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강사·학생·학부모 콕 짚은 입시영어 골든타임 ‘중등 O학년’

반영 비중 떨어졌지만 3개만 틀려도 1등급 위태…고등과정 위한 밑거름 확보 중요
ⓒ르데스크

국어·수학 과목과 달리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절대평가 체제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도 유지된다. 국내 주요 대학 정시 선발에서 과목 별 비중도 현 체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주요 대학들은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운 영어 과목 비중을 국어나 수학에 비해 낮게 설정한 상황이다.

문제는 변별력이 낮다고 공부 자체를 게을리 할 순 없다는 점이다. 변별력이 낮아 작은 실수에도 엄청난 손해가 불가피한데다 영어 자체가 향후 유학이나 취업을 고려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영어 한 문제 실수로 ‘대학의 간판’이 달라 질수도, 또 영어 실력에 따라 연봉 수준이 달라지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상위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택한 전략은 일찌감치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것이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추후 대입 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되도록 일찍 영어 점수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다. 게다가 영어 또한 언어라는 점에서 일찍 시작할수록 학습효과가 높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영어와 입시 영어는 다르다”…강남 대치동 대형 영어학원 대기자만 수십명

현행 수능에서 절대평가 과목은 영어가 유일하다. 절대평가 체제는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2등급(80~89점) △3등급(70~79점) 등 10점마다 등급이 나눠지는 형태로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전적으로 1등급이 보장되는 구조다. 국어·수학에 비해 변별력이 약하다보니 상위권 대학에서는 영어 반영 비율을 대폭 줄이는 추세다.

▲ 대치동에 위치한 한 대형어학원 전경. ⓒ르데스크

일례로 2024학년도 성균관대학교(인문) 정시 모집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의 경우 △국어(35%) △수학(30%) △영어(10%) △사·과탐(25%) 등이다. 상위권 이과대학의 영어 반영 비율 역시 낮다. 2024학년도 연세대학교 자연계열 정시에서 융합과학공학부(ISE)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들의 영어 반영 비율은 11.1%였다. 서울대, 고려대를 포함한 일부 학교들은 영어 성적 반영 비율을 아예 없애고 특정 등급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유치원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영어 공부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이들 대부분 입시 영어는 늦어도 중학교 3학년 진학 전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당 시기를 놓치게 되면 중학교 3학년 과정에서 국어·수학의 공부 강도가 낮아져 전체 입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남 상위권 중학생들 사이에선 대형학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입시 문제에 대한 적응과 문제풀이 요령 등을 획득하는 데에는 노하우가 풍부한 대형학원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명 학원의 경우 대기 행렬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일례로 D학원은 등록도 아닌 레벨테스트 응시 대기자만 수십 명에 달할 정도다. 해당 학원의 레벨테스트는 1·2차에 걸쳐 시행되는데 주니어 토플시험과 함께 원어민 선생님과의 면접도 있어 시험 방식이 익숙하지 않으면 충분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도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학원 내 각 성적별 커트라인도 존재한다.

▲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 학습 문제집. ⓒ르데스크

L학원 역시 엄격한 레벨테스트와 월간평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당 학원의 테스트 시간은 100분이며 시간 내에 ▲듣기 30문제 ▲문법 33문제 ▲독해 33문제 등을 모두 풀어야한다. 듣기의 경우 수능 유형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비교적 높은 문턱에도 해당 학원이 인기 있는 이유는 커리큘럼 자체가 내신과 수능입시 준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숙제량이 많아 타 과목학원과 병행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있다.

“영어과목 변별력의 핵심은 문법, 중학교 때 잡지 않으면 입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중학생 입시 영어 교육은 대형학원 선호 현상이 뚜렷하긴 하지만 일부 예외도 존재한다. 대형학원은 영어유치원을 나오고 유학·어학연수 등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 위주로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겐 개별 학습 관리에 어려움이 뒤따를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일부 중학생들은 문법 수업을 강조하는 중·소형 학원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영어 전문 A학원은 대형학원을 중간에 그만둔 학생들의 성지라 불린다. 해당 학원은 모든 클래스가 5명 미만인 소수정예로 운영하며 듣기·문법·쓰기·어휘 등을 개개인별 실력에 맞춰 1대1 수업 방식으로 진행한다. 단어 암기 테스트를 매일 시행하는데 전날 틀렸던 단어들도 모두 포함해 시험을 진행한다. 문장에서 단어의 역할을 체득시키기 위한 예문 암기도 진행한다.

A학원 수강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작년에 아이가 입학테스트를 통과해 대형학원에 보냈는데 계속 잘하는 아이들과 비교를 당하다 보니 오히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었다”며 “보통 대형학원은 수업자료 준비·보충질문 등을 조교가 따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선생님에게 바로바로 질의응답이 가능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 채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경. [사진=뉴시스]

입시업계 전문가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영어를 미리 공부하는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어는 수학에 비해 중·고등학교의 학년별 커리큘럼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중학교 때도 충분히 수능 난이도의 문제들을 학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학교 저학년 기간 동안 영어에 집중하고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좀 더 수학에 매진을 하는 것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치동 소재 B학원 원장은 “중학교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의 확장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순간 문장의 길이가 순식간에 길어지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주어진 단어들로 문장을 만드는 배열 훈련을 많이 해 문장성분간의 관계를 익히고 문장이 길어져도 구간에 맞게 끊어서 해석하는 연습에 미리 해두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유학경험 유무에 상관없이 대부분 가장 취약한 파트가 문법이다. 중학교 때 문법 체계를 다 잡지 않으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가 흔들린다”며 “학기 중에는 내신 대비와 타 학원 병행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기 때문에 방학 때 문법 특강이 유명한 몇몇 학원들에서 강의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시학원 관계자 J씨는 “상위권 대학들이 영어 과목의 비중을 대폭 낮추면서 다른 과목에 비해 덜 중요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는 요구한다는 점이다”며 “빈칸추론·문법 등 난이도가 있는 문항을 3개만 틀려도 벌써 9점이 깎이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실력을 다져 놓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못 해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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