일 스페이스X 주식 취득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AI 산업의 확산에 따라 위성 데이터와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177兆 머스크의 거대한 야망에 올라탄 한미반도체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등에 쓰이는 AI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1190억 달러(약 177조원)를 투입해 자체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테라팹은 단일 반도체 제조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될 반도체의 약 80%는 스페이스X 우주항공장비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예정이다. 나머지 20%는 테슬라 자율주행차량 및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등에 탑재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필수 장비 시장을 선점한 한미반도체가 스페이스X 투자로 머스크 CEO의 거대 우주 생태계 공급망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향후 테라팹에 투입될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수주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린 투자라는 얘기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 / 사진 제공=한미반도체

‘마이더스의 손’ 곽동신 회장의 안목

한미반도체의 이번 투자에는 곽동신 회장과 실리콘밸리 거물로 꼽히는 피터 틸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와의 오랜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됐다. 피터 틸은 머스크 CEO와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자 스페이스X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곽동신 회장과 피터 틸 창업자의 인연은 2013년 피터 틸이 출자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크레센도에 한미반도체가 한국 기업 최초로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들은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동 투자를 진행하며 매번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2021년 피터 틸 창업자와 함께 진행한 반도체 전공정 장비 기업 HPSP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미반도체와 곽 회장은 각각 375억원씩 총 7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HPSP가 상장에 성공해 투자원금 대비 639.3%에 달하는 4795억원(한미반도체 2379억원·곽동신 회장 2416억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이번 스페이스X 투자 역시 철저하게 검증된 ‘피터 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테크 트렌드의 정점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곽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작용한 것이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AI 산업의 발전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우주항공, 위성통신 데이터 산업으로 커지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스페이스X 투자를 결정했다”며 “향후 기대되는 투자 수익은 본업인 반도체 장비 사업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기업 및 주주가치를 동시에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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