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손아섭 계약 미루는 이유?백기투항 or 은퇴 기로…FA 시장 마지막 손님 손아섭..

FA 시장의 시간이 거의 멈춘 지금, 시계가 유독 크게 째깍거리는 이름이 있다. 바로 손아섭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미 사인을 마치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지만, 그는 아직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호주 멜버른으로 떠나는 장면을 TV와 기사로 지켜봐야 했다. 캠프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고,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번 FA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느껴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상황은 분명하다. 손아섭은 미계약 상태이고, 한화는 그에게 아직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취재 보도가 나왔다. 한화가 ‘사인 앤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타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내용도 함께 전해졌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붙는다. “왜 하필 손아섭만 남았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한화는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끄는 걸까?”

겉으로 보기에 이 문제는 감정처럼 보인다. 레전드급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에게 예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선, 반대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반론이 맞선다. 하지만 이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감정보다 구조가 먼저 보인다. 한화가 손아섭을 대하는 태도는 ‘싫어서’가 아니라 ‘조심스러워서’에 가깝다.

우선 한화 내부 사정을 보자. 이번 겨울 한화는 굵직한 숙제를 먼저 처리해야 했다. 노시환 비FA 다년계약, 김범수 FA 협상 같은 팀의 중심축을 정리하는 일이 우선순위였다. 이 과정에서 손아섭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구단 입장에서 보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자원과, 단기 전력 보강 성격의 베테랑은 협상 테이블에서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뒤로 밀림’이 캠프 시점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포지션 문제도 크다. 한화는 이미 강백호를 지명타자 자원으로 영입했고, 우익수 자원인 페라자와의 재계약도 마쳤다. 여기에 채은성, 문현빈 같은 기존 자원까지 고려하면 외야와 DH는 사실상 포화 상태다. 손아섭이 들어갈 자리가 전혀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 선수가 꼭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주기엔 애매한 위치다. 팀이 전력을 짤 때 가장 무서워하는 상황은, 자리가 애매한 베테랑에게 다년 혹은 고액을 안겨 놓고 활용하지 못하는 그림이다. 한화는 그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려는 쪽에 서 있다.

FA 시장의 분위기도 손아섭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는 C등급 FA다. 보상선수가 없다는 점만 보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년도 연봉의 150%에 해당하는 현금 보상금이 따라붙는다.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금액이 약 7억5000만원이다. 여기에 연봉까지 더하면, 타 구단 입장에서는 “38세 외야수·지명타자 자원에게 이 정도 투자가 맞나?”라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수요가 줄어들면 시장은 급격히 차가워진다. 지금 손아섭이 겪는 상황이 딱 그렇다.

여기서 협상의 핵심이 드러난다. 선수와 구단이 원하는 계약 형태가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손아섭 입장에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FA에서 최소한의 커리어 보장을 원할 수 있다. 다년 계약이든, 최소한 안정적인 조건을 원할 이유는 충분하다. 반면 한화는 단년 혹은 1년+옵션 같은 유연한 구조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협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의 침묵은 ‘결렬’보다는 ‘눈치 싸움’에 가깝다.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나오는 반응은 이 구조를 더 극단적으로 만든다. “C등급이면 쉽다”는 말과 “그래도 7.5억은 부담”이라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결국 한화가 잡을 것”이라는 전망과 “이대로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엇갈린다. 중요한 건, 이런 여론이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제 손아섭 앞에 놓인 선택지는 점점 선명해진다. 한화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단년 계약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길, 시즌을 기다리며 제3의 기회를 노리는 길, 혹은 더 이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은퇴를 고민하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특히 시즌 중 합류는 실전 감각과 몸 상태 관리라는 또 다른 리스크를 안고 간다. 베테랑일수록 공백은 치명적이다.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한화가 손아섭을 미루는 이유는 단순히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우선순위·포지션·시장 수요·계약 구조가 한꺼번에 엇갈린 결과다. 그래서 이 문제는 누가 잘못했다기보다, 타이밍과 조건이 끝까지 맞지 않는 FA 시장의 전형적인 풍경에 가깝다.

그럼에도 씁쓸함이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KBO 최다 안타를 쌓아온 베테랑이, 캠프 출국 장면에서 혼자 빠져 있는 그림은 야구팬에게 낯설고 아프다. 전설도 결국 현재의 가치로 평가받는 곳이 프로의 세계라는 사실을, 이번 겨울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이제 남은 건 시간이다. 손아섭의 선택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선택이 그의 커리어에 어떤 문장을 남길지, 야구팬들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