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나?”…대세는 ‘착한’ 다이아몬드라는데 [뉴스 쉽게보기]

그런데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최근 1년 동안 40%가량 급락했어요. 미국 경제 전문매체인 포춘(Fortune)에 따르면 세계 1위 다이아몬드 기업인 드비어스(De Beers)는 결혼반지에 주로 쓰이는 원석인 ‘셀렉트 메이커블’ 다이아몬드 가격을 지난 7월에 대폭 인하했어요. 1년 전만 해도 1캐럿당 1400달러(185만원)였던 가격은 850달러(약 112만원)가 됐어요.
이 회사는 다이아몬드 가격이 전보다 저렴해진 이유를 “팬데믹 여파로 자연스럽게 줄어든 수요”라고 설명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다이아몬드값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분석해요.
천연 원석 가격의 변화를 나타낸 국제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8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쭉 하락세예요. 지난 14일엔 111까지 하락했죠.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인조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어요.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구 내부의 탄소 덩어리에 수백만 년 이상 고온·고압이 가해지며 만들어지는 희귀한 광물인데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이런 자연의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해서 몇 주 만에 빠르게 만들어 낸 다이아몬드를 말해요.
‘길러낸’이라는 뜻의 그로운(grown)이 붙는 이유는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를 자라게 하는 방식을 많이 쓰기 때문이에요. 탄소 파우더에 철·니켈 등 금속 촉매제를 넣고 고온·고압으로 합성하면 ‘씨앗(Seed)’으로 불리는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가 점점 커진다고 해요.
사람이 만든 것이긴 하지만, 인조 다이아몬드는 물리적·화학적 기준으로 보나 광학적 기준으로 보나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일치한다고 해요. 전문가들도 맨눈이나 확대경으로 자연산과 인조 제품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고, 특수한 검사 기계를 사용해야만 겨우 구별이 가능할 정도래요.
인조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10~20% 수준밖에 안 돼요. 2016년에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겨우 10%쯤 저렴했던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해 왔죠. 자연산과 달리 제조 기술 발전에 따라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요. 사실상 같은 물질인데 10분의 1 정도의 ‘착한 가격’이라니,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천연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데다, 오랫동안 노동력 착취 논란도 겪어왔어요. 특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일부 분쟁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 암거래가 군사적 자금줄로 쓰이면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탄광에서 착취당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이런 다이아몬드에는 착취당한 이들의 피가 묻어 있다는 비유적 표현인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말도 널리 알려져 있죠.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 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윤리적 이유로 다이아몬드 소비를 꺼렸던 사람에게 인조 다이아몬드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현재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인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 이스라엘, 한국 등 8개국이에요. 중국이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고, 그 뒤를 인도가 바짝 뒤쫓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으로 생산에 성공했어요. 경쟁하는 업체는 30여 개라고 해요. 워낙 유망한 시장이다 보니 천연 다이아몬드를 다루던 기존 업체들도 인조 다이아 생산에 뛰어들었어요.
인도의 경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예요.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7.5캐럿짜리 인도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선물했어요. 인도 정부는 “태양열·풍력 에너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어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보석 업체들은 인조 다이아몬드 취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스와로브스키 등 많은 업체들이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고, 덴마크 보석 제조 회사인 판도라는 재작년에 “더는 천연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인조 다이아 활용을 꺼렸던 명품 브랜드도 점점 인조 다이아를 채택한 제품을 출시하는 모양새예요.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와 브라이틀링이 대표적이에요.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는 지난해 7월 9000만 달러(약 1200억원)를 이스라엘의 인조 다이아몬드 스타트업에 투자했어요.
전문가들은 LVMH 등 명품 기업들이 ESG 경영을 중시하는 최근 분위기를 고려할 때, 향후 인조 다이아몬드의 활용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해요.
‘가장 비싼 보석’이자 ‘영원의 상징’으로 사랑받아 온 다이아몬드, 이제는 실험실에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세계 보석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데요. 과연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다이아몬드도 앞으로 오래오래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결국 가치가 줄어들게 되는 건 아닐지 한번 지켜볼 만하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로또 1등 10.7억’ 23명 무더기 당첨…경기 지역 가장 많았다 - 매일경제
- “엄마 납치됐어 돈 보내주세요”…속옷차림 손발묶인 中유학생의 실체 - 매일경제
- “집인데, 집이 아니라네요”…생숙 ‘벌금 폭탄’ 앞두고 아우성 - 매일경제
- 어린이집서 1세 영아 마약 증세로 사망…3명도 의식잃고 병원행 - 매일경제
- “부모님 도움 없이 집 살 수 없는 수준”...안 쓰고 다 모아도 ‘26년’ 걸린다 - 매일경제
- “밀가루 대체품이라는데”…장관도 극찬, 쌀가루 아닌 ‘가루쌀’ 정체 [르포] - 매일경제
- “폭발물 설치했다” 신고에 난리난 공항...배상 요구했더니 [여행 팩트체크] - 매일경제
- “월급 10배 많아도 서운해” 어리고 예쁜 여친 돈안써 고민인 30대 의사 - 매일경제
- “불륜은 못 참아”…구글 창업자 브린, 아내와 4년여만에 파경 - 매일경제
- 韓 넘어 세계로 도약 중인 우상혁, 항저우서 金빛 점프 보여줄까 [AG 미리보기] - MK스포츠